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세습..


Re: 세습..

※※※ 0 1,742 2003.10.06 01:5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2000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06시 44분 23초
제 목(Title): Re: 세습..


옛날 유대인에게는 희년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희년은 50년을 주기로
그 때까지 있었던 개인적인 빚들을 모두 탕감해주고, 심하게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주며, 개개인들이 소유하고
있었던 땅들을 모아 각 지파 사람들이 골고루 분해하여 나누어 가진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제도였다고 합니다. -가축들과 같이 동산에 해당하는 재산들
은 어찌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 제도가 어떻게 해서 폐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세습을 위해 여러 가지
편법들이 나왔을 가능성이.....)

부와 권력의 세습은 여러 가지로 폐단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
희년제도가 오경에 등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시대의 습속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오경의 편집 시기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앗시리아의 억압적 통치 아래 다윗 왕조가 쇠퇴하고 유대 지역은 부호들에 의해

분할 지배되고 있던 BCE 7세기로 돌아가 봅시다. 젊고 의욕적인 왕 요시야는 왕권

재확립과 앗시리아 세력 축출을 위한 군사적인 시도를 감행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개혁 작업에 대한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성전을 개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낡은 문서를 '우연히 발견'합니다. 요시야의 친위

세력인 일군의 사제들은 이 문서가 모세 시대에 씌어진 것이라고 인증, 선포하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해치웠겠죠) 왕은 이 문서에 수록된 율법을 모범으로 삼아

앗시리아의 식민 통치 아래 와해되었던 유대 사회를 재편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요시야의 '신명기 개혁'이며 이때 '발견된' 어딘지 수상스러운

문서가 바로 신명기입니다. 신명기 개혁의 핵심은 지방 분권적 토호 세력 척결을

위한 왕권 강화와 중앙 집중 정책입니다. 지금까지 각 지역 성소(베델, 실로 등)와

산당에서 이루어지던 제의에 대한 탄압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열왕기 등의 문서에서 요시야보다 훨씬 이전의 왕들이 이미 지역 산당에서의 제의를

금지하고 지역 성소를 혁파하였다는 식으로 광범위한 날조가 자행된 것도 요시야

친위세력의 소행입니다.


개혁의 다른 축은 피지배층에 대한 지역 부호들의 착취 구조의 철폐와 다윗 왕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부채

탕감과 노예 속량, 빈민과 과부와 병자들에 대한 구휼 사업이 추진됩니다. 이러한

개혁으로 인해 고리대금업과 노예를 이용한 농장 경영으로 수입을 올리던 토호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다윗 왕조 이전 시대에 희년 제도가 레위기나 민수기에 씌어 있는 대로 잘 실시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본격적인 실시는 이처럼 수백 년 이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 레위기나 민수기의 희년 제도는 왕조 시대의 비교적 근대적인 경제 체제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시적인 지파 공동체 경제를 전제하고 있으며 경작지의

재분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즉, 이 시기만 해도 토지는 '지파' 또는

그보다 작은 범위의 씨족 집단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이 50년마다 상기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레위기의 희년맞이 노예 속량

제도 역시 이러한 씨족 공동체의 틀 안에서 이해됩니다. 씨족의 구성원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희년까지' 종살이를 해야 한다는 거죠. 이 규정이 레위기에

씌어 있는 대로 준수되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씨족 구성원이 아닌 자' 즉

외국인 출신 노예는 영구히 속량되지 않았고 대대로 상속되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 너희는 이 종들(staire 註 : 외국인 출신 노예들)을 자손에게 대대로 물려주어
> 언제까지나 소유하게 할 수 있다. 너희는 그들을 종으로 부릴 수 있으나 너희
> 동족 이스라엘 백성끼리는 아무도 심하게 부릴 수 없다. (레위기 25:46)

이 구절에서 보듯이 레위기에 묘사된 희년의 노예 속량 제도는 씨족 공동체 경제

체제 아래에서의 제한된 재산관리 규정을 반영할 뿐 노예 해방의 숭고한 정신과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신명기의 묘사는 사뭇 다릅니다. 여기서는 희년 따위는 관심 밖입니다. '3년마다'

십일조를 바칠 때 그것을 '레위인과 떠돌이와 고아와 과부에게' 나누어 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7년마다' 빚을 탕감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레위기에는 없던

빈민 구제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7년마다 실시되는 부채 탕감과 노예 속량의

규정 역시 지파의 틀이 아니라 보다 큰 범위의 민족 공동체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경이 되는 경제 체제 역시 레위기 식의 소박한 지파(씨족) 공동체

경제의 틀을 벗어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인 징세 제도인 십일조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레위기나 민수기의 십일조는 단순한 신전세 정도의 의미인 데에 반하여

('여호와께 드린다'는 명목 아래 사제들의 차지가 되었죠) 신명기의 십일조는 빈민

구제의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 점에서 (픽터식 표현으로는 제비새끼 먹여살리느라

낭비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씨족의 테두리를 넘어선 국가적 구휼 제도의 증거를

남기고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luke님께서 질문하신 '이 규정들이 어떻게 해서 폐지되었을까'라는 점은

쉽게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요시야는 앗시리아를 급속히 무너뜨리며 성장하던

신흥 강국 바빌로니아에 밀착하여 앗시리아-이집트 동맹을 적으로 돌린 끝에 BCE

609년, 므깃도 전투에서 이집트에 패하여 전사합니다. 이후 다윗 왕조는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되며 왕권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였습니다. 친 요시야 사제

집안의 마지막 후계자인 예레미야의 긴 탄식을 끝으로 유대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빈민 구제, 부채 탕감 등의 개혁은 다시 시도되지 못하였으며 날조된 신명기만 남긴

채 스러지고 말았습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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