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on(템플라)님의 질문


mason(템플라)님의 질문

※※※ 1 2,965 2003.09.30 05:29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11월 23일 화요일 오후 03시 03분 43초
제 목(Title): mason(템플라)님의 질문



앗... 이건 제가 준비하고 있는 모세 세미나의 내용 중에 있는 것이군요.

제대로 답을 드리자면 장황해지는 얘기지만 간단히 살펴보죠.


> 첫째는, 저자는 이스라엘의 열두지파가 (가나안 정벌 이전에) 이미 가나안에
> 상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성경에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 어떤 구절들이 그렇습니까?

여기저기 문제가 되는 구절이 많지만 가장 뚜렷한 곳은 다음 구절입니다.

"애굽 사람의 손과 너희를 학대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너희를 건져내고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었으며..." (사사기 6:9)

여기서 '그들'이 누구일까요? 애굽인들일 리는 없지요. '애굽인과 너희를 압제하는

모든 자'라고 했으니 적어도 애굽인 아닌 자들이겠지요? 더우기 야훼는 애굽 땅을

이스라엘인들에게 준 적은 없으니 더더욱 애굽인들이 '그들'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가나안의 왕 또는 가나안의 본토민들이 틀림없지요. 그들을 쫓아내고

그 땅을 이스라엘인들에게 주었으니까요. 그런데 가나안 왕이나 가나안 본토민들이

언제 이스라엘인들을 압제했던가요? 성경에 씌어 있는 대로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40년간 광야를 헤매다가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가나안을 쳐서 3일만에 가나안을

점령한 게 사실이라면 '그들'에게 학대를 당했을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집트에서 탈출한 집단이 가나안을 접수하기 이전에 이미 가나안에서 '그들에게

학대를 받고 있던' 집단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열 두 지파중 어느 편이

이집트에서 탈출했고 어느어느 지파가 가나안에서 미리 터를 잡고 본토민들에게

압제를 당하고 있었는지 밝히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12 지파의 구성원들이 온전히

이집트 탈출자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거죠.


> 또 하나는, 모세가 이집트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에, 신에 의해 죽을뻔
> 하는데, 이 때 모세의 아내가 모세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 저자는 할례가 악귀를 쫓는다는 중근동 미신의 흔적이라는 설이 있다고
> 하는데, 도대체 이 얘기가 왜 밑도 끝도 없이 나오는 걸까요?

'밑도 끝도 없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전혀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아니라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얘긴데요? 문제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호와가 길의 숙소에서 모세를 만나사 그를 죽이려 하시는지라 십보라가 차돌을

취하여 그 아들의 양피를 베어 그의 발 앞에 던지며 가로되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 하니 여호와께서 모세를 놓으시니라 그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

함은 할례를 인함이었더라" (출애굽기 4:24-26)

밑도 끝도 없는 것은 오히려 성경 쪽입니다. 야훼가 길에서 모세를 만나 죽이려고

한다? 난데없이 이 얘기가 왜 나옵니까? 이 구절 직전에 야훼는 모세에게 '애굽에

가서 압제받는 이스라엘인들을 구출하라'는 미션을 부여합니다. 자기는 그런 일을

할 만한 그릇이 못된다고 슬슬 빼는 모세를 열심히 구슬러서 겨우 이집트를 향해

길을 떠난 직후에 ('길의 숙소'라고 했으니 이집트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던

모양이죠?) 죽이려 하는 야훼 이야기는 어딘지 요사스러운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문제의 4:24-26을 빼고서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문맥이 매끄럽게 연결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은 민간 전승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 삽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번지수'에는 불만이 없습니다만... 오히려 충격적인

것은 번지수와 상관없이 그 내용의 엽기성입니다. 야훼가 모세를 죽이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뚜렷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십보라(모세의 아내)가 차돌(로 만든 박편

석기?)을 들어 아들의 포피를 베어 던지자 야훼가 모세를 '놓으셨'다는군요.

피로써 악귀를 쫓는다는 중근동 미신과 딱 들어맞지 않습니까? 야훼를 '악귀'로

본다는 점이 꺼림직하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사실 할례의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에는 '인신 제물'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중동 지방의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야훼 역시 인신 제물을 기쁘게 받아먹습니다. (점잖게

표현하자면 사람 태우는 향기를 흠향하십니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모든 첫 소생을 성별하여 내게 돌리라'는 출애굽기 13:2의 율법이

그것을 반영합니다. "오직 여호와께 아주 바친 그 물건은 사람이든지 생축이든지

기업의 밭이든지 팔지도 못하고 속하지도 못하나니 바친 것은 다 여호와께 지극히

거룩함이며 아주 바친 그 사람은 다시 속하지 못하나니 반드시 죽일지니라."

(레위기 27:28-29) 할례는 어린이를 온전히 제물로 바치는 대신 그 아이의 신체

일부만을 바침으로써 피에 굶주린 야훼를 달랜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성경의 구절로부터 다시 한번 그림을 그려봅시다. 모세가 노숙을 하고 있는데

한밤중에 야훼가 잠자는 모세를 덮칩니다. 모세의 아내는 아들이 아직 할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서 돌칼로 아들의 포피를 잘라 바닥에 던지고

피맛을 본 야훼는 헐떡이는 모세를 놓아둔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원래

야훼는 새벽닭이 울면 도망치는 귀신입니다. (야곱과 씨름을 하던 밤에 그랬죠?)

십보라의 행동은 악귀를 쫓는 부적 주술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날 밤 피맛을

양껏 즐기지 못한 야훼는 얼마 후 애굽의 모든 장자와 생축들의 첫 소생을

살육하면서 배를 채웁니다. 물론 문간에 '피'가 칠해진 집에는 들어가지 않았죠.

'피'를 뿌려 흡혈귀를 쫓는 주술의 흔적을 여기에서 읽어낸다면 억지일까요?

할례와 제단에 피 뿌리는 제사법("제사장은 그 피를 회막문 여호와의 단에 뿌리고

그 기름을 불살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가 되게 할 것이라", 레위기 17:6)은

과연 아무 관계가 없을까요? 모세의 전설이 구전되던 시기의 이스라엘인의 머리

속에 있던 야훼의 이미지는 현대인의 세련된 상상과는 달리 소름끼치는 악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Comments

※※※ 2003.09.30 05:30
본문은 아랫글에 대한 스테어님의 답변입니다.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mason (  템플라)
날 짜 (Date): 1999년 11월 23일 화요일 오전 02시 20분 49초
제 목(Title): 질문..



최근에 'Don't know much about the Bible'이라는 교양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근데, 궁금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저자는 이스라엘의 열두지파가 (가나안 정벌 이전에) 이미 가나안에
상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성경에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어떤 구절들이 그렇습니까?

또 하나는, 모세가 이집트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에, 신에 의해 죽을뻔
하는데, 이 때 모세의 아내가 모세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할례가 악귀를 쫓는다는 중근동 미신의 흔적이라는 설이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얘기가 왜 밑도 끝도 없이 나오는 걸까요?

제가 지금 성경이 옆에 없어 장황하게 질문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
"고수(高手), 고수가 뭐 말라 비틀어진 게 고수야!"  쥐는 장방형의 탁자에 두 손을
짚고서 나를 향해 다소 괴로운 듯 그렇게 소리쳤다. "고수도 다 죽더라."
                                                    - 김호, '노자무어' 중에서
                                    :homo sapiens quantum gravitius:mason@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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