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와 天地不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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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옆집 아저씨와 天地不仁

쥐뿔! 0 3,838 2002.10.16 10:12
옆집 아저씨와 천지불인(天地不仁)

"인간이 너무 많아.... 이거야 원 전쟁이나 나서 솎아내야지."

옛날에 우리 시골 옆집 아저씨가 하는 말이다. 이 집은 그럼 자식이 없냐? 그렇담 이해라도 하지. 자그마치 여덟이야..그 장남이 내친구고. 남들은 한 10년에 자식 농사짓던 때에 20년도 넘게 지어온 사람이다.

근데 이집 큰아들이 한강 이남에 살다가 한강 너머 용산으로 이사간다는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아이고 난리가 났어요.

"이눔이 새꺄. 한강 너머가지 말라고 그랬는데 한강을 왜넘어? 전쟁나서 다리끊어지면 어떻게 할려구 거기로 이사 가? 이눔시키 한강 너머가지마. 당장 아래로 내려와."

하도 욕을 처먹은 아들이 마침내 용산입성을 포기하고 양화대교 남단인 양남동으로 이사를 한거지. 근데 이 친구놈은 직장이 어딘가 하면 북단 일산 위에 있었던거야. 아버지 몰래 이사는 못하고 잠만 한강이남에 두고 살고 있지.

이 아저씨가 전쟁나면 자기아들만 살아남고 남들은 다 죽어나자빠져도 상관안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식 여덟인 주제에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단 말이야. 요런 사람들을 위해서 옛날부터 가르침이 있었으니 바로 노자의 천지불인이다.

노자는 천지불인(天地不仁), 천도무친(天道無親)을 말하였다. 하늘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인자하게 대하지 않고, 하늘의 도는 특정한 사람을 편애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전쟁도 홍수도 가뭄도 모두모두에게 두루 그 참상이 미치고, 역병도 왕후장상을 가리지 않으며, 선한사람 악한 사람도 가려서 비껴가는 것이 아니다. 악하다고 다 천벌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선하다고 다 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특별히 선택된 민족이라 생각했다. 오직 유대인만을 위한 신으로 그들의 기도를 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바빌론으로 끌려간 그들은 더이상 하나님이 자기들만의 하나님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유아적인 자기 이기적 하나님, 편파적인 하나님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예수의 말에도 노자 천지불인과 같은 말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 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 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너희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5:45-48)

하나님은 착한 사람이나 옳은 사람만 편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악한 사람도 죄인도 똑같이 해를 주시고 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하나님은 유대인과 이방인,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의인과 죄인, 인간이 자의적으로 만든 이러한 이분법적인 잣대를 초월하여 공평무사하게 사랑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그렇게 말했지만 당시의 유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천지인 여호와 하나님은 자기들만의 구원과 축복의 신으로 간주했다. 이기적인 신을 고수했다. 지금의 한국 개신교도랑 다를바 없는 이기적인 신.....그런데 예수는 이걸 부정한 것이다.

예전에 인도에 물난리가 나고 열차시고가 나서 수백명 수천명이 죽었다. 우리나라에 쓸개빠진 목사 나부랭이들이 그걸보고 예수를 믿지 않아서 벌을 받은 것이라 했다. 당장 이나라에 열차사고가나서 천명이 죽었다면 그중에 기독교인은 300명이나 된다. 하나님이 그 삼백명만 빼서 구출시키고 나머지 7백명을 죽게 하든가, 아니면 천명 모두를 불신자로 채워서 사고를 낼 것 같은가?

장마홍수는 교회와 문설주에 피바른 집에만 비껴갈 것 같은가? 이번에 130여명이 죽었다. 그중에 기독교인도 있고, 교회가 무너지기도 했다. 하늘은 기독교 비기독교를 가리지 않는다. 그게 천지불인이다.

우리 옆집 아저씨나 인도참사에 하나님의 벌이라고 지껄이는 들떨어진 목사나 다 제 이기적 해석으로 매달리는 짓이다. 예수조차 하늘은 천지불인을 외치는데 그걸 따른다는 것들은 자기 머리 위에만 비가 안온다고 믿는단 말인가?

한심한 기독교인들을 볼때마다 예수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그런 한심한 예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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