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 항생제
일본의 규준인데, 일본에서는 수돗물에 염소를 첨가하고,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염소가 검출되지 않으면 그것을 규준 미달로 본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고 그 때문에 수돗물을 안전하게 마시려면 끓여 마셔야 하는데, 끓고 나서 약불로 줄인 후 10분정도 더 끓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치아 건강에 좋은 불소 함유물을 수돗물에 섞어 보내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고, 또한 이러한 불소 함유 수돗물은 치아 건강에 유리하다는 것이 이미 통계 자료화되어 있다.
미백 치약에, 항균 비누에, 항균 노트와 항균 볼펜, 항균 침구에서 심심하면 약사들이 처방해주는 항생제까지…….
항생제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원해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항생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기존의 항생제에 아주 강력한 내성을 가진 MRSA같은 균이 생겨났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더 강력한 항생제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세균과 항생제의 술래잡기는 아직 끝이 아니라며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선진국에서는 벌써 이에 내성을 가진 VRSA라는 슈퍼세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를 부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문 밖에서부터 지린내가 진동을 하는 재래 화장실이 아닌 최첨단 화장실은 여느 집 거실 못지않게 청결하다.
염소가 섞인 수돗물에, 강력한 세제로 반질반질하게 잘 닦인 항균 바닥타일에, 항균 티슈에 항균 비누가 넘치는 청결한 화장실...
그것들은 과연 필요하였을까?
MRSA라든가 VRSA같은 슈퍼 세균이 인간의 천적으로 등장해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아주 웃기는 “건강 시대”
혹시 모르겠다.
언젠가...
수돗물에 마이신을 첨가해야 되는 날이 오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단지 “몰라서”, 더 강한 항생제가 처방되기를 원하고,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내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과 미생물의 전쟁을 어떤 위기로 몰아넣을지 모른 채로 말이다.
언제까지나 가정이지만, 수돗물에 마이신과 같은 항생제를 첨가해야 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면, 그것이 세계 멸망 내지는 인류 멸망의 전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종교와 지식
흔히들 착각들 하고 있는 것이 무슨 지혜가 지식의 상위 개념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수치가 어쩌고 하면 그것은 단순한 지식일 뿐이고 무슨 선사가 한마디 했다는 알송달송한 한마디에는 천금이 숨어있는 양 달려든다.
참 웃기는 양태가 아닐 수 없다.
지식은 정량화된 논리적 합리를 기반으로 한 사고 체계이다.
그에 반해 지혜는 직관적 유비적 추론의 사고체계이다.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착각은 “종교적 가르침은 지식으로 논해서는 안 된다.”는 헛소리를 참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른다.
대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는 지식은 외우고 적용하면 되는 것으로, 지혜는 무슨 깨달음을 얻어 인간을 벗어난 초인들만의 것인 양 착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대지는 약우라는 거창한 말과, 천재는 시냅스의 연결고리가 많아 여러 방향의 사고를 동시에 전개할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이 그리 틀린가?
(천재와 범인의 뇌는 시냅스의 연결고리 개수에 달려있지 뇌세포의 수나 무게 따위와는 큰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다.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아주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시냅스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복잡하게 얽힌 대도시의 3차원 입체도로망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쓰던 고리만 계속 사용하게 되면 결국 다른 연결 고리는 퇴화되어 사고가 정형화되는데, 천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보고서에서 밝혀지고 있다.)
결국 지식이라는 것은 풍부한 여러 정보의 조합과 최소한의 가정만으로 끌어낸 논리적 사고이고, 지혜라는 것은 경험으로 얻은 작은 정보에서 출발하여 최대한의 가정으로 끌어낸 직관적 사고체계이다.
지식을 많이 가져야 지혜가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혜라는 것은 추론의 형식이므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자신이 나머지 부분을 가정하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고이다.
지식과 지혜는 분명 동일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사고체계이지 비교 우위나 열위에 놓인 사고 체계가 결코 아니다.
