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신의 의도에 대한 허접한 생각(존칭 생략)

mol.gif ar.gif


몰러님의 칼럼입니다.

고통과 신의 의도에 대한 허접한 생각(존칭 생략)

몰러 0 1,628 2005.06.20 14:52

고통과 신의 의도에 대한 허접한 생각(존칭 생략)     
   
 
 
작성일: 2001/11/06
작성자: 몰러
  
 
오늘은 며칠동안의 야근을 보상하기 위해 특별히 회사가 하루 쉬는 날이었다. 신부님과 함께 ○○원에 봉사활동을 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비정상적이고 많이 모자란(우리의 기준으로) 아이들의 눈을 오늘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유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인 내게는 이 아이들이 의문투성이였고,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전에도 스스로에게, 또한 종교인들에게 제기했던 물음이지만 다시 한번 의문을 가져본다.
다음 사례에 대한 신의 의도는 무엇인가?

A. 아기를 낳다가 아기와 같이 죽은 믿음이 강했던 산모
B. 태어날 때 오랜 산고로 인해 산소결핍증상이 와서 정신지체가 된 아이
C. 유전자 이상으로 다운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
D. 마찬가지로 유전자 이상에 의해 양성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정신과 육체의 성이 상이하게 태어난 사람(친한 친구가 트랜스잰더이다 보니 유난히 관심이...)
E. 정글에서 과일을 따던 중 아나콘다에게 잡아먹힌 원주민 아이

A사례에 대해 종교인들은 흔히 산모와 아이가 천국에 갔거나,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면 지옥으로 갔다고 한다. 그런데 태아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어떤 믿음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 연옥? 림보? 왜 그딴걸 만들어야 하나? 결국 신의 실수가 아닌가? 그 실수를 덮기 위해, 또 인간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원죄가 필요했다는 건가? 그래봐야 신의 실수가 덮어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B사례에서는 부모나 의사(또는 산파)의 죄와는 상관없이 아이가 벌을 받은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므로 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의 영혼을 일찍 거둬들이기 위함인가? 결국 셋 다 신의 실수가 되어버린다.

C사례는 명백한 신의 실수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전제를 감안했을 때, 이 아이는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한(신의 권능과 관심 안에서) 노력을 기울일 능력, 선택권, 기회를 모두 박탈당한 상태로 남은 생을 영위해야 한다. 기회를 주지 않았기에 지옥에 보낼 수 없고, 그렇다고 믿음을 가지지도 않은 아이를 천국에 들게 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려는가? 그냥 세례를 줘서 천국에 들게 한다고? 그런 논리면 1600년대 아메리카 미션시대에 토인들의 자식이 세례를 받은 후 그 부모에 의해 머리가 깨져 죽은 경우도 모두 천국에 갔다고 보아야 하는군... 세례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한 것은 그대들 아닌가?

D사례는 한 육체 안에 아담과 하와가 함께 공존하거나, 성적으로 반대의 영혼이 들어간 것이다. 영혼에 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의 성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고통인가, 축복인가?

조선시대의 야사 하나를 들겠다. 야사라고 하여 없었던 일을 재미있게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다. 정사로 다루기에는 당시의 정서로서는 민망하고 망측하여 야사로 다뤄질 뿐이다.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기 바란다. 어떤 여자가 관헌에 잡혀왔는데, 죄목은 강간이었다. 빼어난 미인인데다 비록 치마저고리에 감춰지긴 했지만 몸매도 여자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강간이라니... 사또는 처음에는 동성연애(레즈비안)로 생각했다. 남근목 따위로 여자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은 그게 아니었다. 같은 여자인줄 알고 함께 잠을 잤는데, 새벽녘에 옷을 벗기고 덤볐고, 그때는 분명히 남편과 운우지정을 나눌때의 느낌이었고, 기구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과부는 남자들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음에도 아기를 밴 것이다. 관기를 동원하여 감옥에서 신체검사를 해 보았으나 완전한 여자의 신체였다. 사발을 엎은 것 같은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펑퍼짐한 둔부... 이때 사또는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중국의 고전이 생각났다. 그래서 피의자의 눈을 가리고, 사타구니에 암캐의 암내를 바른 다음 숫캐에게 핥게 했다. 국밥이 식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피의자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얼마후 그곳에서 양물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웬만한 남정네들이 부러워할 크기로 말이다.
이러한 유형의 양성을 가진 사람은 5백만명에 한명꼴이며, 양물이 감춰지지 않는 양성인은 1백만명에 한명꼴이라는 통계(대부분 본인들이 감추고 있어서 정확한 통계는 나올 수 없지만...)가 있다. 그리고, 남근을 달고는 있지만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더 높다. 우리는 징그럽게 느낄 뿐이지만, 성의 정체성이 성립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은 분명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예를 든 것 같은 양성인처럼 몹쓸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자신을 감추고 숨어서 살아간다.

E사례는 오래된 물음이다. 어떤 죄를 지었기에 고통(아나콘다는 독을 쓰지 않고 먹이를 졸라 죽인후 삼킨다)스럽게 죽임을 당했을까? 신을 몰라서? 신을 알 기회조차 없는 아이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여야 했나?

