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를 삐딱하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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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창세기를 삐딱하게 보기

몰러 0 1,634 2005.06.20 15:12
창세기를 삐딱하게 보기    
  
 
 
작성일: 2001/12/17
작성자: 몰러
 


창조, 빛과 어둠, 그리고 시간


창세기는 어떤 의미로든 간에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하지 않는 부분이 있겠느냐 마는 기독교에 있어서 창세기를 논하지 않고는 모든 역사와 예언과 비유와 부활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창조 이후에야 시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임은 부언할 필요도 없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니, 빛이 생겼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 『창세기 1:3-5 표준새번역』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즉 본격적인 시간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빅뱅우주론에서도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든 공간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공간의 존재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고... 그냥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성경기록상의 창조는 빅뱅과 맥락이 닿는다.
여기까지는 개독들도 하던 소리고...

그러나 창조와 빅뱅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시간이 창조(빅뱅)와 동시에 시작되었는가, 아니면 창조 후에 시작되었는가 하는 것이다(창조주의자들은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빅뱅을 천지창조에 엮으려고 든다). 이제 창세기 시작부분을 살펴보자.

창세기 첫 문장은 토라든 헬라어 번역판이든 간에 다음 중 하나로 시작한다.
①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②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③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기 시작하셨을 때?


위 셋 중에서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①의 경우에는 창조 후에 빛과 어둠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시간도 생겼다. ②의 경우와 ③의 경우는 진정한 창조시기를 빛이 생기게 한 순간부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둠은 그 전에 이미 존재했었다.
이거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다. 그 중에서 언제나 계시다는 것... 이것은 하나님이 맘대로 시간여행을 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멈추게도 하시고,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흐르도록 하실 수도 있다. 아니 하실 수 있어야 한다. 전지전능하신 분이니깐... 그런데... 하나님은 그러시지 않으셨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냥 냅두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시간의 흐름에 (스스로?) 구애받으셨다.
아니라구? 그럼 하나님의 모든 예정(천국, 지옥, 구원, 심판 따위들)은 무효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이점에서 유대민족은 로마인이나 유럽 야만족들보다 훨씬 똑똑하다. 딴지 걸릴 말은 하지 않았거덩

진공에서 빛의 속도(앞으로 특별한 말이 없는 한 빛의 속도 C는 진공에서의 속도로 정한다)는 절대적이다. 물론 물이나 유리 따위를 통과할 때는 굴절되고 느려진다. 그리고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에서도 각각 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우주공간은 진공은 아니지만 인간이 속도의 차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진공에 가깝다. 이 절대적인 속도는 대신 시공간이 절대적이지 아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었고, 측정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공간은 중력에 의해 왜곡될 수 있고, 시간은 물체가 가진 속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예를 들어 수천억년 동안 항해하는 배가 있는데 그 배의 돛대 꼭대기와 배의 바닥에는 서로 완전히 똑같은 두 모래시계가 있다. 모래알갱이 하나도 틀림이 없이 모래시계를 제때에 뒤집어 주었다고 가정할 때 수천억년 후에는 두 시계가 모래알갱이 두, 세개 차이로 어긋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마스트와 밑바닥이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히 마스트의 시계가 천천히 간다.

시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왜 시공간 대신 빛의 속도가 상수가 되어야 하는가? 궁극적인 물음... 하나님은 왜 그렇게 창조하셨는가?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창조의 시점을 창세기 1장 1절이 아니라 3절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창세기 1장 1절은 ②나 ③이 되어야 한다. 만약 창조를 1절로 우기겠다면 하나님은 많은 것을 포기하셔야만 한다. 왜냐하면 기준을 잘못 잡으셨기 때문이다. 기준을 잘못 잡으셨다면 다른 것도 잘못 하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약하면 그 분의 모든 예정은 틀어져 버릴 수도 있다. 결국 하나님의 제 일성 "빛이 생겨라"라는 말과 함께 창조가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기독 신학자들이 시험에 드는 일이 생긴다. 창조시점을 3절로 보게 되면 Making World Out Of Nothing At All이 아니라 땅, 어둠(흑암), 물(수면) 따위(우리가 인식하는 땅, 어둠, 물과는 다른 것일 수도 있다)가 이미 존재한 상태에서 말 그대로 하늘(天)과 땅(地)만 창조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창조 이전에 존재한 것. 재료? 바탕? 출발지? ... 그것은 누가 언제 만들었단 말인가? 또 창조 이전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하나님은 누가 창조했는가 하는 물음까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밀이나 러셀의 지적처럼 창조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이라면 딴 것도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

...................

지금껏 중근동 신화에 바탕을 둔 신학과 신앙은 이러한 딜레머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거나, 간과하거나, 또는 애써 외면해왔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신의 실존에 대해 핵심적인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이론을 내놓았다. 창조주의자들아. 이래도 아인슈타인을 진정으로 하나님을 증명하고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텐가?

이렇듯 그 시작부터 어벙벙한 성경이 어찌 인류의 역사와 의식과 미래를 결정지을 지침이 될 수 있는가? 다니엘서? 이사야? 계시록? 웃기고 자빠졌네.

문자적 해석의 소치라고 씨부릴 인간들에게 미리 일러두는데, 이 글이 문자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오강남씨나 김수환 추기경이나 모두 문자적 해석을 벗어나지 못한 바보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창조를 설명할텐가? 분석이나 해석을 하지 말고 직관을 따르라고 한 베르그송의 말대로 하더라도 기독교의 창조는 그 딜레머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독교적 다원주의? 그것도 마찬가지야.

P.S 이제껏 깊이 파지도 않은 입문수준의 철학만으로도 딴지 걸릴 교리가 제대로 된 교리일까? 니들이 곤란하면(논리에 막히면) 노상 씨부리는 "성경의 형이상학적인 해석"을 해보려구 철학입문서를 읽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조차 못 느낀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역사를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따르고자 합니다."
제발 좀 그래 봐라. 할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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