물리학박사(칼츠)와 얼치기 철학입문자(몰러)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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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물리학박사(칼츠)와 얼치기 철학입문자(몰러)의 대화

몰러 0 5,106 2005.08.25 20:06

물리학박사(칼츠)와 얼치기 철학입문자(몰러)의 대화

 

 

(앞부분 생략, 인사랑 세상 사는 이야기 좀 했습니다)

 

▶몰러 프로젝트는 잘 되가남?
▶칼츠 골치아픕니다.. 과장이 또 시한을 당겼어요.
▶몰러 왜그리 닥달이쥐???
▶칼츠 실적없으면 돈짜르고 목짜르는게 행정가들이잖습니까..
▶몰러 그런 경향은 있쥐... 근데 거기도 그래?
▶칼츠 그 이야긴 그만하지요. 그런데,

(중간생략, 별루 좋은 야그 아님)


▶몰러 그런 사람들하구 넘 골몰해서 쌈하지마. 땡깡에 땡깡으로 대하는 것도 나중엔 지친다.
▶칼츠 안티활동을 머리 식히려 하는 건데 더 머리 아프네요.
▶몰러 근데 아까 물어보려던 게 모여?
▶칼츠 분석철학이나 논리철학이란 것이 정말 과학지상주의를 조장할까요?
▶몰러 분석철학을 잘 모르는 잉간들이 그 철학의 성공에... 긍께 결과에 눈이 멀어서 그런겨..
▶칼츠 눈이 멀다는 말은..
▶몰러 과학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꺼라는 DDR치기지 ㅋㅋㅋㅋㅋ (과학이 모든 걸 해결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과학을 종교마냥 신성시하는 사람들은 미신에 빠진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뜻)
▶칼츠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과학도 종교라는 말이 나왔나보네요.
▶몰러 그건 나중 야그여. 패러다임 노가다꾼 토마스쿤 때문에 나온 말이징...
▶칼츠 어떤 이야깁니까?
▶몰러 그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너도 알고 있는 야그일지 모르지만 말야...
▶칼츠 뭔데요?
▶몰러 환원주의 과학부터 야그하자구.
▶칼츠 모든 물리현상은 앞뒤 맞아 떨어진다는 그러니깐 앞뒤 맞아떨어져야 과학으로 볼수 있다는 환원론 말입니까?
▶몰러 환원론은 좀 더 포괄적인건데, 그런 내용이 있긴 있어. 과학이란게 원래 특별한 방법을 써서 독특한 지식을 만들어내는 거자나. 긍께 과학지식이란 건 보편적이고 정량화가 가능하고 경험적이면서 예언력(예측)이 있는거라고 모두들
▶칼츠 전일론과 환원론 논쟁은 예전부터 심했는데..
▶몰러 생각하고 있었쥐. 예를 들면 과학은 개구락지들이 어케 튈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예측은 관찰과 분석의 결과여야 하구, 왜 글케 튀는지 설명할 수 있단 것이쥐...
▶칼츠 아~ 예.. 그런데요. 개구리들이 사람이 나타나면 감각에 이상이 없는 한 연못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한번 뜀박질로 뛰어들지, 두번으로 나눠 뛸지, 기어서 들어갈지, 왼쪽으로 뛰어들지, 오른쪽으로 들어갈지 모르잖습니까?
▶몰러 그건 랜덤의 조합이 랜덤이 아닌 통일성이나 지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양자론이나 카오스이론의 비유이고, 지금 내가 하려는 야그하구는 좀 거리가 있어. 있다 야그할께...
▶칼츠 네..
▶몰러 그 개구리들이 튀는 방식을 분석하여 개구리뜀박질론을 도출하는데는 귀납법이 활용된단 말이야.
▶칼츠 칼츠개구리는 헤엄칠 줄 안다. 몰러개구리도 헤엄칠 줄 안다. contro개구리도 헤엄칠 줄 안다. 자유안티개구리도 헤엄칠 줄 안다. 고로 모든 개구리는 헤엄칠 줄 안다. 하하하..
▶몰러 근데 말야. 데이빗 흄은 귀납법의 약점을 꼬집은겨. 귀납법이란건 개연성 말고는 보증해 주는게 하나도 엄따구 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개구리가 육지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으니 양서류일꺼라고 짐작하는거 뿐인겨.
▶칼츠 그래서 과학은 발달하면 할수록 모르는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겁니까?
▶몰러 아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조차 사실은 오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지.
▶칼츠 아~ 과학적 연구결과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라는 것이죠?
▶몰러 그려. 비슷해.
▶몰러 아냐. 그 논변도 흄의 주장에 대항하다가 파생된 타협의 결과지 그 논변 자체가 아냐.
▶칼츠 헷갈립니다.
▶몰러 일단 귀납법은 개연성이지 확실성은 아니란 것, 정확하게 말해서 확실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만 알아두고 넘어가자구.
