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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질(?)" 하는 친구
몰러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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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0 16:09
"전도사질(?)" 하는 친구
작성일: 2002/02/07
작성자: 몰러
몰러의 친구 중에 전도사가 하나 있습니다. 약간 날라리 기질이 있었던 고교 짝꿍이었는데, 4년 전에 육군중사로 전역하던 날, 고교졸업 후 12년만에 만났습니다. 군에 있을 때 통신 기술하사관이었는데, 사단 행사때 방송사고(전기가 나간다든지, 앰프가 꺼진다든지, 마이크 하울링이 생긴다든지 하는 사실 별것도 아닌 사고였는데, 그때는 하늘이 노랬답니다. 그리고 함 찍히면 리커버리가 힘든 게 군대죠)를 두 번이나 치고 상사 진급이 어려워 보이자 제대한 친구입니다. 뭐 할거냐는 나의 물음에 이 친구는 덤덤하게 “목사”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당시 아주 강퍅한 안티였던 나는 입에 게거품 물고 반대하면서 ‘앞으로 나 안 볼꺼냐, 니가 뭔 목사질 한다구 그러냐’ 하면서 ‘핍박’했죠. 이 친구는 별 반응 없이 술만 들이켰구요.
이 친구가 그렇게 내게 대들지 않은 것은 과거사 때문이었죠. 이 친구가 하사로 입대하고 난 후 제가 대학 다니던 곳과 멀지 않은 부대에 배치받았기에 면회를 갔습니다. 원래 가족면회가 아니면 외박을 보내주지 않는데, 가족이 없었던 천애고아인지라 친구의 면회임에도 대대장님이 외박을 허가해줬습니다.
여기서 병도 아닌 하사가 뭔 허락받고 외박이냐고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는데... 하사는 2년인가 3년을 영내생활 해야 합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출퇴근하는 진짜 간부가 되는 거죠. 군대 나온 분들은 잘 알겠지만 모르시는 분도 많을 것 같아서 보충설명...
그런데 기껏 외박 나와서 담날 데리고 간 곳이 순복음 교회... 그때 저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기독교에 대해서도 학교서 배운대로 막연히 사랑의 종교겠거니, 교회는 엄숙한 분위기겠거니 했는데... 상상을 깨는 예배라니. 이건 뭐 TV에서 봤던 사이비랑 비스무리... 그런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로 그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쁜 뇨자들이 많아서였지 싶습니다. 헐~
거의 매 주일마다 외출 나온 이 친구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 했는데, 이 짜슥이 어느 날 갑자기 저를 내버려두고 교회를 옮겼습니다. 장로교회로... 엄청 섭하더군요. 몇달 지나서 나도 교회를 옮겼다가 나중엔 안티가 되었지만...
그때의 일 때문에 제게 미안한 감정도 있었나 봅니다. 하여간 그런 친구에게 좀 심하게 말했더랬습니다. 이왕 하려거든 똑바로 잘 해보라는 식으로 말했어야 했는데, 조또 뭘 모르는 넘이 친구에게 상처를 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4년 후... 몇일 전 갑자기 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집 근처에 와 있다면서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빠 울집으로 불렀습니다. 전도사가 되었다는군요. 신학대학원 다니는 중이었구요. 종교이야기는 서로 삼가하고 살아 온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 넘의 동네에 있는 교회는 일욜도 쉬지 않는군요. 전도자들이었습니다. 3명씩이나 같이 다니는 건 또 첨 봅니다. 평상시엔 “말씀”으로 쫑꾸주고 보냈는데 이번엔 친구 앞에서 험한 꼴 보이기도 싫고, 이 친구가 어떻게 나올지 볼 요량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거실에 앉자마자 1분씩이나 엄청 길게 기도부터 하고(주인한테 인사부터 하는 게 예의인데, 이건 뭐 집주인을 완죤 개무시... 교인들은 전도할 때 참고하슈. 기도하기 전에 집주인에게 먼저 인사부터 하고 잠시 양해를 구하는게 순서이자 예의요.) 썰을 풀기 시작합니다. 한참 말이 오가다가 음흉한 몰러는 함정을 팝니다. 이하 사소한 이야기, 와이프가 중간에 끼어든 이야기는 생략하고, 기억나는 부분만 올립니다.
