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십계명

※※※ 0 1,894 2003.09.29 20:18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06월20일(금) 07시10분14초 KDT
제 목(Title): 십계명



"목사님은 하나님의 솜씨가 완벽하다고 하셨지요? 저의 굽은 등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지요. 당신은 내가 본 중에서 가장 완벽한 꼽추입니다."

                                            - Reader's Digest에서


"... 재잘거리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그건 어린 수녀들이었어요.

출근 전철의 짜증스러운 분위기를 말갛게 가시게 한 그 아가씨들의 밝은

웃음이었죠. 전부 해서 일고여덟 쯤 되었을 거에요."


staire와 같은 연구실의 프로그래머 전희연씨는 아직도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희연씨는 개신교인이지만 젊은 수녀들의 귀여운

모습과 천진스러운 행동거지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수녀들을 이끌고 있는 나이 지긋한 수녀님도 한 분 계셨어요.

무척 인자해 보이는 분이었죠."


아직 연구원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은 아침, 희연씨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결 통로의 문이 열리고 행상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들어왔어요.

그 사람은... 뭐랄까, 두 눈 사이가 너무 좁다고나 할까... 하여튼 기형적인

모습에다 약간 헤벌어진 입... 그리고 한 손은 옆구리에 오그라붙어 있고

다리를 절고 있었지요. 그리고 헛김이 새는 똑똑찮은 목소리로 '효자손'을

팔고 있었던 거에요. 그분은 수녀들을 보자 가까이 다가와서는 나이 지긋한

수녀님께 효자손을 내밀었죠. 단돈 천원이었어요. 그런데 수녀님은 돈이라곤

백원짜리 몇 개밖에 없었던 거에요. 수녀들이 그렇게 돈을 안 갖고 다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일곱이나 여덟쯤은 되어보이는 젊은 수녀들까지 주머니를

털어서 간신히 천원을 만들어 그 효자손을 사더라구요."


staire는 들고 있던 녹차 잔에 물을 갈아 부었다. 여전히 둘밖에 출근하지

않은 이른 아침의 한가로운 연구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도 그 행상은 갈 생각을 않고 그 수녀님의 손을 붙잡고

말했어요. '수녀님, 십계명을 아시죠? 그걸 이야기해 주세요.' 물론 수녀님은

십계명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죠. 천주교의 십계명은 기독교(희연씨 역시

기독교 == 개신교라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이었음)의 그것과 다르다던데 저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staire는 빙긋 웃어주었다.


"그런데 수녀님이 십계명을 이야기하고 나서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요.

'수녀님은 세상에서 가장 큰 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수녀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너무나 평화로운 표정이었죠.

그 사람은 따지듯이 재우쳐 물었지만 수녀님은 대답이 없으셨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는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하지 않는 겁니다!' 그의 기묘하게 생긴 눈이 수녀님을 잡아먹을

듯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아니,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고 하는 게 낫겠죠.

수녀님은 여전히 눈을 감으신 채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이제 그 행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제가

십계명을 가르쳐 드릴까요? 첫째,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세째, 하나님은...'

그분의 오그라진 팔이 덜덜 떨리고 있었어요. 수녀님은 여전히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잡고 있었죠... 수녀님은 무슨 얘길

하고 싶으셨을까요?"


staire가 그 수녀였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당신의 몸을 그리

만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요한복음 9:3)'

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인 줄은 안다. 그렇지만 그 수녀님도 그분 앞에서

그런 소리를 늘어놓을 만큼 파렴치한 분은 아니었을 거다.


"희연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몰라요... 수녀님은 눈을 감고 아무 말씀 안 하셨어요.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수녀님께서는 그분께 용서를 구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나님의 죄를

대신해서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의 피해자인 그분께 하나님을 용서해

달라고 간구하고 싶었을 테지요."

staire의 마지막 말은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녹차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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