▶칼츠 잠시만요..
▶몰러 그럼 관찰은 곧 증명이 되느냐, 관찰은 증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어. 모든 사람은 그가 받은 교육, 그가 속했던 환경, 그의 천성에 따라 다르게 관찰하고 다르게 분석할 가능성은 항상 있는겨...
▶몰러 음~
▶칼츠 죄송합니다. 전화가 와서요.
▶몰러 그려. 하여간 우리가 관찰한 것이 사실이냐는 것도 불투명하고, 우리가 본 것을 의미있는 객관적 언어로 작성하는 것도 불가능한건 사실이야.
▶칼츠 러셀경이 종교에 대해 말한 것과 같네요.
▶몰러 웅... 맞아
▶칼츠 비트겐슈타인의 실패 말이군요.
▶몰러 그건 조금 성격이 다르지. 하여간 귀납법에 기초하는 과학은 그 무엇도 확실한 게 엄꼬, 인간의 불완전성과 모두가 각각 다른 감각이랑 경험토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비관적 결론이 남는겨...
▶칼츠 그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모두 헛짓일 수도 있겠군요. 신비주의자들이 스켑틱을 비판할 때 하는 말 같습니다.
▶몰러 이 비관적 결론이 쏘는 화살을 신비주의나 사이비과학도 피할 수 엄찌.
▶칼츠 그럼 우리가 정상과학이라 부르는 것과 초정상과학/사이비과학은 마찬가지란 말씀입니까?
▶몰러 일케 말하자구. 정상과학은 실재의 여부를 떠나 우리가 그렇게 관찰한 것이고 또 누구에게도 그렇게 관찰되는 것이고, 사이비과학은 그렇게 관찰된 것이 아닌데도 관찰된 거라고 착각하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추측만 하는 신앙적인 행위로 해두지.
▶칼츠 하지만 누구든 자기 입장이나 감각에 따라 다르게 관찰될 수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논리적으로는 무엇도 맞다고 할 수 없잖습니까? (사실 이 질문은 신비주의자들이 회의주의자들에게 하는 주장입니다)
▶몰러 만약 사람마다 다르게 관찰되는 것은 결론을 유보해야지.
▶칼츠 한사람이라도 다르게 관찰한다면요?
▶몰러 지금 창밖에 내리는 눈을 가지고 비가 온다고 관찰할 사람이 있을까? 둘 다 H2O지만 말야. 엄연히 형태가 다르자나??? 그래도 비가 온다고 우기면 그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H2O는 모두 비’라고 배웠기 때문이게찌...
▶칼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 눈오는지 몰랐습니다.
▶몰러 “정상”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기준은 결국 반증가능성원리야.
▶칼츠 카를포퍼도 반증이론에 결함이 있다고 했지요.
▶몰러 맞아. 반증이론은 최선의 방법이지 결정적 방법은 아니라고 포퍼도 말했어. 그리고, 흄의 회의주의를 반영하자면, “과학자가 자신이 관찰에 의해 세운 이론을 상반되는 새로운 관찰로 반증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몰러 “과학자가 그렇게 관찰된 것으로 느낀 것을 다른 사람이 그와 상반되는 새로운 관찰에 의해 느끼려는 시도가 가능하냐”로 반증이론의 정의를 바꿔야 하지. 하지만 우린 보통 ‘그렇게 느낀다’는 말을 생략하고 그렇게 관찰되었다고 말하지. 무방할껴...
▶칼츠 같은 세계에 있기 때문입니까?
▶몰러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느낀 것”일 뿐 “그런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만, 우리 세계에서 “그렇다”고 짧게 표현하자는 거여. 생략해도 괜찮은 전제라고 해두자구...
▶칼츠 그럼 앞으로 우리도 그렇게 표현하지요. 그게 더 익숙하니까요.
▶몰러 그렇게 못할 때도 있어.
▶칼츠 예..
▶몰러 자. 그럼 반증가능성이론에 부합하려면 말야. 개구리는 모두 헤엄칠 줄 안다는 이론에 대해 헤엄칠 줄 모르는 개구리를 찾기만 하면 되니깐 결과에 관계없이 정상과학이라 할 수 있어. 틀린 과학적 결과일 수는 있지만 사이비는 아니지.
▶칼츠 사이비과학은 “용은 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워놓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용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는데 용이 날 수 있는지 못 나는지를 “관찰로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니까요.
▶몰러 반면 사이비과학은 말야. 피라밋 파워가 지자기 증폭이라고 우기는 것 같은 거야. 근데 피라밋에 의한 지자기 증폭이란 것이 과연 검출되느냐고 하면 묵묵부답이거덩. 자력이란 것이야 자력계로 검출이 되는건디 피라밋 근처에 가도 자력이 아무 변화가 엄꺼덩?
▶몰러 김박사가 든 예가 더 이해하기 조쿠먼.
▶칼츠 기비평에 지자기증폭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ㅎㅎ
▶몰러 누구?
▶칼츠 서부언덕이라고..
▶몰러 ㅋㅋㅋㅋㅋㅋ걔 아즉 기비평에 들어오남?
▶칼츠 예..

