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받이 / 씨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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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씨받이 / 씨내리

쥐뿔! 0 3,683 2003.07.09 01:12
씨받이야 우리나라를 포함한 고대든 현대든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적이든 간에 행해져온거는 다 아는 사실이고, 특이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도 없겠다.

구약에서도 이 씨받이 역사는 초기부터 등장하나, 우리는 그저 일부다처제로 여길뿐 그렇게 욕할 것은 없다. 아브라함이 사라의 배로부터 자식이 안생기니, 사라가 몸소 그 몸종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씨받이로 바치는 것 그게 시초다.

야곱 열두 아들의 어미들은 씨받이의 역사다. 야곱의 첫마누라 레아와 둘째 마누라 라헬은 장인의 농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들을 낳는 순서를 보면 좀 석연치 않다. 제일 먼저 이들을 낳은건 큰마누라의 몸종이요, 그 다음이 큰마누라다. 그 다음이 둘째 마누라 몸종이요 마지막이 둘째 마누라다. 몸종부터.....ㅎㅎㅎ

물론 촛점은 막내아들 요셉의 어미인 라헬이다. 이 라헬을 얻고자 20년 종살이를 했다는 얘기는 아들을 얻은 순서로 보면 말짱 거짓이요, 그저 요셉의 권위와 가계를 드높이는 짓거리일 뿐이다. 그래도 뭐, 씨받이 역사는 역사적으로 가부장 제도하에서 인정을 해온 것이니까 별로 시비걸고 넘어갈 마음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씨내리가 있다. 물론 아들이 부실해서 아무도 모르게 외간 사내를 며느리에게 들여 씨를 받아 집안을 이어간다는 그 처절한 몸부림을 이해할만도 하다. 다만 씨받이와 다른 것은 은밀하고도 처참한 뒷처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사실.....

구약에서 이 씨내리를 아주 중요한 대목에서 볼 수 있다. 구약 중에서 아주 미미한 <룻기>는 실제로 이스라엘 왕의 강림을 위한 중요한 권서이다.

시어머니인 나오미의 두 아들이 결혼한지 10년이 지나도 자식없이 죽어나가자 며누리 둘이 자식도 없이 시어머니와 살게 된다. 순전히 끈없는 관계인 여자들만이 그것도 자식없는 시어머니와 젊은 며누리들이 살게 되었으니, 장래도 없고 가업도 이어갈 수 없는 딱한 처지이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급기야 두 며누리한테 각자 친정으로 가라고 한다. 첫며느리는 친정으로 돌아갔다. 둘째 며누리 룻은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어머니와 함께하기를 간청한다. 이 의지할데 없는 두 자부가 베들레헴으로 거지동냥하듯 와서 먼 부유한 친척벌 보아스 추수밭 이삭줍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시어머니는 며누리를 위하여 단장을 시키고 보아스 잠자는 거처에 몰래 보낸다. 이에 보아스는 자기가 기업을 이어갈 자가 아니라고 하고 그 아래인 "아무개"에게 룻을 넘긴다. 그 아무개가 룻과 동침하여 오벳을 낳는다. 이 오벳이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를 낳아 드디어 기업을 무르게 된다. 그리하여 룻기에 이르기를

"나오미가 아기를 취하여 품에 품고 그의 양육자가 되니
그 이웃 여인들이 그에게 이름을 주되 `나오미가 아들을 낳았다' 하여 그 이름을 오벳이라 하였는데 그는 다윗의 아비인 이새의 아비였더라
...........
살몬은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낳았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더라"

만일 우리식 씨내리였다면 나오미 가문은 룻의 씨내리인 그야말로 "아무개"를 통하여 가문이 유지되었다 할 것이나, 우리나라처럼 당연히 묻힐 것이요, 씨를 준 일도 없는 보아스로 이어지고 아무개는 그야말로 아무개로 씨만 준 것이다. "아무개"는 내가 한말이 아니라 구약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 원래 씨내리는 동서고금을 익명에 비밀이 맞는 것이다.

이게 유대식 씨내리이다. 또한 형이 죽고 동생이 그 형수를 물려받아도 그 소생은 자기자식이 아니라 형의 자식으로 가업을 이어가게 되는 관습니 있었으니, 불행한 오난은 형의 자식 만드는거 거절했다가 벼락맞아 죽고만 것이다.

이 기업(가업)을 무른다는 유대식 관습은 다윗의 씨할아버지인 아무개를 통하지 않는 법통인 것이며, 그 차리 보아스의 자식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벌어진 데가 다윗의 출생지인 베들레헴이다.

요셉은 달이차매 마리아와 베들레헴으로 호적신고를 하러가서 예수를 낳는다. 이 베들레헴은 룻이 찿아들어 다윗이 태어난 고향이요, 예수는 유대의 메시아인 다윗의 자손이라는 메시아의 자격요건을 획득하러 간 것이다.

요셉이 예수의 씨아버지가 아니래도 씨내리 여호와의 성령잉태를 통한 기업을 무르게 되는 유대 관습적 인정을 얻게 되는 것이며, 복음서에 아들계보로 주구장창 내려오다가 마지막에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라는 "아무개" 씨내리를 통한 요셉 아들이면서도 은근히 아무개(여호와)의 하늘계보라는 주장이 유대식 타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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