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님께 1


궁금이님께 1

※※※ 0 3,338 2003.09.30 05:15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8월 19일 목요일 오후 06시 31분 57초
제 목(Title): 궁금이님께 1



* 워낙 길기도 하고... 내용상 두 부분으로 확연하게 나누어지는 듯해서 두 토막으로

  편집했습니다. *


생업에 쫓기시면서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도 늘 절감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혼자서 여럿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도 수시로 겪고 있는

일이라 궁금이님의 피곤한 처지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전에 궁금이님께서 '실존'

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킴으로 인해 제가 밤마다 엄청난 양의 리포트(?)에 시달리던

기억이 나는군요. :)


1. 기독교 사상의 핵심은 사랑인가 - 단어의 빈도수에 대한 논의

> 아래의글에 보면 스테어님은 분명히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하셨죠.
> >예수의 언동의 본질을 잘 추상하여 포착해 보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 >있을지 모르지만 예수 자신은 `사랑' 이라는 단어를 별로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 아래글의 중략과 후략 부분에도 예수의 사랑을 부인하는 얘기죠.
>
> 스테어님이 기독교의 핵심사상이 사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 예수가 말한 사랑의 빈도수를 분명히 언급했습니다.
> 따라서 단어의 빈도수란 논거에 의지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리의 지적대로 '기독교의 핵심 사상'과 '예수의 핵심 사상'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사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장황한 논변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것 같지만

적어도 제가 두 가지를 다르게 생각하며 다른 의미로 글 속에 언급하였다는 것만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같은 개념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별 지장이 없습니다. 직접 제가 쓴 글을 보도록 하지요. 다음의 글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9967  toy    (tony      )11.22  166 Re: 여러분들 미안해요 소란을 끼쳐서.
> 9968  staire  (강 민 형  )11.22  420 예수 사상의 핵심은 '사랑'인가
  9969  staire  (강 민 형  )11.22  337 guesr(asdf)의 글 갈무리

문제의 글을 읽으시면서 단어의 빈도수가 그 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셨습니까? 제 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토막 ;

'...사랑하라! 는 내용의 성경 구절은 예수의 발언이 아니라 당시 유대교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쉐마 기도문이다. 즉, 예수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당시

유대 문화의 '상식'일 뿐이다.'

둘째 토막 ;

'그렇다면 사랑이 예수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라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예수가 사랑이란 말을 자주 입에 올리기나 했는가? 그렇지도 않다. 성경을 직접

뒤져봐라. 예수가 그런 소리 몇 번이나 했는지.' <-- 문제의 부분이죠?

세째 토막 ;

'사마리아인의 비유만큼은 확실히 사랑의 메시지 아닌가... 라고 믿고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예수 역시 사마리아인에 대한 차별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확연하게 드러나지요? 사랑이 예수 사상의 핵심이 아니라는 논증은

첫째 토막에서 이미 완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언급

빈도가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2. 인간은 종교적 동물인가(?)... 에 대한 논의

> 인간은 종교적이기도 할 수 있고, 비종교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종교적이기도
> 한 인간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부정(멸절!)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종교성을 '인간의 본성'이라고까지 하시더니 많이 후퇴하셨군요. 아무튼 저로서는

인간이 종교에 기댈 수도 있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부정한 기억이 없습니다. 종교에

기대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라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멸절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갖다붙이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말하면... 저의

사고방식을 실제 이상으로 극단적인 것으로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처럼 조목조목 설명드리고 있는데도...) 그리고 설마 기독교의

멸절이 곧 종교성의 총체적인 부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기독교

멸절 이후에도 여기저기에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 저는 종교가 뽕브라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 다만, 그 뽕브라 필요할 때도 있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도 있다는 주장을
> 덧붙이겠습니다.

누가 아니랬습니까? 이런 구절들을 통해 은연중에 저를 '뽕브라 혐오론자'로 몰고

가시려는 '주도면밀한 의도' 따위는 없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고의적인 변질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일단은 믿기로 하겠습니다.


3. 사상은 가치중립적이니 신 자체에 대한 공격은 옳지 않다는 입장에 대해

나치즘에서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씀은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물론

"나치스트의 인간 세뇌 기술 등도 나름대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대목에서 약간은 긴장했습니다만 '그거 배워서 나도 멋지게 세뇌 해봐야지'라는

의미로 쓰신 것은 설마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나치즘의 요소를 떼어내서 배울만한

점을 건진다고 하더라도 그 요소들은 이미 나치즘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치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세한 논의는 이미 아리와 Gilles님께서

하셨으니 저로서는 별로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만 첨언한다면 제가

중요시하는 것은 '나치즘이 나치즘일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은 무엇인가'입니다.

단순히 전후 재건을 위한 '잘 살아보세'운동만도 아닌, 독일뿐 아니라 온 유럽에

만연해 있던 유태인 차별만도 아닌 '그 무엇'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핵심이

문제를 안고 있다면 핵심을 공격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야훼를 싫어합니다. (예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구석도 있는 녀석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훼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야훼는 '수준미달인 신도들에 의해 왜곡된 모습의

야훼'가 아니라 '성경이 전하고 있는, 그리고 대다수 기독교인이 동의하는

야훼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어째서 이것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되는

것인가요?


Gilles님께서는 '파시즘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무솔리니같은

'수준 이하의 신도들' 때문에 파시즘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신 것을 보면 궁금이님의 입장과 근접해 있는 듯도 합니다. 그렇지만

Gilles님의 견해를 100% 수용한다 하더라도 '파시즘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공격 내지는 비판 금지', '굳이 욕하고 싶으면 무솔리니만 씹어라' 라는 식의,

궁금이님 특유의 무리스러운 결론을 도저히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Gilles님

역시 파시즘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억지를 부리지는 않으셨습니다. 사상이란

사상가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을 때에나 가치중립적인 것이니까요. 일단 역사와

사회에 뛰어든 사상은 한 순간도 가치중립적일 수 없는 거죠.


Gilles님 역시 말로의 말을 인용하여 '파시즘은 무시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파시즘을 '극복'하는 과정은 파시즘 그 자체를

직시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무솔리니만을 비판하는 것은 '왜곡된

파시즘'에 대한 비판일 뿐입니다. 저는 찐따 기독교인이나 부패한 성직자에 의해

왜곡된 기독교가 아닌, 기독교 그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며 대다수의

신자들이 받아들이는 기독교의 신 개념과 신조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합니다.

저는 단 한번도 교회의 부패상을 이유로 기독교를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목사가

축재를 하든 교황이 마약 장사를 하든 그런 것을 이유로 기독교의 멸절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공격 대상'은 왜곡되지 않은 기독교입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가요? 제가 '원조 기독교'를 공격해서는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어디가

잘못이라는 것인가요?


저는 기독교를 '총체적으로'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멸절될 것임에

틀림없으며 멸절되는 편이 멸절되지 않는 것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무슨 모순이라도 있다는 건가요?


그리고 하시는 김에 '사상은 가치중립적이다'라는 명제를 '논증'해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현재로서는 일방적인 '선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더우기

나치즘에 대한 말씀을 듣다보면 그 선언에 그다지 공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선언이란 논증의 대상이 아니라 선포와 추종과 거부의 대상일 뿐이니까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한가지 더 - 기독교로부터 배울 만한 요소들은 기독교 밖에도 다 있습니다.

기독교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것이 있다면 저에게도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한 건당 만원씩 '수업료'를 낼 용의도 있습니다.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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