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인 : 오소리님과 프리시아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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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2 10:34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5월05일(일) 08시55분18초 KST
제 목(Title): 바리새인 : 오소리님과 프리시아님께
먼저 오소리님께.
저의 요지는 단순합니다. 바리새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 특히 기독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접하게 되는 정보들은 왜곡되어 있습니다. 바리새인의 비정상적인
선민 의식, 배타성, 가식... 이런 것들은 심하게 과장되어 있어요. 한 번만이라도
바리새 측의 자료를 접해보신 다음에 판단해 달라는 거지요. 그러한 확인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그 비난이 바리새인을 향한 것이든 그들의 행동을 향한 것이든
바리새인들에게는 심각한 모욕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예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바리새인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 것으로 덮어씌우는가 하면
무뢰배들의 행동마저 바리새인의 그것으로 간주하고 있거든요.
다음, 프리시아님께.
오소리님께 드린 답과 공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지요.
> 먼저 게스트님과 스테아님께서 폭력의 크고 작음에 대해
> 말씀하시는데... 전 둘중에 어느 폭력이 크고작다 말할만큼 역사에 큰 지식이
> 없읍니다만 크던 작던 둘다 "폭력"이고(또 크다 작다의 기준은 뭘까요?)
>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는게 폭력아닌가요? 더군다나 기독교인들이 폭력을
> 썼다면...말씀하신 사이비 기독교인들이 아닐까요?? 왜냐면 성경에 분명히 "검을
> 가지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고 말씀이 써있거든요.
적절한 지적입니다. 폭력은 크건 작건 폭력이지요. 그러나 '폭력의 크기'를 논한
사람은 누구였지요? "비기독교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폭력은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무시할 만큼 적다"라는 말은 누가 꺼냈는지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좋지 않다는 말씀 또한 옳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어떤 문맥으로 쓰이고 있습니까? 저는 기독교회가 폭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거기에
대해 '그렇지만 우리가 더 크게 당했다. 당신들이 당한 것은 거기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라는 대답을 게스트님께서 하셨습니다. 이것은 어떤 논리입니까? 우리가
당했으니 이정도의 보복은 당연하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피차 일반이니 너무
들쑤시지 말자는 의미인가요? 어떤 맥락에서도 프리시아님의 말씀과는 맞아들어가지
않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기독교가 폭력적이었다 해서 폭력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며 어떤 논리 하에서도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이비 기독교인'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기독교사 2000년에 걸쳐 '사이비' 기독교인이 수효가 압도적으로 많고 교회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런 폭력적인 이들이
교회의 주류들이며 프리시아님같은 진정한 예수의 제자들이야말로 오히려 사이비
기독교인이라 부르는 편이 낫겠지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문제시하는 것은
'사이비'기독교인이 아니라 폭력적인 '진짜 기독교인'들이니까요.
그리고 한가지 덧붙인다면... '어... 그 사람들이 폭력을? 그 사람들은 우리 편
아냐. 사이비라구...'라는 말씀은 어쩐지 발뺌같아 보입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무슨 부끄러운 범죄라도 저질렀다고 칩시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모든
한국인이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그 사람이 '우리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가슴아파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사람은 우리 편 아냐'라고
말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나 할 얘기지 외부의 피해자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 스테아님께서 바리새인에 대해 잠깐 말씀하셨는데...모든 유대인들이 바리새인이
> 아니예요. 따라서 "바리새인이 어쩌구 저쩌구"는 그 사람을 지적한게 아니고
> 바리새파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것을 말하는것 아닐까요? (모든 유대인이
> 바리새인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대인은 억울하다'가 아니라 '바리새인은 억울하다'
라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지요? 그리고 유대인이 전부 바리새인은 아니라는
명제로부터 '바리새인 어쩌구 저쩌구'가 사람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적한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은 좀 기묘해 보이는군요.
제게는 너무나 난해한 논리입니다.
> 음....유대인은 세파로 갈리지요..
> 바리새인(pharisees)/ 사두개인(Sadduccees)/ ?(Essenes)
세번째 세력인 에세니안들은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에 버금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성경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더군요. 학자들은 신약의 편집자들이
에세니안들의 활동에 대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말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에세니안의 사고방식이나 가르침, 사용한 비유 등이 예수 이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그것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 예수는 에세니안들의
모방자이거나 심지어는 에세니안에 소속된 전도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니 신약 저자로서는 성경에 에세니안의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았겠지요. 이건 어째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지만요.
> 음...죄 짓는 사람은 미워하면 안되지만... 그 사람의 죄는 미움받아(미움받기
> 전에 깨우치면 좋지만) 깨우쳐서 용서받고 고쳐야지요.
그냥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미움받아' 깨우쳐야 하는가요? 프리시아님은 저를
미워하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저의 사고방식들을 '미워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는 교회 안에서나 하셔야겠지요. 신념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의 신념을 '죄'라고 표현하고 그것을 '미워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예수가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태도야말로 비기독교인들로
하여금 기독교회에 대해 격한 반감을 갖게 하는 것이지요.
> 참고로 윗글에 언급하신 '인간을 위해 안식일이 있는 것이지 안식일을 위하여
>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다소 과격한 선언(?)은 바리새인의 한 율법사
> 뿐만 아니라 마가 복음(2:27)에도 있어요.
이것도 사소한 얘기지만... 저의 글을 다시 살펴보시겠습니까? 저는 마가를 제일
먼저 인용하며 마가에 기술된 구절들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4복음서 중에서 마가의 소박한 문체를 제일 좋아해요.)
메키르타에 먼저 등장하고서 마가복음서의 저자가 인용한 것인지 그 반대인지
이도저도 아니라면 예수와 바리새인들 사이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동시에 형성된
각자의 신념인지는 저로서도 아직 판단할 자료가 부족하군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