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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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도박.........

쥐뿔! 0 2,494 2003.01.21 13:47
환락과 오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사람들이 모두 일확천금을 꿈꾸고 도박장을 드나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호기심으로라도 부담없이 한번쯤은 땡기게끔 되어 있다. 화투나 카드도 집에는 없을 정도로 도박에는 관심이 없던 나도 거기에 머물던 6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땡기고 했으니, 원래 분위기 돌아가는대로 장단을 맞춰준 셈이다.

25센트 슬롯머신에 20달러 지폐를 넣으면 80이 카운터 되고, 배팅은 1/2/3으로 할 수가 있다. 그저 배팅을 3이나 2에 놓고 누르거나 땡기기만 하면 된다. 점차 스코어가 떨어져간다. 한 30정도 였을때 한건이 붙었다. 640점.......나도 모르게 악 하면서 cash 버튼을 눌렀다. 한 3분간 두두두두두 동전이 떨어진다. 그걸 비치된 컵에 담으니 한컵 반이나 된다. 이걸 들고 이 기계 저 기계 기웃거리면서 동전넣고 누른다.

이러는 동안에 언뜻 스치는 것이 25센트 동전은 돈이 아니고 겜블 칩이 된 것이다. 한번 배팅할 때마다 3개씩 돌리니, 대충 우리돈 천원이 날라간다. 근데도 그게 천원씩 날라간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저 칩을 배팅하고 돌아가면 된다. 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중에 한컵 기득 든 돈을 교환하면 한 이백몇달러가 된다. 그제서야 돈이다. 분명 25센트 동전도 돈이건만 그게 겜블링하는 동안에는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시골서 자라오면서도 도박, 아니 그저 재미삼아 점 백원을 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대학시절 겨울 방학때 시골에 가니 젊은 백수 선후배 또래들이 한집에 모여 사랑방 군불을 때놓고 밤9시 정도부터 새벽 네다섯시까지 카드와 화투를 날렸었다. 그 옆에는 술도 있고 안주는 김치 정도 뿐이었다.

나같은 새가슴이야 몇천원 몇판에 날려먹고는 그저 깡소주 비우는 재미에 붙어있었으나, 밤 열두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른 생활 청년으로 새 아침을 맞았던 것이다. 근데도 그 애들은 그런 밤일로 온겨울 동안을 지샜으니, 군대가기 전에야 직업이 있을리 만무하고, 하루 나뭇짐 하나만 산에 올라가 뚝딱 해치우면 집에서 누가 뭐라하지 않던 꿈의 세월이었던 것이다. 겨울철이니 뭐 농사거리도 없고.......

그 이전 70년대에는 시골 아자씨들의 도박이 큰 문제였었다. 다른 동네로 원정가고 오고 해서 겨울철 지새는 데는 이게 제일의 오락이었는지는 몰라도 현금이 없었던 시절에 집문서 땅문서 가지고 몇날 며칠을 새면 땅주인 판도가 달라지기도 했었다. 어리석은 아저씨 하나두고 나눠먹는 꼴도 있었고....그러다 보니 경찰서에 붙들려가기도 하고 해서, 한판벌어지면 집에도 안가고 먹고 자고 하면서 몇날 며칠 하다보니 안들킬 수도 없었고, 동네에선 도저히 판을 벌릴 수가 없었다.

시골 동네 도박의 피크치는 동네에선 도저히 할 수 없으니, 산에 있는 굴을 넓히거나, 남들 모르게 굴을 파서 거기에 모여 들킬 염려없이 밤낮으로 쳐댔다. 동네에선 안보이고 도박판도 없는데 하면 영락없이 산속 어딘가에 판을 벌이고 있는 거였다. 먹는거나 마시는 건 나뭇짐 같은데 퍼날랐으니, 그거 관리해주고 구전 뜯어먹는 사람도 생기고 어쨌든 판 운영책임자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요즘에 돌고도는 하우스 도박의 원조는 바로 겨울날 그 산속동굴에서 피튀기며 겨울잠(?)으로 날 지새던 그분들의 가르침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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