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러님의 칼럼입니다. |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앵벌녀
작성일: 2002/04/02
작성자: 몰러
어제 있었던 일인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니 확신이 섰기에 이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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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만나러 출장 갔다가 무대리처럼 일이 꼬이고,
재섭는 개독가가 울려퍼지는 택시 타고 돌아오면서 대전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내렸습니다.
꿀꿀한 기분을 추스리면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건너편 인도에 서 있던 쌈빡한 아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이는 22, 3살쯤? 화장빨 고려해도 27세 이하?
키는 한 170쯤? 아냐. 굽높이를 빼면 163, 4 정도겠지...
허리까지 오는 찰랑찰랑 쌩머리... 관리하려면 무지 힘들었겠다.
얼굴도 고양이 상이고 잘 빠졌네...
저 가슴은 뽕일까? 실리콘일까? 진짜일까?
숫컷의 본능대로 쭉쭉빵빵한 그 아가씨를 훔쳐보다가 눈이 마주쳤습니다.
고개를 돌렸다가는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딴데 보는 척 계속 째려봤습니다. 하여간 몰러도 많이 늘었습니다.
엉큼한 넘...
그런데...
이 아가씨도 몰러를 계속 보는 것이 아닙니까? 얼라리... 정말 당찬 아가씨네...
보행자 신호가 떨어지자 길을 건너면서 계속 봤는데, 이 아가씨의 시선도 저를 따라옵니다.
역시 제 근처를 본 것이 아니라 저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눈길을 줬습니다.
그때까지도 이 아가씨는 저를 주목한 상태...
자연인 몰러는 자연스러운 눈길과 자연스러운 표정을 자연스럽게 아가씨에게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몰러의 머리 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흠. 와이프가 애인도 없는 남자(유부남)는 멋대가리 없다고 했는데, 이 참에 그걸 농담이 아닌 진담으로 받아들여봐?’
‘나도 스캔들 드라마 주인공 함 해봐?’
‘혹시 저 아가씨 뒤에 이상한 넘이 버티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조때는데...’
‘그래도 넘 끝내준다. 몸매와는 다르게 엄청 청순하네. 전부 저 여자만 힐끔힐끔 보네.’
이런 생각들을 불과 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했습니다.
‘에이 ~ 별 볼일 없어 보이고 더군다나 첨 보는 넘에게 계속 눈길주는 여자가 어디 정상이것어?’
터미널을 향해 가는데, 잠시후 뒤에서 들리는 TV MC들을 획 돌려세워서 떵침 날려 달나라로 보낼 목소리...
청초녀 : 저, 잠깐만요.
몰 러 : 네?(가심이 두근반 세근반. 이럴수가, 몰러에게 이런 춘정이 남아있다니...)
청초녀 : 한가지 부탁 드려도 될까요?(완벽한 서울 사투리)
몰 러 : 네. 말씀하시죠. 제게 무슨 용건이...?(어슬픈 서울 사투리, 내 목소리가 왜 이리 어벙하게 들릴까?)
청초녀 : 제가요. 대전에 친구 만나러 왔는데, 친구도 못 만나고 소매치기를 당했지 뭐예요?
몰 러 : 아이구, 저런~ (이런, 젠장... 역쉬 선수였군)
청초녀 : 혹, 어디 가시는지는 모르지만 차비 좀 빌려주시겠어요? 꼭 갚을께요.
몰 러 : 지가 핸펀 빌려줄텡께네예, 그 칭구란 분 불러보이소.
청초녀 : 저도 핸드폰 있어요. 근데,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아요.
몰 러 : (프로선수는 아니구먼. 내 말투 바뀐걸 알았으면 몸 사리고 도망할 준비를 해야지)
아이구, 갈수록 태산이네예. 그라마, 아가씨는 어데까지 간~데예?
청초녀 : 경상도 분이세요? ... 전 서울 가요.
몰 러 : 아이구, 지두 서울까지 간다 아임미꺼? 가치 가마 데겠네예. 저 따라오이소. 지가 표 두장사마 데자나예?
청초녀 : (낭패의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
몰 러 : (함 넘겨짚어 보자. 목소리 깔고...) 아가씨! 이런 짓 한지 얼마나 됐어요? 보아하니 초보 같은데...