 

(중간생략, 몰러가 서부언덕 상대하던 씰데없는 야그)

 

▶몰러 진도 나가자구... 강모 박사는 반증이론을 최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최선을 넘어 철저히 따르자고 하는 것 같어. 자... 반증이론이 가진 문제점을 보자구.
▶칼츠 그 분에게서는 강박감 비슷한게 느껴집니다.
▶몰러 반증이론이란게 반대론을 제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즉 가능성의 문제로 한정하려 했지만 좀 더 확장해서 보자구. 모든 이론에 자체적으로 반대론이 얹혀 있을 수가 있지. 그럼 하나의 관찰이 복잡한 과학이론을 무효로 맹글 이유가 있을까?
▶칼츠 무슨 말씀인지..
▶몰러 어느 이론을 따라야 할지 우리가 어케 알 수 있을까?
▶몰러 그러니까...
▶몰러 과학이론이란게 복잡하고 또 서로 의존을 하구 이짜나. 한번의 관찰로 그 복잡한 거뜰을 반증할 수 있냔 말이야.
▶칼츠 어렵네요.
▶몰러 긍께 과학자들이 지가 관찰한 결과가 기존에 알던 것이랑 다를 때 기존의 관점을 쉽게 던질 수 있냔 말이야.
▶칼츠 플랑크가 그랬죠. 선형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자신이 발견한 비선형적인 복사에너지의 성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죠.
▶몰러 자신의 관찰결과를 스스로 반박하려하다가 결국 엎어졌지.
▶칼츠 관찰결과를 스스로 반박하려던 것이 아니라 고전적 과학표현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다 실패한 것이 아닙니까? 토마스쿤이 그 일을 예로 들면서 과학이 패러다임의 이동을 한 것이며, 포퍼의 점진적 발전론을 부정했지요.
▶몰러 웅~ 맞아. 뭐 갈릴레이나 아인슈타인을 보면 쿤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긴 하지. 하지만 과학은 기존패러다임의 붕괴와 새 패러다임의 등장만으로 변해온 건 아냐. 점진적 축적과 패러다임 노가다가 병행된 것이지.
▶칼츠 그런데, 아까 과학도 종교라는 말씀은요?
▶몰러 과학이 뭔말하는지 모르거나 어떨 때는 틀린 말을 하는데도, 과학이 하는 것이라구 해서 무조건 믿는 것이 바로 과학에 대한 신앙이야.
▶칼츠 쿤이 말한건 그럼 새롭게 나온 과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틀린 과학을 믿는 것을 말한 겁니까?
▶몰러 웅~ 근데 쿤이 과학의 종교성에 대해 실제로 말한 것은 말야. 새로운 과학은 결국 받아들여지긴 하는데, 그 이유가 뚜렷한 새 증거 때문이 아니구, 늙은 과학자가 죽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젊은 과학자가 권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라는겨.
▶칼츠 우습군요. 과학은 새로운 증거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설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것이고, 인간은 항상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현성과 검증을 요구하잖습니까?
▶몰러 그러게 말야. 근데, 과학이 새로운 것에 열려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지, 항상 열려 있지는 않어. 그게 현실이긴 해. 쿼크는 몰라도 슈퍼스트링은 아직 반대에 부딪히고 있지.
▶칼츠 초끈이야 필요성에 의해서, 그러니까 미시역학에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고, 상당부분 난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검토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몰러 스켑틱들조차 초끈이론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아. 부정의 근거도 당빠 있지. 하지만 미시역학에서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 다른 적절한 설명을 못 대는한 초끈의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하는겨...
▶칼츠 예. 막힌 사람들이 많지요. 우리 팀장만 봐도 갑갑합니다. 과학혁명의 구조를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몰러 그건 읽어봤자고... 쿤의 견해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칼츠 그래도 토마스쿤은 과학자들에게 상당한 위협을 주었지 않습니까?
▶몰러 별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내겐 별로였다구 봐.
▶칼츠 저는 조금 충격먹었습니다. (- o -)
▶몰러 코 빼곤 코알라 닮은 구석이 없는디??? ㅋㅋㅋ (칼츠님의 별명은 코알라임)
▶칼츠 ㅎㅎ
▶몰러 파이어벤트라구 토마스쿤보다 한술 더 뜬 사람이 있어.


