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창조주를 모른다


우리는 창조주를 모른다

※※※ 0 2,314 2003.09.29 19:11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5월22일(수) 18시10분43초 KDT
제 목(Title): 우리는 창조주를 모른다



oneman님의 '내가 자주 범하는 오류'와도 관련이 있을 법하고 위의 게스트님께서

쓰신 '우리는 창조주의 의도를 알 수 없다'라는 견해와도 관련이 있는 글을

올립니다. 사실은 재작년에 이미 서울대 보드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5월19일(목) 04시52분51초 KDT
  제 목(Title): 어른을 위한 동화 2

읽은 지 오래되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F. 브라운이던가,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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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전쟁으로 우리는 모두 지쳤다.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흑군과 백군...

서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버티고 있다. 우리 백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나 잔악무도한 흑군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사실은 우리 백군의 진영은 흔들리고 있다. 늘 우리 사기의 중심이셨던 국왕 폐하의

얼굴에 무겁게 드리워진 그늘... 우리는 조금 전에 여왕 폐하를 잃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친구 티볼트, 그의 알 수 없는 변화가 나를 두렵게 한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우리가 정렬하고 있을 때 티볼트는 나에게 말했었다.

"자네는 백군이 정의의 편이라는 걸 믿나?"

"아니, 티볼트, 그럼 자네는 그걸 의심한단 말인가?"

티볼트의 생각은 그랬다. 백군이 반드시  정의의 편일 필요도 없고 흑군이 악의

무리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양자의 입장을 뒤바꿔 놓고 보더라도

대국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거다. 게다가 티볼트는 주교(bishop)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유일한 신을 가정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없네... 더우기 그 신이란 것이

정의를 대표하는 것이라고는... 신은 하나 이상일지도 모르며 신들의 관심사는

우리가 떠들고 있는 선이니 정의니 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네. 신들의 섭리란

확실히 우리의 제한된 사고 범위를 뛰어넘고 있을 걸세..."


그러나 티볼트여, 자네는 틀렸네. 우리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면 전장

에서 쓰러져간 전우들의 희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겠나? 그들이 그런 값없는 죽음을

맞도록 신께서 내버려두실 것 같은가? 그리고 흑군이 백군과 같은 입장이라니,

나는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네. 그런 생각을 갖고서 이 비정한 전장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우리를 독려하시는 페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걸세. 이겨서 진리가 무엇인지 입증해 보이겠네...


하지만 티볼트는 굽히지 않았다.

"우리는 의미없는 전장에서 값없이 죽어가고 있네... 우리가 싸우는 것은 정의를

위해서도, 진리를 위해서도 아닐세. 그러나 걱정 말게, 전장에서 자네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네..."


과연 티볼트는 군인으로서의 임무는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요충지를 점령하고 있던

적군의 전차를 용감히 깨뜨리고 흑군 기사의 흉폭한 발굽 아래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눈을 감겨주며 나는 기도했다. 신이여, 그를 용서하소서. 그는 다만 잘못

알았던 것일 뿐입니다. 그것은 잘못이지만 그의 죄는 아닙니다...


그렇다. 티볼트여. 자네도 백군이 정의의 편이며 신을 대신하는 군대임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싸울 수 있었던 것 아니겠나. 정의가 우리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피를 흘리겠나? 우리는 견유적이 되어서는 안되네.

상대주의에 너무 탐닉해서도 안되고... 편히 쉬게, 친구.


갑자기 전황이 바뀌었다. 우리 백군의 전차가 번개같이 흑군의 왕 앞으로 돌진해

간 것이다. 흑군의 왕은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마침내 길고 긴 전쟁이

끝난 것이다...


그것 보게, 티볼트. 우리는 이기지 않았나. 자네는 역시 틀린 걸세. 신은 정의를,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네...


그런데... 하늘에서 갑자기 'Checkmate...'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땅이 기울고

있다. 우리는 기울어진 땅 위를 굴러내려간다... 백군도, 흑군도 구별없이 기울어진

땅 위를 굴러 커다란 관 속으로 떨어진다. 그 관 속에는 이미 전사한 우리의

전우들과 흑군의 시체들이 겹쳐 누워 있다.


이럴 수가... 티볼트여... 역시 자네가 옳았던 것일까? 이것이 진리란 말인가?

기울어진 장기판 위로 일그러진 얼굴의 국왕 폐하께서 미끄러져 내려오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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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품격을 손상시키지 않았는지 걱정스럽군요. 제게 지금 책이 없는 관계로

기억을 더듬으며 적당히 만들어 넣은 것이기에...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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