“도대체 창세기 어디에 예수님이 현신하신다는 예언이 있습니까?” ☜ 몰러
(책장에 꽂힌 5종의 성경책 -개역판 없음, 영문판도 없음- 을 보고는)“선생님도 공부를 많이 하신 모양이신데요. 그러나 신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3장 15절을 보시면 여자의 자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남자의 정이 없이 여자의 몸에서 성령으로 잉태하셨습니다. 이것이 창세기에 나오는 예수님 탄생의 예언입니다.”
“선생께서는 마음으로만 신앙생활을 하시는군요.”(‘머리는 없으시네요’라구 하려다 참았슴돠) ☜ 몰러
“네?”
이때 이 친구가 갑자기 나섰습니다.
“여자의 몸에서 난 자식이 어찌 죄가 없으며, 여자의 몸에서 난 자식이 어찌 순결하리요.”
“???..!!!....”(당황~) ☜ 세 전도자
“킥!”(욥기를 엽기적으로 말하네? 전도사 마자?) ☜ 몰러
“선생님, 어찌 그런 말씀을...”(조때돠~ 하는 표정)
“왜요? 형제님? 다 하나님의 말씀인데요.”(진지하게)
“어디에 나오는 말씀인지요?”
“직접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저는 전도사입니다.”
“네에?”
“왜 놀라십니까? 그렇게 어슬픈 영성으로 남의 영혼을 이끌겠다는 것은 옛날 약장수가 만병통치약이라면서 물탄 간장 파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리고! 이 집 주인이 성경을 너댓권 갖고 있는걸 보셨으면 그런 억지일랑 부릴 생각은 아예 마셨어야죠.”
“야 ~ 고마해라.” ☜ 몰러
“보십시오. 형제님. 창세기 말씀에는 여자의 자손이 남자 없이 났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 말씀은 신, ... 신의 자손과 구별하기 위해 인간을 여자의 자손이라고 말한 겁니다. 예수님은 신의 아들이셨지 인간의 아들입니까?”
“하지만 우리 목사님께서 설교하실 때 여자의 자손이란 바로 예수님을 가리킨 말씀이라고 하셨습니다.”
“여자의 몸에서 난 자식이 어찌 죄가 없으며, 여자의 몸에서 난 자식이 어찌 순결하리요. 욥기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목사님께 다시 여쭤보세요!”
(몰러를 쳐다보며)“선생님도 전도사이십니까?”
“이분은 나보다 똑똑해서 벌써 목사가 되신 분입니다.”
(켁!) ☜ 몰러
“어느 교회를 인도하시는지요?”
“아직 돈이 없으셔서 성전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돈 없다는 말에 엄청 힘주고)
“저희 교회로 오시죠. 당회장님은 출장이 잦으셔서 가끔 예배를 돌봐줄 분이 필요합니다.”
“하하. 아직 저는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이제 안수 받은지 한 달도 안 되었거든요.”(이런~) ☜ 몰러
(일어서면서)“꼭 저희 교회로 오시죠. 오셔서 인도해 주시기를 마지않습니다.”
“네, 네.”
전도자들을 보내고 난 후 우린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었습니다.
“야. 우짜자고 그런 거짓말을 하냐? 뽀록나면 어쩔려구?” ☜ 몰러
“괜찮아. 넌 능력 있잖아.”
“시방 나보고 다시 교회 다니란 거냐?” ☜ 몰러
“절때 그럴 일이 없다는거 알아. 니 실력도 잘 알구.”
“어라? 내가 너한테 뭘 보여준게 없는데...?” ☜ 몰러
“너 기독교 비판 사이트에서 방방 뜨는거 알어.”
“뭐?” ☜ 몰러
“너... 몰러 맞지?”
(허걱!) “우째 알았냐?” ☜ 몰러
“교회탈출기를 허접신앙기라고 하면서 올라온 글을 보고 넌 줄 알았어.”
“혹시... 너 지니도사?” ☜ 몰러
“아냐. 나 그 사람 아냐. 난 한번도 글 올린 적 없어. 하지만 가끔 들어가 보기는 한다.”