(☞ 오스트리아 출신 파이어아벤트-Feyerabend 의 착오임)

▶칼츠 누굽니까?
▶몰러 오스트리아인가 독일인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하여간 그쪽 출신 비평가야.
▶칼츠 뭐라고 했기에..
▶몰러 과학은 서로 경쟁하는 이론이 너무 많아서 일종의 무정부주의라는거야.
▶칼츠 과학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몰러 아니. 그말하고는 좀 달라. 과학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것은 모든 과학법칙은 다수결에 따라 정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지. 파이어벤트가 한 말은 인식론적인 무정부주의가 과학을 지배한다는거야.
▶칼츠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몰러 과학이 ‘발견가능하고 확고한 방법론적 법칙에 의해 구성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DDR이라는거여. 과학은 원래 다원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것이구, 과학지식에서 근본적으로 우월한 건 엄따는거지.
▶칼츠 그러니까 발견가능하지도 않고 확고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 것도 과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건가요?
▶몰러 그런 셈이지.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야.
▶칼츠 그렇군요.
▶몰러 하지만, 파이어벤트의 견해는 사이비과학을 옹호하고 말게 되는 부작용이 있는겨. 본인은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하여간 서부언덕 같은 잉간들이 엄청 써먹고 있는 견해지. 물론 그들의 주장 중에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도 있겠지만...
▶칼츠 과학적 연구의 가치가 있다는 것과 과학의 범주에 든다는 것은 다른 문제잖습니까?
▶몰러 서부언덕 같은 잉간에게 그걸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울집 강쥐가 스스로 자기유전자를 변형해서 고양이 낳길 기다리는게 훨 빠를껴.
▶칼츠 엄청난 악담이군요. ㅎㅎ
▶몰러 악담이지.
▶칼츠 우리 회의주의자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몰러 강모 박사를 보라고 하면 답변이 될까?
▶칼츠 구체적으로는요?
▶몰러 칼테지안적 사고를 견지한 사람들은 죽었다 깨도 양자역학을 이해 몬해.
▶칼츠 근데 칼테지안이 구체적으로 뭡니까?
▶몰러 코기토 에르고 숨
▶칼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몰러 코기토에 기반해서 “확실”하고 “실현가능”한 진리를 추구하자는 것이쥐.
▶칼츠 환원론?
▶몰러 환원론이 바로 칼테지안에서 나온겨.
▶칼츠 몰러님 말씀대로라면.. 그러니까 아까 합의한 생략표현을 하지 않고 원래 표현대로 세계를 인식하자면 말도 안되겠네요?
▶몰러 실재하는 것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그런 실재여부를 생각하는 자신은 존재하는게 아니냐는 결론을 내린 모더니즘 철학은 처음부터 삑싸리였다는거쥐.
▶칼츠 순환논증의 오류가 될 수 있다고 전에 말씀하셨지요?
▶몰러 웅~
▶칼츠 칼테지안의 문제점이 그게 답니까?
▶몰러 아니... 비트겐슈타인의 실패로 불리는 것도 원인이지. 비트겐슈타인은 한때 절대적 의미를 가지는 언어체계를 구축하려 했는데 그게 처음부터 불가능한 거였어. 아까 야그한대루 말여.
▶칼츠 그냥 여쭤보는건데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게 쓰는 언어를 합의하여 통일하면 되지 않습니까?
▶몰러 어느 세월에? 몇억년, 몇백억년이 가도 그건 불가능할껴. 어떤 세계독재자, 우주독재자가 나와도 그건 몬할껄?
▶칼츠 자신없네요. 하지만 너무 비관적입니다.
▶몰러 비관적이라도 할 수 없지. 인간들을 몽땅 로봇으로 만들지 않는 다음에야... 그리고 칼테지안의 마지막 문제점은 흄이 말한대로 ‘객관적 진리’라는 것은 언어도단에 가깝다는게 실은 현실이라는거지.
▶칼츠 아까 우리가 불편하게 합의한 그 이유 말이군요.
