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이 마음에 안 드는 도자기를 부수는 이유를 생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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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도공이 마음에 안 드는 도자기를 부수는 이유를 생각하라고?

몰러 0 2,779 2005.06.20 16:50

도공이 마음에 안 드는 도자기를 부수는 이유를 생각하라고?    
  
 
 
작성일: 2002/05/02
작성자: 몰러
  
 
어제는 노동절이었지만 납품기한이 임박한 관계로 쉬지 못하고 오후까지 일했다. 그래도 평상시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회는 그 귀중한 휴일(정말로 신성한 휴일인데...)을 전도하는데 힘쓰라고 독려한 모양이다. 오후 3시부터 해질 때까지 2팀이나 우리 집을 방문했다. 예전 같으면 문전박대하고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게 했지만, 요즘은 다 불러들인다. 사악하기 짝이 없는 몰러에게는 가끔 덜떨어진 교인들 놀려먹는 것도 낙이 된다.

먼저 온 팀은 하도 순박했기에 자기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고 교인인 척 하면서 전도활동에 피곤할테니 차 마시고 잠시 쉬고 가라는 식으로 대해줬다(문에 붙여놓은 “ㅇㅇ교우의 집” 표시는 효과가 없어서 떼어버린 지 오래다). 교인인 척 하는 거야 책장에 꽂힌 성경 서너 권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두 번째 온 팀은 상당히 골 때리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앞 팀이 예의를 지키며 끝까지 권유형으로 일관한데 비하여, 이 인간들은 완전히 강요성의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 교회가 아니면 구원받기 힘들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교회 당회장만한 인도자가 없다고 하고...(조용기 목사도 자기네 당회장 앞에서는 한풀 꺾인다나? 언제부터 조용기씨가 구도자의 잣대가 되었지?) 하지만 준비는 앞 팀보다 잘되어 있었다.

다음은 개략적인 일문일답이다.

몰 : 그럼,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받을 사람들은 정해져 있습니까?

독 : 아니죠. 하나님은 씨 뿌리는 농부이십니다. 사람은 알곡이 될 수도 있고 가라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태복음 13장에서 예수님은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몰 : 잠깐만요. 곡식과 가라지의 비유는 조금 핀트가 안 맞네요. 그건 곡식인 하나님의 백성들 사이에 원수, 즉 악마가 가라지, 그러니까 악한 자들을 섞어 놓았는데 그걸 함부로 솎아 내려고 하다가는 곡식까지 다칠 수 있으니 추수할 때쯤 가라지를 골라내어 불태우듯 심판의 날에 악의 자녀들을 골라내어 불 속에 던져야 한다는 것이죠. 전도사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아마 바로 앞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아닙니까? 그게 12장이던가요? 성경책 좀 주시죠. (뒤적뒤적) 아! 같은 13장이네요. 그러니까, 제가 질문 드린 것은 곡식과 가라지가 미리 정해져 있느냐는 것이고, 전도사님은 여기저기에 뿌려진 씨 중에서 좋은 밭에 떨어진 것이 수십 배의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거 아닙니까?

독 : 네, 선생님(헐~ 뻑하면 선생님이래...)은 성경공부를 많이 하셨네요. 저희는 바위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를 좋은 밭으로 옮기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도자가 감당해야할 사역인 것입니다.

몰 : 사람들이 원래는 다 좋은 씨였는데 환경에 따라 타락하고 멸망한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제가 질문 드린 것과는 차이가 있네요. 저는 악마가 뿌려 놓은 가라지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 가라지들은 구제받지 못하는 겁니까? 다시 질문하죠. 지옥에 갈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까?

독 : 우리가 사람들을 봐서는 그 사람이 원래 좋은 씨였는데 잘못된 곳에 뿌려진 것인지, 원수가 심어 놓은 가라지인지 아무도 판단 못합니다. 그것은 하나님만이 아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재림하시면 심판을 하실 겁니다.

몰 : 그러니까, 일단은 전도부터 하고 보자는 말씀이죠? 받아들이는 사람은 좋은 씨였고, 안 받아들이는 사람은 가라지란 거죠?

독 : 그렇습니다.

몰 : 그럼, 지옥 갈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말씀이네요?

독 : ...... 그렇게 되네요.

몰 : 좋습니다. 그러면 가라지는 그렇다고 치고, 원래는 좋은 씨인데 끝끝내 구원받지 못하고 싹을 틔우지 못한 씨는 그냥 썩거나 말라버리는 겁니까?

독 : 모든 씨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죠.(의기양양)

몰 : 노력을 하더라도 어쨌든 열매를 못 맺고 그냥 썩어버릴 씨는 있겠죠?

독 : 그렇죠.

몰 : 그럼 제가 여기서 씨 뿌리는 사람, 즉 하나님께 아쉬운 소릴 좀 해야겠습니다. 모든 씨를 좋은 밭에다 뿌리고 거름을 주고 돌봐야 하는 것이 농부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왜 아무데나 뿌리고 씨들에게 알아서 크라고 내팽개치십니까?