청초녀 : 네? 무슨 말씀이세요? (흐미~ 눈이 정말 이쁘고 크네)
몰 러 : (목소리 더 깔고) 이런 일 할땐 자신의 행선지를 밝히지 않아야 먹혀드는데, 아가씨는 뽀록냈잖아요. 그러니까 초보지.
청초녀 : (뒷걸음치며)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몰 러 : 아가씨. XX교요? 아니면 △△△교의 곁가지요?
청초녀 : 저 그런거 아니예요!
그때 웬 남자 둘이 뛰어오더니
“선정아. 무슨 일이야?”
옷 위로만 봐도 한따까리 하고 남을 두 놈시키들의 운동살...
반면 배 나오고 느려터져 보이는 몰러의 허접덩치...
계속했다가는 칼침 내지는 턱 빠질 일이 빤했습니다. 그래서...
“아! 친구분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분이셨어요? 하여간 친구분들 찾아서 잘 됐네요. 그럼 전 이만...”
열발짝 걷다가 돌아보니 사라진 세 남녀... 엄청 동작 빠르구만...
1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버스지만 1시간 앞까지 매진... 평일에 웬 여행자가 이리 많냐?
표 끊고, 화장실 갔다 온 후, 의자에 놓여 있던 주인 없는 타블로이드 뒤적이다가 시계를 보니 아직도 15분이나 남았습니다.
답답해서 터미널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이런 씨불년이 아까 서 있던 곳에서 불과 30미터 떨어진 다른 횡단보도 근처에 서 있는게 아닙니까?
그 놈시키들은 벤치에 앉아서 딴전 피고 있구요.
핸펀 꺼내서 신고하려다가, 순경이 보이길래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지목해 줬습니다.
그때 저처럼 어벙하게 보이는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막 먹힐 참이었습니다.
오른 손이 상의 주머니로 들어가더니 지갑을 꺼내더군요.
그걸 본 순경이 뒤에 있던 의경 둘에게 뭐라고 하자,
의경 하나는 아가씨를 잡으러 가고 순경과 다른 의경은 두 놈시키를 잡으러 갔는데...
두 놈시키는 눈치 깠는지 벌써 줄행랑쳤고,
이 아가씨는 그 어벙한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돌아서다가 의경에게 손목을 잡혔습니다.
계속 서 있다가는 파출소까지 가서 증인으로서 조서 작성하는데 껴야 하구, 하여간 엄청 귀찮아질 것 같아 버스에 타버렸습니다.
시민의식이라고는 집나가고 없는 엄청난 자연인 몰러를 실감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팔팔한 29, 30세의 총각이었다면 아마도 경찰에게 신고하기보다는 그 아가씨를 설득해서 나의 여자로 쌱~ 했을 것이라고...
물론 두 놈시키는 반 죽여 놓구요. (가능하기나 할까? 도로 맞아 죽지만 않으면 용치...)
하지만 처자식 딸린 몸이 되고 나니 그냥 남의 일이고, 경찰에 신고한 것만도 어디냐 하는 자위를 했습니다.
왜 앵벌이라고 생각하냐구요? 그냥 세 남녀가 젊음과 미모를 무기로 어슬프게 사기단을 조직한 것일 수 있지 않냐구요?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은 두 남녀일때 이야깁니다.
게다가 두 넘과 그 여자의 이미지는 너무나 판이했습니다.
여자는 분명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해 그 짓을 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사이비 종교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제가 넘겨짚고 두 종교이름을 말했을 때 이 아가씨의 반응 때문입니다.
사이비와 관계가 없다면 ‘니 뭔소리 하노?’ 하는 식으로 반응해야 되는데,
그녀는 분명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저 그런거 아니예요.”
강한 부정은 긍정과 같죠.
불과 2, 3년 전에 어느 사이비 종교 신도인 두 여성이 비슷한 짓을 하여 2년 동안 무려 1억에 가까운 돈을 번 적이 있습니다.
경찰에 체포되자 그 종교단체는 지부장과 일부 몰지각한 신도의 사주로 두 여성이 그랬을 뿐 종교 자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었죠.
어쨌거나 이 아가씨와 그때 두 여성은 앵벌이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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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눈까리 속에 처박힌 말뚝은 못 보면서, 남의 눈에 붙은 티끌은 잘도 파내는구나”
라는 예쑤님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