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 & 영혼 & 윤회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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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혼백 & 영혼 & 윤회의 주체

쥐뿔! 0 5,561 2003.08.27 16:42
영혼은 우리말에서 그냥 쓰는 일반적 정신작용이나 사후의 그 정신작용이 어떻게 되는냐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종교적으로 쓸 때는 그 용법과 의미가 다르므로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유교적 제사와 관련한 혼백을 보면, 혼(魂)은 하늘로부터 온 기운이며 백(魄)은 땅으로부터 온 기운입니다. 아버지가 하늘이고 땅이 어머니이다 그런 말과는 다릅니다. 이 하늘로부터 온 혼과 땅으로부터 온 백이 합쳐서 인간의 전일적 존재가 됩니다. 물론 부모님의 결합으로부터 온 태생의 근원을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이 혼백은 그러므로 원래 없던 것에서 왔으니 죽으면 다시 하늘과 땅으로 천천히 돌아간다는 유한적 가합적 결합이자 해체입니다.

이 혼백에 근거해서 유교적 제례가 이루어집니다. 시신이 땅에 묻혀 백골이 진토가 되는 기간을 보통 1백년 안팍으로 본다면 어린 손주로부터는 4대나 5대 조상이 될 것이고, 제주로 보면 3대쯤 되는 조상입니다. 이 혼과 백이 다 하늘과 땅으로 돌아가서 없어지는 기간 동안에 제사는 집에서 이루어집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채 사라지지않은 조상의 혼백은 아직고 살아있는 자손을 통하여 응기감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제주로부터 3대에서 5대까지만 집에서 지내고, 그 이후에는 일년에 몇번 돌아오는 시제때에나 조상을 한꺼번에 모시고 종산에서 제사를 치릅니다. 이 시제의 대상은 혼백이 모두 사라진 조상들입니다. 그러니 조상이라는 가문의 줄기일뿐 이미 혼백은 없습니다.

기독교적으로는 이게 조금 다르지만 그 근본은 같습니다. 용어적으로 영혼은 분명히 분리가 됩니다. 아담이 죄를 지은 후에 사망이 왔지만, 인간의 수명을 120으로 정하는 창세기 6:3절에 "혼은 120년만 육체에 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독교적으로 보면, 영은 하나님에게서온 영원불멸의 존재이며, 혼은 육체에 깃든 사망의 유한적 존재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원불멸의 영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영원한 벌과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불멸적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혼은 죽으면 육체와 같이 사라지는 것이며, 부활하는 영생육체는 이 혼과 결합하는 것이 아니고, 성육화된 육체에 영과 결합하는 영원한 존재입니다.

혹시 기독교인이 이 말을 듣고 뭐 이런 이상한 설명이 있는가, 혹은 이단적 해설이 아닌가 한다면, 자신의 기독교적 영혼관의 무지를 자각하는게 빠릅니다. 유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원한 영과 성육신이 별도로 있다는 점이고, 죽고 소멸하는 인간육체와 육체와 더불어 사라지는 혼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영원성인 영육만 빼면 혼백이 혼육과 같다는 유교와 공통된 점이 있긴 합니다.

불교적으로는 이 양상이 또 다릅니다. 불교는 순환론적 윤회관이기 때문에 영혼의 문제는 윤회를 하는 주체가 무엇인가로 귀결됩니다. 조금 다른 것은 윤회의 주체는 바로 그 주체이지만 이생과 후생의 몸과 위치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됩니다. 다른 지방 다른 부모밑에 태어나니, 사람으로만 보면 아주 다르지만, 그 속의 윤회주체는 같습니다.

그러면 윤회의 주체란 무엇입니까? 혹시 들여다 볼수 있습니까? 이것을 규명해놓은 불교교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유식불교라고 하며, 참선의 수도단계로도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용어가 등장해야 하나 쉽게 가봅시다.

인식의 주체단계를 눈, 귀, 코, 혀, 촉각 다섯개를 통하여 수집 종합한 것이 의식입니다. 다섯개와 종합 그것까지가 6개이므로 이것을 6식이라고 하고, 이 종합적 사고를 의식이라 합니다. 우리말 의식이니 의식불명이니 하는 그 의식이 바로 불교용어에서 나온 여섯번째의 인식주체입니다.

이 의식은 깨어있을 때 오감을 통하여 인식하고 사유하는 일반적 정신상태입니다. 이 다음의 정신상태는 모릅니다. 이 의식은 잠들면 없어집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설꿈꾸는 상태, 깊은 꿈꾸는 상태, 꿈조차 꾸지 못하는 더 깊은 수면상태....이것이 스님네들이 극복하는 실제적인 첫관문입니다. 그래서 잠자지 않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장좌불와는 비록 몸은 길게 비스듬히 피로를 풀지만 잠속에서조차 잠자지 않고 구하는 구도입니다.

이 잠속의 의식을 제7식(일곱번째의 의식주체)라고 하며, 의식보다 더 근원적인 인식주체입니다. 이것을 연구한 사람이 칼융이고 프로이드입니다. 그들의 용어를 빌리면 의식 무의식 잠재의식 심층의식 전의식 .....이런게 이미 2천년전에 인도에서 수행으로 연구된 것입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정동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 이런 말들이 프로이드와 칼융의 단어로 바뀌어진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윤회의 주체는, 즉 사람의 윤회를 이끄는 인식주체는 이것 너머에 있습니다. 그것이 잠보다 더 깊은 인식주체입니다. 이쯤 되어야만 전생과 우주연기를 확연히 깨닫는 수준으로 가며, 잠이 들었을 때나 깨어을 때나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동일한 인식주체로서 우주를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덟번째의 인식이고 제8 아뢰야식이라 합니다.

이 아뢰야식을 업식이라 하고, 자신의 본체 전생윤회와 업을 꿰뚫는 진정한 주체를 확인하고 깨달아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흐릿한 7식이나 의식으로 돌아가지 않고, 깨어있는 의식단계에서도 자신의 진정한 주체인식인 8식으로 인식한 주체로서 보기 때문에 깨어있는 진정한 인식자각이 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 들어서야 돈오점수와 돈오돈수라는 말이 겨우 끄집어나오게 됩니다. 돈오돈수 돈오점수는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는 일반적 용어는 아닙니다.말하자면 깨닫고 나서 후의 문제가 대두가 되며, 그 깨닫고 수행을 더하느냐 혹은 그것은 아직 덜 깨달았기 때문이냐 하는 한국불교 조계종의 보조와 태고, 성철당 해인사파와 송광사파간의 논쟁거리가 되는 주제입니다.

이게 유식사상을 가지고 풀어보는 불교 영혼, 아니 윤회의 주체를 끊어내버리는 방법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설명한 나를 탓하시고.......알아보세요.........

단, 나는 어느 종교에도 전문가가 아니니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가르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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