“우씨... 깜딱 놀랬잖아. 근데. 거짓말은 왜 했냐?” ☜ 몰러
“아까 널 목사라고 한거? 아까 보니까 그 사람들 성경말씀보다 직분이 주는 권위에 더 순종하는거 같아서 그랬어. 내가 목사라구 했어야 하는데 이미 전도사라고 해버렸으니...”
“아 ~ 전도사라고 말했는데도 계속 엉기니까 나를 목사로 사칭시켰구나.” ☜ 몰러
“야. 말 좀 곱게 할 수 없냐? 엉긴다는 말을 쓰구 그러냐?”
“내가 요새 모씨랑 대화한 거 보면, 별거 아니잖수?” ☜ 몰러
“그것도 그렇지. 그러지 좀 마라. 너란 인간에게 회의가 생기더라.”
“까지 마라. 난 프리맨이다. 노예 주제에 말이 많네. ” ☜ 몰러
“하하하”
십자불꺼에 와서 좋은 글 좀 올리라고 했더니 싫답니다. 지니도사님처럼 사려깊지도 않고, 실력도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게다가 계속 십자불꺼에 왔다가는 흔들릴 것 같답니다. 차슥~ 빼기는...
“야. 자신감도 없이... 그래가지고 목사, 아니 전도사 제대로 하겄냐?” ☜ 몰러
“어떻게 해야 목사, 아니 전도사질을 제대로 하는 건데? 니 기준으로? 아님 내 기준으로?”
“니 맘대로 하셔유.” ☜ 몰러
“몰러유 ~ 공부 좀 더해보고... 적어도 니 논리는 깰 수 있어야 목사, 아니 전도사질하지 않겠냐?”
“야. 비꼬지 마라. 나도 진정한 믿음이 어떤 것이라야 하는지 이젠 이해한다. 단지 난 그러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 몰러
“아이큐 두자리 주제에 비꼬는지 어떻게 알았냐? 하하하”
“씨팍 ~ ^^” ☜ 몰러
“킥킥”
“그건 글코... 오늘 있었던 일 십자불꺼에 올려도 되냐?” ☜ 몰러
“맘대로 해라. 뻑하면 이런거 잘 써먹더라. 너... 근데 내가 어디서 근무했는지, 어느 교회 다녔는지는 밝히지 마라... 그러니까 날 그곳에 엮지 말란 말이지.”
“알따. 그런데 너 오늘 졸라 회개해야 되겠네? 십계명을 어겼으니...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게 몇번째 계명이더라? 교회 떠난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네.” ☜ 몰러
“하나님은 그런 사소한 거짓말은 별로 개의치 않으신다. 너두 잘 알잖아. 니가 정의한 바람직한 신이라면 말이야.”
“야훼는 그렇게 대범하지 않던데? 엄청 쪼잔하던데?” ☜ 몰러
“됐다. 마 고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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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허접신에게 자신을 맡겨버린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제가 찾지 못한 의미를 잘 캐치해서 신앙을 유지하는 그들이 대단하다(개독들에게 하는 말이 아님. 그들은 전혀 해당사항 없음)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이 친구에게 놀란 것은 그렇게 양아스럽고 날라리 같은 신자였었다는 이 친구에 대한 제 기억을 무색케 한 것입니다. ‘안 본새 마니 컸네’ 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죠.
삯꾼 목사들에 의해 벼랑으로 인도되는 양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최소한의 바램입니다. 지니도사님 같은 분들이 교단을 이끌어 가는 주류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미안하지만 진짜 속마음은 기독교가 박멸되기를... 인류사를 생각하면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종교입니다. 미안하다 친구야. 지니도사님께도...)
어쨋거나 십자불꺼에서 내 행동을 지켜보는 지인이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군요. 앞으로 단어선택에서부터 뭐든지 자숙해야겠습니다. 에구, 쩍 팔려라.
피에쑤 : 절대고수가 아닌, 모세도 아닌… 황성호라는 사람, 황성호라고 불리는 인간 그 자체, 한 인격체에게 일단 제 잘못을 사과합니다. 사과를 받아주든 말든, 또 당신이 사과하든 말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