▶몰러 이 칼테지안은 루소, 니체, 키에르케고르 때도 위협을 받았지만, 그 위협은 실제적인 건 못되었어. 왜냐하면 칼테지안의 성과가 너무나 좋아 보였고, 기독교가 뿌려놓은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 계몽주의가 요구되었기 때문에 칼테지안은 여기에 든든한 방패 혹은 후원자가 되었던 것이쥐.
▶칼츠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인간이 괴물로 비치기 시작했지요.
▶몰러 과학적 성과는 이성의 산물이었지만 그걸 사용하는 방법이 몰이성이었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이성은 도마에 오른 거야. 건전한 이성을 추구하자는 러셀의 말은 별루 먹혀들지 않았지.
▶칼츠 어쩌면 ‘건전한’ 이성 자체가 존재불가능한 관념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몰러 포스트모더니즘의 골자가 바로 그거야. 언어의 의미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 결국 포스트 모더니즘은 3가지 의심에서 출발해.
▶칼츠 예..
▶몰러 인간의 사고가 우리것이라는 보장이 안 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데 쓰는 언어가 세계를 의미있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언어기호의 의미가 끊임없이 지꼴리는대로 변한다면?
▶칼츠 포스트모더니즘도 회의주의의 일종처럼 보이네요.
▶몰러 모더니즘에 대한 회의지. 근데 회의는 부정의 경향이 있긴 하지만, 꼭 부정인 것은 아냐. 그래서 안티모더니즘이 아닌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이름 붙인거여...
▶칼츠 그런데요. 말할수 없거든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몰러 그가 전쟁터에서 쓴 논리철학논고에 나온 말이야. 결론부에 나오는데... 철학이 지금까지 말할수 없는 것을 말하려 애썼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인 문제들이 불거진 거라구 하는거여.
▶칼츠 알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결론을 유보하라는 것과 통하는 말이네요.
▶몰러 두 말이 나온 배경은 완전히 달라. 하이데거인가 후설인가가 한 말인데 의식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형이상학적이고 이론적인 것들을 쳐내고 의식의 내용과 의도성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어. 이걸 결론유보라고 한겨...
▶칼츠 이해가 안 갑니다. 형이상학적인 것을 쳐내는 것이 결론유보라니요?
▶몰러 진리니 실재니 하는 것들을 일단 옆에 두고 경험의 직접성만 남겨두자는 거야. 진리나 실재에 대한 질문들을 괄호를 쳐놓고 보류하자는거지.
▶칼츠 그런식으로 하다가는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습니다.
▶몰러 검색해보니 에드문트 후설이 한 말이네.
▶몰러 맞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어. 후설에 따르면 말야. 하지만 하이데거는 그래도 뭔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물었지. 결국 우리에게 부여된 일상적 역할에 의해 존재가 결정되는 것이고, 여기서 자기본래적으로 살려면 자신의 문화와 전통에 맡겨야 한다고 했지.
▶칼츠 예..
▶칼츠 좀 엉뚱한 결론이네요.
▶몰러 웅~ 그래서 그는 나치를 지지했는지도 몰러~
▶칼츠 비극이군요.
▶몰러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갈까?
▶칼츠 예. 그런데 과학과 상관있는 부분만 다루지요.
▶몰러 일단 니체를 봐야 해. 그가 반기독교적인 견해를 가진 것이 우리 회의주의자들과는 다소 양상이 달라.
▶몰러 논리학만 해도 니체한테 씹혔는데... 논리학은 비슷한 것을 동일하게 다루는 지배적 경향에 의존하는데 사실 똑같은건 엄따구 니체가 말했지. 이게 우리에겐 불만꺼리지만 사실 맞는 말이거덩?
▶몰러 니체는 지식만 해도 모든 사람에게 가장 강력하게 강요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지.
▶칼츠 결국 언어나 의미의 실재성 문제로군요. 아까 말씀하신 포스트모더니즘의 출발점.. 3가지 의심..
▶몰러 그려. 니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인 셈이쥐.