독 :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 같은 전도사들이나, 교회, 성경말씀을 통하여 사람들을 말씀 안으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씨를 내팽개치신 것이 아니죠. 농부가 혼자서 일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인을 데려다가 일을 시킬 수 있듯이,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사역의 직분을 맡기셨습니다.

몰 : 제가 아쉬운 소릴 하는 것은, 왜 씨 뿌리는 사람이 잘못한 책임을 씨에게 묻느냐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식이요 피조물일진데, 왜 버려지는 인간이 생기느냐는 말입니다.

독 : 사람이 버려지지 않도록 이렇게 저희 같은 사람들이 말씀을 전파하고 있잖습니까?

몰 : 그래도 버려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이 100% 사람만의 잘못이냐 이거죠. 하나님이 아무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독 : 하나님은 책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잘못입니다.

몰 : 인간이 잘못하는 것을 하나님이 일부분 방치한 점은 인정하시네요.

독 : ......

몰 : 심판을 받은 후에 지옥의 고통에 시달릴 사람들은 구원의 가능성이 없습니까? 하나님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데, 인간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고 가혹한 거 아닙니까?

독 : 농부가 뿌린 모든 씨앗이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수가,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이 잘못되었다면 농부의 책임이지만, 일부 씨앗이 열매를 못 맺는 것은 농부의 책임이 아닙니다.

(계속 말이 뺑뺑이 돈다)

몰 : 농부의 책임도 아니지만 씨앗의 책임도 아니죠. 하여간 그 비유는 적절치 못한 것 같군요. 하나님은 지옥이라는 회초리를 예정하시고, 막말로 말해서 말 안 듣는 넘은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팬다는 것 아닙니까? 전 그것에 대해 하나님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독 : 선생님. 도공들이 가마로 구워 낸 도자기를 살피다가 갑자기 망치로 깨뜨리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좋은 작품만 취하려는 이유를 생각하십시오. 도공들은 그렇게 작가적인 자존심이 있기 때문 아닙니까? 좋은 도자기만 세상이 나와야 하듯이 하늘 나라도 좋은 영혼들만 가득해야 합니다.

몰 : 결국 도공이 자존심 때문에 도자기를 깨뜨리는 건가요? 하나님이 창조자적 자존심 때문에 인간을 선별한다 이거죠?

독 : 그건 좀 어폐가 있는......

몰 : 압니다. 알아요. 저는 그걸 말씀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저의 입장을 정리할까요? 저는 장식장 안에서 애지중지 받들어 모셔지는 고급 도자기가 싫습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아무런 쓰잘데기가 없죠. 저는 차라리 설렁탕 맛을 돋궈주는 뚝배기나 장맛을 좋게 해주는 장독이 되겠습니다. 불교나 다른 종교의 이름을 가진 가마에서 구워지고 싶다는 거죠. 그리고, 그냥 흙인 채로 땅 속에 섞여 있는 것도 나쁘지 않구요. 씨앗 이야기로 돌아가서 말씀드리죠. 만약 씨앗이 사고능력이 있다면 저 혼자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 야생식물이 되기를 원할까요? 아니면 사람들에게 거름 받고 물 받아 키워져서 결국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똥이 되는 것을 원할까요?

독 : 사람이라는 씨앗은 혼자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그냥 썩고 맙니다. 지옥에 떨어집니다.

몰 : 이것보세요. 이 세상에는 사람이 키우는 식물보다는 혼자서 크는 식물이 더 많듯이 사람도 기독교인보다 비기독교인 중에 훌륭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라는 밭은 씨앗을 틔우고 열매맺은 것보다 식물이 그냥 병들어 죽게 한 경우가 더 많더군요.

독 :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몰 : 제 말에 불만 갖지 마시고 기독교라는 밭이나 똑바로 일구세요. 하는 꼬라지 보면 밭이 오염된 줄도 모르고 씨만 잔뜩 뿌려서 수확만 바라고 있잖습니까?

독 : 말씀이 심하시군요.

몰 : 심하다구요? 심한건 전도사님이 더하신데요? 아까 말씀하신 도공 이야기, 그게 바로 기독교의 현주소를 보여준 겁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눈꼽만치도 없고, 신에 대한 충성만 강조하는 종교라고 자인한 셈이죠. 뭐 저를 잘못 만들어져서 깨뜨려 버려질 도자기라 생각하시고 이만 돌아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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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걸 보니 교회에서는 제법 존경받는 위인인 것 같다. 바이블 구절만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딴엔 적당한 비유도 써가면서 말하는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이 사람은 한낱 피조물로서 교리에 갇힌 죄인일 뿐이다.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드는 종교가 기독교다. 즉, 기독교는 인간을 위한 종교가 아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진리를 찾아보겠다고 신앙고백을 한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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