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글에 대한 보론 - 멸절의 가능성


윗 글에 대한 보론 - 멸절의 가능성

※※※ 0 1,915 2003.09.29 19:55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7년05월28일(수) 06시34분41초 KDT
제 목(Title): 윗 글에 대한 보론



작년 프리보드에 올렸던 글을 참고삼아 다시 올립니다.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6월15일(토) 05시30분23초 KDT
제 목(Title): 멸절의 가능성



기독교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예수와 함께 소멸되었다.

오늘날의 '기독교'는 예수의 모습이 왜곡된 것만큼이나 왜곡되어 있다.

                                                      - 포이에르바하


인간에게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있으며 - 혹자는 그것의 연원을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봅니다 -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외경심을 갖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능적'입니다. 수련을 통해 이것을 극복한 이들도 얼마든지

있지요.


이러한 두려움은 인간의 '종교성'을 낳습니다. 인간이 종교든 무엇이든 어떠한

초월적인 개념에 기대어 죽음 이후를 기대하며 광대한 우주에서 한낱 미소한

존재에 불과한 지구, 그 지구 위의 보잘것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인간에 대해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며 전 우주를 지배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내 편'

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종교성의 작용이며 따라서 이러한 성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종교성(religiosity)은 중요한 용어이므로 기억해둡시다. 나중에 다시

언급될 것입니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포한 이후 신의 죽음이라는 주제는 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모든 분야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1920년대 초, 미국의 소장파 신학자들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들은 신의 죽음을 실재로 인정하는

알타이저, 해밀턴, 반 뷰렌과 신의 죽음을 은유로 보는 하비 콕스나 바하니안

등의 두 부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만 우리의 시대를 '신 죽음의 시대'로 인정하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 죽음의 시대란 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신앙이 사람들의 삶에 대한 규정력을 잃어버린 시대', 즉

'기독교 이후 시대(post-christian era)'를 의미합니다. 기독교 이후 시대의

사람들이 모두 반 종교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대인은 매우 종교적입니다.

20세기에도 빌리 그레엄의 대중 집회가 초만원을 이루고 노만 빈센트 필 등의

대중적인 신학 서적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

그러나 문제는... 현대인들이 믿는 신은 우리의 삶에 물음을 제기하고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만든 신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바하니안은 이런 신에 대한 신앙을 '종교성'이라 부릅니다.


종교성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바하니안은 이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과학적 휴머니즘의 반동이며 둘째는 기독교 자체의 탈선입니다.

기독교는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과학을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과학은 한편으로는 자연을 비신화화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주를 신이라는 버팀목

없이도 이해될 수 있는 자족적인 실체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신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인간이 스스로 만물의 척도가 되고

세계의 책임자로서 새로운 구원자가 되려고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종교를 가벼이 버리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종교와

과학을 화해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즉,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자신이 처한 시대의 과학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그 결과

기독교는 그 독자성을 잃고서 종교적 과학주의라는 극단적인 내재주의로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바하니안은 이것을 기독교의 탈선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의 기독교는 성서 신앙의 본질을 상실하고 고전적인 의미의 구원 대신에

마음의 평화, 물질적 성공이라는 세속주의적 구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서 신앙이 경계하고 있는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우상숭배적인 관심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은 현대의 풍부한 종교성의 늪 속에서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

기독교라는 이름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소박한 나자렛

사람이 꿈꾸던 기독교와는 이미 닮은 데가 없는, 번지르르하게 회칠된 무덤일

뿐입니다. '멸절'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휴머니즘과 평화주의, 기타 그들이 '바벨론의 것'이라고

부르던 요소들을 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이미 '기독교 이후 시대'

를 구가하고 있는 서구 사회뿐 아니라 아직도 성령충만된 과격한 신앙인들이

비신앙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기독교의 멸절은 그 누구도

되돌리지 못할 무게를 가지고서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멸절에 가장 공로가 큰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입니다. 기독교 신앙 이외의

모든 철학은 바벨론과 사탄의 것이라고 외치는 과격주의자들과 반 뉴에이지 그룹,

기독교와 과학을 융화시키려는 시도를 통해 기독교의 내재주의로의 해체를 부채질

하고 있는 창조과학자들이 바로 그 공로자들입니다. 자녀의 입시 합격과 남편의

사업 번창을 기복하는 아낙네들은 부차적인 역할을 짊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성직을 팔아 검은 배를 채우고 있는 일부 성직자들은 극히 미미한 공헌밖에 하지

못합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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