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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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님의 칼럼입니다

의식의 흐름

쥐뿔! 0 4,610 2003.12.19 10:06
지난 여름에 한겨레 게시판에 누군가 <화두을 왜 잡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아무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아서 좀 섭섭했다. 누군가는 답을 주어야겠지만...그래서 참선을 1초도 안해본 이몸이 비전문가로서 추론해보겠다.

인도 힌두식 요가명상은 수련을 통해 범신적 우주일체와의 합일을 추구하므로 유신론적 수도명상이랄 수 있으나, 석가모니의 방법은 무신론적 수행으로 인간의 사유를 통한 깨달음이므로 그 질적 차이가 근본적으로 틀리다.

석가모니는 중국식 참선수행에 쓰이는 화두를 참구하는 방법으로 깨달음에 이르지 않았다. 아마도 인도식 위파사나 수행으로 정각을 이루었겠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참선이라는 수행방식은 도교적 수련이 가미된 것이다.

그럼 인도식 수행방법에 없는 화두가 중국선에서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참선은 신을 찾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한 기도처럼 신께 고하고 올리는 것도 아니요, 명상을 통해서 신의 경지를 경험하는 것도 아니요, 참으로 막무가내식으로 수행한답시고 앉아 있다고 해도 그냥 깨달음이 잡아지는게 아니다..

문학용어 중에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라는게 있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라는 소설을 보면, 그냥 감옥 속에서 하룻 동안의 일과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과거 잡생각 자신처지 반복되는 일상 같은 하루종일 의식저변의 일을 소설로 엮은 것이데, 그 분량은 분명 하룻동안 읽어도 반도 못가게 된다.

눈으로 읽는 소설속 하루가 의식 속에서의 하루를 못따라갈 정도로 의식은 끊임없이 작용하고 과거에서 현재로, 경험에서 반응으로 계속 생각을 이끌어낸다. 이게 불교수행으로 보면 수행을 방해하는 잡생각이다. 이 잡생각 중에서도 수행이 안되면 안될수록 헛된 잡생각과 상상이 꼬리를 물고 나래를 치게 되니, 참선한답시고 앉아서 그 참기 힘든 허송세월로 보내느냐 하는 문제와 이 잡생각을 끊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게 화두다. 말하자면 어린애 놔두면 자꾸 엄마한테 칭얼대는 꼴이니 그냥 막대사탕 입에 물려 딴생각하지 말고 그 단것에만 빨면서 있으라는 방편적 처방이다.

참선할 때 가장 큰 장애는 잡생각과 무기(無記)이다. 무기란 그냥 멍한 상태로 지나는 허송세월이다. 잠도 이 무기 속에 들어가 있다. 그러니 예를 들어 <이 뭣고?>라는 화두를 받았으면, 계속 <이 뭣고?>를 붙들고 앉아서 수시로 들어오는 잡생각 상상 무기를 없애라. 오직 하나의 끄트머리인 <이 뭣고?>만 붙들고 늘어져라.

식사공양에도 화장실간에서도 세수하면서도 참선할 때도 잠잘 때까지 이 하나만 붙들고 참구하라.......이게 화두를 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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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수행 1초도 안해본 내가 답한 것이나 그리 틀리지 않을 겁니다.
물론 화두를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닌 묵조선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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