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통일교

※※※ 0 2,378 2003.09.30 02:2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10월28일(화) 07시42분06초 ROK
제 목(Title): 통일교



아직은 통일교회가 어떠한 교회인지 자신있게 말할 처지가 아니다. staire의

교회 편력의 일부로서 지난 봄부터 다니고는 있지만 업무에 쫓기는 연구원이

신앙의 차원이 아니라 취재의 차원에서 들락거리는 교회를 개근했을 리

만무하고 인문학적 교양 대신에 잡다한 수식과 금속 조각들이 절그럭거리는

기계쟁이의 머리로는 그 교리의 핵심을 파악할 가망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가지 수확이랄 만한 것들이 있었다. 서울 가본 놈보다 안 가본

놈들이 더 잘 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여기서도 되씹었다. 하긴 전에도

여호와의 증인 교회를 다니면서 그걸 발견한 적이 있긴 하다. 거기는 들어가긴

쉬워도 나가는 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루머 때문에 한동안 긴장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거다.


통일교회의 신도들은 밝고 건강했다. 난 거기서 알게 된 여학생에게 발렌타인

초콜렛까지 받았다. (물론 내가 그런 것에 발목잡힐 만큼 한가한 남자는 아니지만)

귀화한 독일인 이한우씨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멀쩡한 사람이다.


통일교회가 기독교회의 멸절을 획책하고 자신들만의 천년 왕국을 세우려 한다는

공포스러운 이야기 역시 듣던 것만큼 요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회는 타 종교를 깨끗이 청소하고 자기들만의 천년 왕국을 세우고

싶어하지 않는단 말인가? 통일교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세상을 제 손아귀에

장악하고자 하는 범죄조직(배트맨 영화에나 나올 법한)의 음험함으로서가 아니라

기독교회의 선량한 신도들이 꿈꾸는 것처럼 온 인류에게 자신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축복을 나누어주고자 하는 인류애적 동기에 기인한 것일 따름이다.


교주와 여신도와의 피가름이라는 악의에 찬 소문도 모략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교주(문선명이던가?)는 서울 교구의

여신도들에게는 은사를 베풀 성심이 없는 게 분명하다.


통일교회에 일단 입문하면 절대 못 빠져나간다는 헛소문 역시 사실무근이다.

나는 지난 두 달간 기독교 보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할 만큼 바빴고 당연히

교회도 깨끗이 두 달 빼먹었다. 그래도 나에게 교회 나오라는 협박이나 유괴

또는 린치의 기미는커녕 전화 한 통 없다. 교회측에서가 아닌 신도들의 안부

전화 몇 통과 나에게 초콜렛 준 여학생의 예쁜 엽서 한 장이 전부다. 바쁘면

집에서라도 잊지 말고 기도하세요...라는 엽서에 무슨 음험한 구석이 있겠는가.


기독교회가 폭력적인 방법에 호소하는 것보다 통일교회의 그 음험한 폭력이

더 위험하다고? 내가 보기엔 똑같다. 폭력은 폭력이고 배타성은 배타성이다.

더 젠틀한 폭력이라고 해서 비난을 모면할 수 없듯이 순박한 폭력이라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릿수 많은 놈은 몽둥이를 들게 마련이고 힘 없는

놈은 아웃 복싱을 한다. 대학교에서 통일교 서클이 집회를 하거나 행사를

유치하려면 용하게도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파장을 치는 기독교인들은 도서관

앞에서 가스펠을 고래고래 부르면서 비기독교인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행사를 폭력적으로 저지하려는

비기독교인이 없다는 사실을 우쭐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들이 누리는 종교의 자유란 그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 이들이 조금씩

참고 양보함으로써 확보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당신들은 내키지 않겠지만 당신들

역시 타 종교의 신봉자들을 그렇게 성숙한 모습으로 대해 주기를 바라는 주위의

시선을 좀 의식해 주었으면 한다. 당신들이 서울대 교문 앞 장승을 톱질했다고

해서 누가 교회 십자가를 톱질하기라도 했는가? 초파일 직전이면 여기저기

절간에서 불이 나고 불상이 수난을 당하지만 성탄 직전에 교회를 그런 식으로

해꼬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결코 우리 사회의 말없는 다수가 기독교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기 때문이 아니란 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용옥의

어거지가 왜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차범근이 공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신앙을

숨겨야 할 이유가 없을진대 어째서 김용옥의 말도 안되는 도발에 은근히

동조하는 비기독교인이 많은가? 기독교국도 아닌 나라에서 단군 사당을 짓는다고

아우성치고 만원짜리에 불상이 그려졌다고 법석을 떠는 기독교인들의 평소의

아집과 독선이 미운 털로 되돌아와 꽂히지 않았던들 질박한 스포츠맨 차범근이

이 수모를 당했겠는가? 응원단 이름이 붉은 악마라던데 그런 사탄적인 이름은

이쁘게 보이는가?


구로공단과 창원에는 '통일중공업'이라는 통일교 기업이 있다. 여기엔 일본인

기술자들이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였다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높은 노임을 받으며 일할 수 있었을 그들이 여기에 와서 박봉을

달갑게 받으며 기술 전수에 여념이 없다. 석사 시절에 프로젝트 때문에 그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그리고 그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간호학과의 명금이 누나를

떠올린다. 키가 내 허리께밖에 차지 않던 조그맣고 섬약한 누나께서는 선교

활동을 위해 간호사 자격증도 마다하고 (졸업 직전 학기에 떠났음) 아프리카로

떠나셨다. 혹 오해가 있을까봐 밝히건대 그 누나는 정통 개신교회 신도였다.

우리는 하나같이 누나를 말렸다. 봉사도 좋고 선교도 좋지만 왜 그 멀고 험악한

땅으로 떠나는가. 더위와 풍토병과 유혈 분쟁과 굶주림의 땅으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길을... 나는 비록 불신자지만 누나를 이해했고 누나의 선택을 한없는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staire의 눈에는 하나님이란 아프리카에서 뛰노는

얼룩말만큼의 가치도 없는 '상상의 동물'에 불과했지만 '그분의 명하심에 따라'

떠난다는 누나의 선택을 결코 광신도의 객기로 보지 않았다. 누나는 덩치만

큰 staire보다 훨씬 거대한 분이었고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교주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 누나를 생각한다. 그들은

선량하고 진실하고 질실강건하다. 게으름 피우는 법도 없고 늘 감사하며

대학원생 staire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내가 명금이 누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기독교에 귀의할 생각이 없듯이 통일교의

신도들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교회에 오래 머무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소개팅도

거북해하는 내가 합동 결혼식을 어찌 견디겠는가. 나의 눈에는 그들도 에누리없는

기독교인이며 통일교회 역시 멸절의 대상인 기독교회의 한 분파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 온 세상을 적그리스도의 발톱으로

움켜쥐려는 탐욕에 눈을 번득이는 지극히 중세적인 괴기 취미가 빚어낸

공포스러운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예배 시간에 장난 쪽지도 돌리고 사소한 것에

울고 웃을 줄 아는 사랑스러운 인간들이며 소중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여타 기독교회 신도들의 장점과 약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질시와 모략과 폭력은 기독교회의 눈으로 볼 때에나

합당한 것이지 종교의 자유를 표방하는 법치국가가 용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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