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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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님의 칼럼입니다.

창조주의자들에게

몰러 0 1,488 2005.06.17 21:43

창조주의자들에게


창조과학자들의 대부분은 바이블을 문자대로만 해석하려는 성경관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렇게 많은 노력과 돈을 투자하여 습득한 지식들을 헛된 곳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창조과학자 전체를 매도하지 않는 이유는 어제 모교에서 만난 교수님처럼 기존의 창조론자들과 다른 신앙/성경관을 가진 창조과학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분은 30년이 넘는 신앙 생활과 20년이 넘는 과학종사를 통해 창세기의 과학적 증명이나 노아의 홍수의 실증노력 같은 것을 일찌감치 학부시절에 버리고(그분은 이것을 교우들이나 다른 창조과학회원에게 밝히지 못한다고 합니다) 창조주/신의 존재유무 규명이나 창조의 실증에 노력하고 계십니다. 연역, 귀납 같은 말장난(심하다, 말장난이라니…)이나 바이블에 얽매인 연구를 배제하고 말입니다. 이분은 한때 ‘젊은 지구론’이나 ‘가이아 가설’을 연구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이것들을 버렸답니다. 제가 질문했습니다. 이어지는 대화는 제 기억에 남은 것만 올립니다.

‘교수님,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거나 창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네의 질문은 그 자체가 잘못 되었네.’(여기서 저는 데자뷰 현상을 느꼈는데, 이제보니 연민님 때문에… ^^)
‘네, 압니다. 그러나 중생들의 보편적인 물음 아닙니까?(웃음)’
‘질문의 성립은 차치하고 자네의 질문은 꼭 파스칼의 내기를 반대로 한 것 같구만’
‘하하하, 그렇게 되었군요’
‘나는 이렇게 답하지. 정말로 신은 없다 또는 죽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신의 실존을 탐구하는 것이 꼭 헛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네. 물론 자네가 말한대로 신학은 신이 있다고 우기기만 했지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네. 나의 방식은 나중에… 결국은 증명을 못하거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지만, 나는 미리 신이 존재한다고 전제하지는 않네. 결국 나는 신학자들보다 융통성이 있지. 지극히 개인적인 연구지만 나는 이 연구들이 과학과 철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네. 결과에 상관없이…’
‘그럼 교수님은 신, 하나님, 야훼의 실존을 지금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난 하나님이 실존하신다고 믿네.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시는지 알고 싶을 뿐이네.’
‘그럼 방금 교수님이 신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으신다는… 불가지론적인 말씀은 뭡니까?’
‘나의 믿음과 나의 연구를 동일한 선상에 두지 않는다는 말이지.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연구에 대해 믿음의 영향을 배제한다는 것이지.’
‘정녕 그렇게 하실 수 있으십니까? 아니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난 확고하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은 창조과학 비판자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일종의 면피성의 의도로 보입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뭔가를 책임질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면피성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네. 그리고, 자네 말은 그러니까 아직 알 수 없는 결론을 가정에 포함하여 연구나 실험을 함으로 해서 통제성이 없다는 비판 말이지? 내가 그런 비판을 회피하려고 선수친다는 건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의혹을 감출 수는 없군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반박할 길이 없네. 다만, 자네의 그런 의혹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대화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교수님 방을 나오면서 교회에서 신앙고백(사도신경 암송)을 하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하지 않네. 예수님이 동정녀에게서 나셨든 사생아였든, 십자가에 달려서 죽었든 말든, 부활을 했든 말든 내게는 중요하지 않네. 나는 예수님의 실존조차도 관심이 없네… 내가 자네에게 더 설명해줘야 하나?’
‘아닙니다… 교수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에게 물리학(제가 4학기 동안 연속으로 A+을 받은 유일한 과목입니다)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이름이 창조과학사이트에 임원으로 올라와 있길레 약간의 배신감을 가지고 교수님을 찾아 갔었습니다. 한 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그 동안 저 자신조차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에 100%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사고, 인식, 접근 방식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PS : 말도 없이 외박한 것에 대해 화가 단단히 난 와이프에게 어제의 일을 (변명삼아) 말해줬습니다. 와이프 왈
“둘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헐~ 난 소크라테스의 발가락 때도 안 되는데, 와이프는 크산티페가 되어 가는듯… 빨랑 취직해야지  이거 원~ …….
이렇게 생각한 순간 이어지는 와이프의 일성

“왜 하필 그런 중요한 연구를 창조과학회의 이름으로 해야 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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