▶칼츠 그런 언어나 의미를 옹호하려는 노력은 없었습니까?
▶몰러 불가능한 걸 누가 할 수 있겠어? 쫌 해 보다가 포기하기 일쑤지. 언어는 실체를 나타내지 몬하니깐... 뭐. 기호학이나 구조주의는 언어의 의미는 포기하고 언어의 기능만 다뤘쥐.
▶몰러 언어의 의미가 외부 사물과 대응하는데서 나오는게 아니라, 기호(문자, 문법, 용법등등 모두 포함해서)의 위치와 기호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지. 구조주의는 넘 복잡해서 나도 아즉 덜 읽었다.
▶칼츠 그래봐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회의적 측면에서 보면 헛소리로 치부될 것 같은데요?
▶몰러 웅~ 나도 그 결론을 알기 때문에 구조주의를 소개한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건지도 몰러~
▶칼츠 꼭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수학을 배워서 뭐에 쓰나 하던 것처럼요?
▶몰러 김박사도 수학 싫어했남?
▶칼츠 수학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몰러 하여튼 구조주의를 씹는 포스트구조주의도 나왔는데, 기호학이 아무리 애써봤자 나오는건 궁극적 진리가 아니라 기호들만 잔뜩 남을 뿐이라는거여.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구조주의가 내세운 대립항 자체가 스스로를, 긍께 구조를 깰 수 있다고 보았지. 어차피 말뜻이란게 항상 바뀌는 거니까...
▶칼츠 그럼 어떻게 한다는거지요?
▶몰러 데리다는 거꾸로 읽자고 했어. 이걸 해체주의라고 번역하긴 했는데, 내가 보기엔 잘못된 번역같어. 비트겐슈타인이 제시한 치료가 더 비슷한 것 같으니깐 언어수술주의가 적절한 번역같어.
▶칼츠 어떻게 수술하지요?
▶몰러 언어의 통일성, 의미의 통일성을 찾지 말고 기냥 여러 다중적 의미들이 쌈박질하게 내비두고, 텍스트의 내부모순과 의미의 슬라이딩을 끄집어내자는 거여. 그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라는 것은 단지 지배적 문화와 정치이데올로지에 의해 안정된 것
▶몰러 즉 우리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거지. 데리다는 그런 편안함이 의미와 말의 일대일 관계에 의존하는 로고스 중심주의가 주는 마약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
▶칼츠 데리다는 어느나라 사람이죠?
▶몰러 프랑스...
▶칼츠 역시..
▶몰러 일반화하지마. 프랑스에도 스켑틱들이 많어.
▶칼츠 네 ㅎㅎㅎㅎㅎ
▶몰러 로고스 중심주의는 “이성의 언어”를 독재자로 만들고 전체주의로 만들어서, 그 잣대에 안 맞는 건 모두 배척할 수 있다고 비판했어.
▶칼츠 신비주의자들이 회의주의자들을 씹을 때 쓰는 말이군요.
▶몰러 데리다의 견해는 틀린 것이 아니야. 하지만 신비주의자들은 지들도 잣대를 만들고 거기에 안 맞는건 틀리다고 하자나. 게다가 정상과학은 증거를(증거로 보이는 것)을 제시하기나 하지만, 걔네들은 보통 우기기 뿐이지.
▶칼츠 우린 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들은 우리더러 “너희들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고 넓게 보라”면서 용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네요.
▶몰러 한쪽 눈이 안 떠지는 애꾸만 사는 동네에서 두눈 멀쩡한 사람이 비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듯 정상과 비정상은 사실 구별할 기준이 엄찌. 그런데 새로운 부류로 마빡 가운데에 눈이 하나만 있는 퀴클롭스 같은 사람이 정상이라고 우기는 넘들이 많어.
▶몰러 글치.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디까지나 “존재”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에 시비를 걸면서 용의 존재를 확정할 수 없다고 한건데 말야. 상온핵융합은 현세에서 “증거로 보이는 것”를 제시해야 하는 문제이지, 어떤 잣대를 정해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따질 문제가 아니지.
▶칼츠 영구기관도 그렇지요.
▶몰러 아마 걔들은 영구기관이나 열역학2법칙의 정의부터 지들 꼴리는대로 정할 껄?
▶칼츠 서부언덕이란 분이 그랬습니다.

