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집에서 있었던 일

mol.gif ar.gif


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처가집에서 있었던 일

몰러 0 2,345 2005.06.17 21:48

처가집에서 있었던 일


간만에 가게 문 닫고 처가집을 갔더랬습니다. 나른한 토요일에 처가 식구들, 집사람과 딸래미는 계곡으로 피서를 갔고, 저는 남아서 집을 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피서철을 노린 도둑이 많아서요. 게다가 에어콘 있는 아파트에 있는게 났지, 뭐하러 고생해가면서 산에 가겠습니까? ^^

오후가 되었는데, 초인종 누르는 소리... '좋은 말씀'을 전하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들어오게 해서 커피까지 줘가며 상대해 주고 있는데, 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역시 '좋은 말씀' 전하러 온 분들... 마찬가지로 들어오게 했죠.
앞 팀은 감리교, 다음 팀은 장로교,.. 저는 네 사람 모두에게 시험에 들게 했습니다. 마태의 거짓말 7가지를요... 모두 쩔쩔매고 있을 때 또 초인종이 울립니다. 호곡! 여호와의 증인이네요. 그 순간 사악한 미소를 짓는 몰러...

      "이 사람들 쌈 붙이면 잼 있겠다."

들어오게 했죠. 우와 ~ 난생 처음 이렇게 살벌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분위기는 첨이었습니다. 하여간 제가 사회를 보고 교리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역쉬, 개독들은 여.증에게 상대가 안 되더군요. 제가 여.증의 발언에 딴죽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안식일에 이렇게 돌아 다녀도 되느냐, 왜 여증이 그린 예수는 고수머리가 아닌 단발머리냐, 왜 여증의 예수는 구레나룻이 있느냐?
그런데, 개독들은 내가 자기들 편드는 줄 알더군요. 수염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하길레,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대로라면 카톨릭이나 개신교가 그린 예수 그림은 모두 엉터리라고 쏘아줬습니다. 구레나룻을 밀지 말라는 말씀을 예수가 어길 자격이 있느냐고...
여증들이 또 나서길레, '아저씨는 왜 수염을 밀었냐'구 했죠.

이제 그런 지엽적인 문제 말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말해보자고 했습니다. 역시 Revelation을 들고 나오더군요. 제가 계시록에 권위를 주는 증거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다니엘서를 제시하더군요.

다니엘서는 예언서가 아니라 예언적인 문체로 유대의 해방을 기술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당시 문학에서 그런 방식의 소설이 많았다. 다니엘서에서 유대인의 주적은 안티오크 4세였고, 그가 당했던 일들은 다니엘서의 내용과 일치한다.
세부적으로 예를 들어가며 다니엘서가 예언서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설파했습니다. (전에는 제가 다니엘서에 대해 솔직히 잘 몰랐었지만, 어떤 분들의 삽질 때문에 공부 좀 했습니다. 특히 다니엘서와 정감록을 믹싱하신 어느 분의 영향이 제일 컸지요 ^^)

고로 다니엘서는 다니엘이 쓴 것이 아니고 후대에 기술된 것이며, 다니엘서를 예언서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결론을 내자, 개독들은 저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함부로 변개하고 거짓 증거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여증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제가 여증을 본격적으로 씹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역시 평화적이란 것이죠.
    "좀 더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대해 그럴리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저도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되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 대해 개독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한다는 자가 그렇게 하나님을 부정하는 말에 찬동을 하느냐면서 여증을 공격하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30초도 안 되어 택도 없이 밀리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부아가 치밀기 시작하더군요. 6명에게 주인을 제쳐두고 객들끼리 싸우는 건 무슨 경우냐고 호통쳤습니다.

  "그 따위 싸가지로 어떻게 천국에 들겠다는 겁니까?"

여증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나갔지만, 개독들은 계속 군시렁 거리길레 교회 이야기만 나와도 주먹부터 나가는 처남이 30분 안에 올텐데 만나 보겠냐고 했죠. (제가 집사람한테 꼼짝 못하는 이유도 처남때문인데...ㅠㅜ.. 덩치가 웬만해야 말이죠.) 처가집 가족사진을 힐끔 보더니 슬금슬금 나가더군요.

역시 나른한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Author

Lv.1 지발돈쫌  프렌드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3 뉴턴의 운명론과 불확정성의 원리 몰러 2005.06.17 2618
192 논리학 문제 - 안티들은 가만히 계시고 교인들만 푸세요. 몰러 2005.06.17 2616
191 강릉에 다녀와서... 몰러 2005.06.20 2616
190 말장난(1) 몰러 2005.06.20 2614
189 유명인사의 임종과 기독교 몰러 2005.06.17 2612
188 영화 레지던트 이블을 보고 (반말이라고 불만갖지 마셔) 몰러 2005.06.20 2612
187 개독 3총사가 떳구낭~ 몰러 2005.06.17 2611
186 진화론자의 딜레머(창조론자의 억지에 대응할 수가 없다?) 몰러 2005.06.17 2609
185 창세기를 삐딱하게 보기 몰러 2005.06.20 2609
184 어이~ 곱... 읽어 봐. 그리고 대답해 봐 몰러 2005.06.20 2606
183 끝까지 야훼가 전지전능하다고 개긴다면... 몰러 2005.06.20 2605
182 [펌] 군대 간 사람은 어둠의 자식들 몰러 2005.06.20 2604
181 Re: 교인의 관점으로 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몰러 2005.06.17 2603
180 헌법 제20조에 대한 소고 몰러 2005.06.20 2602
179 국경일 기념식에 임석하지 않는 대통령 몰러 2005.06.20 2601
178 으악~ 더 이상 못 참겠다.(지사 공장장의 헛발질과 요근래 창조론 주장들을) 몰러 2005.06.17 2598
177 기독교 약사(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동일시 하는 바보들에게) 몰러 2005.06.17 2594
176 고통과 신의 의도에 대한 허접한 생각(존칭 생략) 몰러 2005.06.20 2594
175 사영리 디비기 몰러 2005.06.20 2593
174 Re: 웃기는 뉴스로군요 몰러 2005.06.20 2592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109 명
  • 오늘 방문자 6,046 명
  • 어제 방문자 7,815 명
  • 최대 방문자 7,815 명
  • 전체 방문자 1,697,993 명
  • 전체 게시물 14,416 개
  • 전체 댓글수 38,042 개
  • 전체 회원수 1,66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