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2월03일(토) 02시36분13초 KST
제 목(Title): [하야니에게] 우연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모든 것이 우연으로부터 온다면 우연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세.


만일 엄밀한 탐구에 의해 (실제로 우리가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노력을

요하는 것이기에 대부분 사고 실험의 수준을 넘지 못하겠지만) '**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세. 우연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 자체가 온당하지 못하다네. 예를 들어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세. 차라리 질문을 '우연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까요?'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나?


결국 우연이란 것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인식론적 한계(과학적으로든

신학적으로든)일 뿐일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원인을 갖는 것을 우연이라고

부르는 걸세. 만일 이러한 우연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스피노자의 지적대로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


내가 '우연'이라고 말할 때에는 이러한 정도의 의미로 쓰고 있네. 예를 들어

동전을 10000번 던진다고 하면 앞이 5000번, 뒤가 5000번 정확히 나올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걸세. 이 경우 만일 앞이 더 많이 나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러한 경우를 '우연'이라고 부르네. 원인이 있겠지만

더 이상 캐지 않네. 더우기 이러한 '우연'에 어떤 초월적인 원인 제공자가

없다고 해서 설명에 곤란을 느끼지도 않아.


나는 이러한 개념으로서의 '우연'이 생물 진화의 mechanism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는다고 생각하네. 오해하지는 말게.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을 뿐 '이것이야말로

생물 진화의 mechanism이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네. 그렇지만 적어도 '우연은

생물 진화의 mechanism일 수 없다'는 논리와 맞서 싸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

하고 있네. (이것이 설마 '하나님과 싸우는' 것은 아니겠지?)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