 

(중간생략)

 

▶몰러 뭐 그런 면도 있지만... 하여간 데리다는 현대철학이나 과학적 담론의 근원인 코기토를 박살냈어. 이젠 철학이 명쾌한 결론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겨.
▶칼츠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몰러 글치... 또 한가지... 휴미안적 회의주의자들이 헷갈려했던 것은 포스트모더니즘도 똑같이 헷갈리는거여. 그들은 이성이 최소형태의 이성에도 의존하지 않는 구조물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들은 그걸 어떻게, 어떤 근거로 주장할 수 있을까? 감성으로? 신앙으로? 땡깡으로?
▶칼츠 그건 좀 부당한 반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도 할 말이 없을 것 같군요.
▶몰러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실 할 말이 엄찌. 근데, 포스트모드니즘이 로고스를 해체한 것만 가지고 과학이나 스켑틱을 씹고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작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지. 특히 진보기독교는 과학과 이성을 부정하는데에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용하지.
▶칼츠 포스트 모더니즘의 첫째 타겟이 종교였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지요?
▶몰러 지금 몇시지?
▶칼츠 3시네요.
▶몰러 4시 출근이다. 씻어야지. 그 전에 정리 좀 하자구...
▶칼츠 현대에서의 과학철학이 가져야 할 입장?
▶몰러 웅~ 내가 할께. 틀린 부분은 담에 이의제기하라구.
▶칼츠 예..
▶몰러 인간이 만든 어떤 지식의 분야도 포스트모더니즘이 쏘는 상대주의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과학, 논리학, 이성은 경험의 해석일 뿐이다.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실재는 어디에도 없다. 슬프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몰러 실재에 대한 확고한 지식은 있을 수 없다. 결국 과학자들은 과학적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실상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 어떤 이론의 정립이 과학적 진리를 발견한 것이라는 것은 자위행위일 뿐이며,
▶몰러 이론의 정립이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언어의 발견이라는 입장도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은 과학지식에 대한 과학자의 입장을 오로지 관찰자의 역할에 머물게 하면서 또한 그것에 대한 확신을 도그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게 만들었다.
▶몰러 과학에 대한 일부 과학자와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과학을 종교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타파하게끔 하는 것이 과학철학의 역할이며, 과학자들은 항상 자신의 관찰결과가 경험의 해석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몰러 반증가능성의 원리나 귀납법은 “그렇게 보인다”는 수준 이상을 넘으면 안되며, 우리가 속한 인식세계에 국한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그나마 우리가 공통된 감각을 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우리가 속한 인식세계라는 것도 허상에 불과함을 인정해야 한다. 이상...
▶칼츠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빛이 1초에 299792.45..km로 움직인다는 것이며, 그건 독자적이라고 전제하는 것처럼요.
▶몰러 그래 전제일 뿐이야.
▶칼츠 예. 알겠습니다.
▶몰러 우리가 항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다음에 야그해보자구.
▶칼츠 예..
▶몰러 잘 자구..
▶칼츠 수고하십시오.
▶몰러 ㅃㅃ2
▶칼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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