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6월 23일 수요일 오후 08시 02분 41초
제 목(Title): [R] Re: 낙태
> 산모는 전 우주에서 유일한 아기의 실존을 마음대로 '지울' 권리가
> 있다는 것인가요? 부모가 불행해지거나 애기가 불행한 일생을 살 것이
> 뻔 하더래도, 애기에게 자신의 일생을 살 기회를 허락해주어야 하지
> 않나요? 누구 마음대로 한 영혼의 인생을 초기단계에서 abort하나요?
>
> 위의 유일한 실존은 도데체 어떤 의미이고 유일하다는 의미는 뭔가요?
> 그냥 문학적인 카타르시스입니까?
그렇다면 낙태에 대한 당신의 글은, 그리고 교회의 입장은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고 있는가요? 애초에 사고를 치지 말아야 한다... 혼외 출산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미혼모를 정죄하지는 말자... 전부 좋은 얘기이며 원칙론적인
얘기들입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낙태에 관한 여러가지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이것은 '여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미해결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이 그냥 '미해결'임을 인정하는 선에서의
타협책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사자도 얼룩말도 존엄합니다. 그리고 사자는 생존을 위해 얼룩말을 잡아먹습니다.
얼룩말의 존엄이 희생당하는 것을 슬퍼해야 마땅하지만 마찬가지로 얼룩말의
존엄을 위해 사자의 존엄을 해치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습니다. 사자와 새끼양이
뒤섞여 뛰노는 것을 꿈꾸던 이사야에게는 사자와 얼룩말의 문제가 하나님의
애초의 설계로부터 한참 빗나간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쳤겠지만 실상 그것이
자연계의 정상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제 글에서 '산모가 선택'한다고 한 것이 무책임하고 방종한 산모에게 무한정의
생사여탈권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잘못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저의
표현이 엄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낙태 여부가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모의 건강과 아이의 생존이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모에게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아이에게 억울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선택권이 산모에게조차 없고 '사회'에 있다면 이것은 좀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간섭하여 낙태를 해라 말아라 한다는 것은 곧 사회
권력의 개입이거든요. (저는 신을 인정하지 않으니 신권의 개입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권 운동의 일환으로서 낙태권을 산모에게
주는 입장을 지지합니다. 어느 경우에나 모두 만족할 방법은 없습니다. 저도 태아의
생명과 실존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사자와 얼룩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만족할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굳이 따지고 싶으면 세상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나 따지셔야 할 겁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