중요한 것은 위 다섯 사례에 대한 종교인들의 어떠한 대답이나 변명도 신의 의도를 알려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왜 고통을 주었는지, 아니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게 의지와 감각을 박탈했는지, 죽은 후에 어디로 보내고 어떻게 처분했는지...

신의 뜻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니 궁금증을 참고 그냥 넘어가라고?
그렇게는 안되지. 신을 인식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신을 인식한 이상 신의 뜻도 인식되어져야만 하지. 그렇지 않다면 종교가 다 무슨 소용인가?
(여기서 종교는 야훼/알라를 믿는 종교,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종교에 한하여 논의함을 부연해둔다. 불교. 유교, 힌두교까지 확장하면 이 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그것들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며, 또한 너무나 심오하다)

신은 분명히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지 않았는가? 자유의지의 근간은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판단, 그리고 선택이며, 이는 의문과 회의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
인간을 의문과 회의의 동물로 만든게 누군데?

어떤 이가 위의 물음에 답하더군. 모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 것은 아니라고...
그럼 자유의지를 준 것과, 주지 않은 것(또는 박탈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또, 그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이라고 답한 엽기찬란한 답변자도 있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신의 실존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합당한 해답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은 피조물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신의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자. 말이 너무나 길어진다. 논문 한편도 나올 수가 있다고 한다)

어떠한 해답을 채택해도 인간의 원죄는 원래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무효다.

고통을 신이 내린 시험(Test)이라고 하지 마라. 시험은 이성이든 믿음이든 간에 어떤 의지나 기회를 가진 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위의 다섯 사례는 시험이라고 정의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무효인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라플라스 함수나 퓨리에 급수에 대한 문제를 테스트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는 신의 존재 혹은 부존재에 대해서 어떠한 증명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허접스런 방식의 신의 존재증명은, 쉽게 말해 '우기기'는 반대입장에서 얼마든지 까댈 수 있다. 오늘은 신부님에게 못할 소릴 많이 했다. 물론 그 양반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마치 '아직도 그런 논점에서 맴돌고 있는 불쌍한 중생아' 라고 하는 듯 했다. 안티분들... 이 신부님에 대해 뭐라고 하지 마시길... 예수의 신성과 Trinity를 부정하고 궁극적인 절대자를 찾는 분(쉽게 말해 파문대상인 이단자)이니깐... 유유상종이라고, 안 그럼 내가 미쳤다고 이 양반과 어울리겠소? 뭐 그래도 이 신부님에 대해 뭐라고 하신다면 내가 뭘 어쩌겠소만...

P.S. 일부 진보적 종교인이나 철학자가 신의 무책임에 대해서 변론을 하려 든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그 신을 인식해야할 필요도, 추종해야할 이유도 없게 되지 않는가?
 

Author

Lv.1 지발돈쫌  프렌드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3 기독교 아니라도 중세는 어지러웠을 것이라고? 몰러 2005.06.20 1775
152 기독교 약사(철학적 관점에서) 몰러 2005.06.20 1529
151 Re: 웃기는 뉴스로군요 몰러 2005.06.20 1669
150 이명신에게 항복하다(헤겔철학 요약) 몰러 2005.06.20 1831
149 구도자님을 비롯한 기독교 변호인들은 보세요(좀 깁니다) 몰러 2005.06.20 1478
148 Re: 덧글들에 대한 답변...(각자 찾아서 보시길) 몰러 2005.06.20 1412
열람중 고통과 신의 의도에 대한 허접한 생각(존칭 생략) 몰러 2005.06.20 1629
146 저를 포기하지 않는 순진한 목사와의 대화 몰러 2005.06.20 1561
145 신부와의 대화 몰러 2005.06.20 1608
144 수 없이 했던 말이지만... 몰러 2005.06.20 1745
143 제 친구 트랜스젠더는 아직 교회에... 몰러 2005.06.20 1848
142 헌법 제20조에 대한 소고 몰러 2005.06.20 1626
141 Re: 젤 쉬워 보이는걸루 번역시도 몰러 2005.06.20 1552
140 Re: 누가 이명신에게 보내주세요. 몰러 2005.06.20 1651
139 연옥이 굳이 있어야 할 이유는?(e안드레아님을 위시한 천주교인에게) 몰러 2005.06.20 1607
138 Re: [질문] 또....작은자님께... 리바이벌 또 해드리지. 이해나 하실라나? 몰러 2005.06.20 1405
137 옛날에 지겹게 씨부렸던 오캄의 면도날 몰러 2005.06.20 2229
136 [리바이벌]과학에 대해 지맘대로 씨부리는 이에게 몰러 2005.06.20 1468
135 국경일 기념식에 임석하지 않는 대통령 몰러 2005.06.20 1685
134 지만원에게 보낸 글 몰러 2005.06.17 1581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60 명
  • 오늘 방문자 396 명
  • 어제 방문자 1,027 명
  • 최대 방문자 1,317 명
  • 전체 방문자 486,588 명
  • 전체 게시물 14,430 개
  • 전체 댓글수 38,200 개
  • 전체 회원수 1,584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