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에 대해서


사단에 대해서

※※※ 0 2,940 2003.09.27 12:47
저는 누구를 놀리기 위해 사탄을 참칭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게 붙여 준 이름입니다.

저로 인해 마음이 아프시다니 일면 고맙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모욕적이기도 합니다.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김용옥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자신의 '깊음'의 확신이 남의 '얕음'을 전제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타인의 실존적 체험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에게 있어서 심오한 그 무엇으로

 항상 남습니다.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를 향해 '사탄'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함부로 붙입니다.

당연히 듣는 사람으로서는 불쾌합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려니...'하면서

그래도 좋은 면으로 받아들이려 하지만요.

'그렇소, 나는 사탄이오.'라는 말이 무서운 말로 들리듯이 '이러이러한 자는

사탄이다.'라는 말도 똑같이 무섭고 마음 아프게 들립니다.


'예수 천당'이라는 말 뒤에 생략된, 짝을 이루는 말이 있지요.

누구에게도 신념의 차이를 이유로 해서 그에게 사후의 지옥을 선언하는 폭력을

행사할 권리는 없습니다. (...라고 사탄은 생각합니다.)

이 보드는 기독교인의 자리이므로 듣기에 과히 거슬리지 않습니다만 행길이나

지하철에서 그러한 언어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이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말이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고 과시하는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만 ('과시'라는 표현은 그 말을 형광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써붙여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높이 쳐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혼자서

조용히 간직하는 말이라면 그렇게 부르지 못하겠지요.) 그것으로서 '전도'에

도움이 된다고는 설마 생각지 않으시겠지요? 그것은 반발심과 불쾌감을 자극하는

폭력일 뿐입니다. 저는 그러한 폭력을 접할 때마다 '기독교는 있어도 무방한 것'

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아무래도 없는 편이 더 평화로울 듯한...'이라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김마가님. 당신은 제게 사탄이라는 이름을 붙이셨습니다.

명시적으로 저를 지칭하지는 않으셨지만 당신의 정의에 따르면 저는 사탄입니다.

특정인을 지적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떤 특정인도 제외되지 않겠지요.

저는 그 이름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라도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싶으시다면

누구에게도 함부로 사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마십시오.

'내가 언제 당신을 사탄이라고 불렀느냐'라고 말씀하고 싶으시겠지만

당신은 저의 형제들을 한꺼번에 그렇게 부르셨습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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