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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감별사- 예수
쥐뿔!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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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9 09:36
알곡과 쭉정이를 가린다는 저 가라지의 비유를 어느놈은 가라지가 아니라 독보리니 어쩌니 해서 변죽을 울립니다만, 어쨌간에 가라지는 추수때 모아서 한꺼번에 불태워지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인 가라지 분별이 양계장에서는 행해진지가 오래이니, 우리가 예수재림시에 당할 처지를 미리 한번 상고해 봄직함도 유익할런지는 몰라도 마음예비를 위해서는 해볼만도 하겠습니다.
암닭들이 열씸히 알을 까면 실하게 보이는 것들을 모아 부화장에 넣어 이놈들이 깨나옵니다. 그러면 양계장 병아리 감별사는 이놈들을 손가락으로 쓰윽 배설강(거기)을 촉각으로 문지르면서 바로 암컷과 숫컷으로 분별해버립니다. 감별사는 눈이 좋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한마리 집어들고 손가락으로 쓰윽 문지르고 내려놓는 3초 동안에 벌써 거기 한번 닿은 돌기를 보고 암수를 구별해 냅니다.
여기서 분별 선택된 암놈들은 이제 영양 풍부히 먹으면서 호위호식은 아니더라도 매일 같이 알 하나씩만 낳아주면 됩니다. 근데, 양계장의 목적상, 닭들은 넓게 움직일 수 없고 그저 먹고 마시고 낳기만 할 좁은 공간, 이를테면 빈둥빈둥 닭들의 천국을 즐깁니다.
물론 숫컷들이야 원래 암컷한테 수정란이나 만들어주는 존재들이니, 양계장 주인님에게는 쓸모없는 존재라서 암닭들의 천국에서 껄덕댈 일도 없겠거니와 기냥 저세상 사료가 됩니다. 차라리 부화되기 전에 죽어서 곤계란이었으면 밝은 세상 보기도 전에 가버려서 얼마나 편하겠습니까마는, 하필 가라지 수컷으로 태어나 기냥 영원한 죽음으로 가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감별사 손꾸락에 한번 닿으면 그길로 심판의 길로 떨어지는 운명입니다.
수탉이 없는 암컷들의 천국에서 암닭들은 주인님이 바라는 알만 잘 낳아주면 만고땡이지요. 먹을 것 마실 것에 수컷 껄덕대지도 않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이 좋은 하세월 영적 결실이 한계가 있듯이 한일년 지나면 몸도 축나고 산란 계란수가 점차 떨어져가고, 드디어는 전성기 보다 1/3 정도 알낳는게 떨어지면 이제 몸으로 주인에게 봉헌해야 할 차례입니다.
주인님에게 그동안 낳준 알도 다 보상받지 못하고 오직 산란수로만 생사를 가름하는 비정한 주인님의 처분에 마지막 남은 제 몸뚱아리 하나조차 주인님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차라리 곤계란때, 아니 감별사한테 기냥 수컷처럼 분류되어 죽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뭐주고 뺨맞는것도 유분수지 속절없이 갈기갈기 몸을 찢지는 형을 감내해야 합니다.
양계장에는 모든 암컷은 신부일뿐 같은 닭신분인 신랑은 없습니다. 오직 신랑이라면 주인님이 그 신랑일 뿐입니다. 신랑을 위하여 매일 알을 낳아드렸건만 주인은 그저 양계장은 그저 주인의 것으로만 여길뿐 진정 닭들을 위한 양계장은 아닙니다. 주인님이 보살피는 닭이란 그저 건강하게 알만 잘나다가 육질좋게 죽으면 그만입니다.
가라지 수컷 여러분, 암탉이 좀더 산다고 해서 그 무슨 부귀영화를 세세히 누리겠습니까?
알곡 암컷 신부 여러분, 같은 닭도 아닌 주인님이 그 무에 수컷보다 더 좋겠습니까?
양계장이란 그저 주인님을 위한 공간일뿐 암컷여러분을 위한 복지시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감별사 예수를 원망하는게 더 낫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