바로 이점이 무시되는 것이야말로 종교를 부정하는 그 숫한 지식들에도 불구하고 악성 세균처럼 종교가 범람하는 이유이다.
인류가 축적해 놓은 선대의 지식들은 종교를 어떤 점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종교는 버젓히 좌판을 펴 놓고 만병통치약을 판다.
지식으로 종교가 부정될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종교가 아예 없어진지 수 백년이 넘을 것이다.
중세의 천주교 세균은 인간 역사상 가장 암울한 암흑시대를 일구어내는 데 일조해 왔고, 근대의 기독교 세균은 서구에 의한 동양의 식민 지배의 도구가 되어 “인종문제”라는 아주 참신한, 종교에 대해서도 내성을 가진 세균을 양산해내기 시작한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망신당한 그 세균은 다시 내성을 가지고 근대 과학의 업적들을 악마의 산물로 몰아 부치고, 현대의 혁신적 산물인 텔레비전을 악마의 상자로 비하하는 등, “얼핏 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는 신학적 논리적 설명”이라는 내성을 강력하게 지닌 채, 지금은 학계에서는 거의 정설로 인정된 진화론에 기생해 살고 있다.
여기에만 만족하지 않은 그 세균들은 다시 줄기 세포 연구 반대, 낙태 반대, 안락사 및 호스피스 운동 부정 등등 신의 말을 빙자하여 사회 곳곳에 침투하여 있다.
(*예컨대 안락사는 현재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치료 방법의 연구도 기대하기 힘든 상태의 중환자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자발적인 죽음으로,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통증을 동반하는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불치병에 걸린 중환자”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자살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인정된 상태이며 이 법을 반대하는 미국에서도 여론 조사 결과는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여론이 대세이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반드시 안락사가 좋은 것이라는 것을 논하는 것은 아니며, 비종교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안락사 반대 논거에 대해서는 중환자실 순환 문제와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을 참조하실 것)
지식이 종교를 반대하기 위해 발전해온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지식의 결과물들은 종교의 가르침에 대해 “거짓”판정을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이 숨고 찾는 숨바꼭질이 세균과 항생제와의 전쟁과 꼭 닮았다는 것은 내 착각일까.
창조설이라는 소설을 객관적인 사실로 학급에서 가르치자는 논의가 지금도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것을 위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로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술한 바, 수돗물에 마이신을 넣어야 하는 날이 인류 멸망의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똑같은 논리라면, 학교에서
-인류의 역사가 아담과 하와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예수는 역사적 실존이 아니라 신화적 상징의 차용이라는 것
-이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실질적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창조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신앙 고백에 불과하다는 것
이라는 강력한 마이신을 투입해야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종교가 박멸되는 날일까, 아니면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종교전쟁의 서막일 것인가.
나는 기독교가 두렵다.
당연한 것이다.
이 세상에 기독교가 두렵지 않다면 이 세상 무엇이 두렵겠는가!
볼테르의 말처럼 “악행과 넌센스로 가득 차 있음에도 2000년을 내려온 것”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기독교의 인간 세뇌, 정보 조작이 이 세상 그 어느 집단보다 우수하다는 반증이다.
기독교만큼 개혁을 많이 하는 종교는 없다시피한다.
불교의 경우 조선 시대 불교가 유교에 의해 대 수난을 당한 이후, 불교 교리가 수준이 더 깊어져야 한다느니, 더 청정한 도량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느니 하는 수준의 문답은 케케묵을 정도로 많았지만 정작 기존 불교가 틀렸다며 신 불교 운동을 펼치자는 주장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내부적으로도 “살생”이라는 것을 고기를 먹는 것을 포함시켜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불교 경전을 일반인이 볼 수 있게 해야 된다는 것으로 종교 개혁이 일어난 적도 없고 불경의 해석 방법으로 종파가 25000개 씩이나 나뉜 적도 없다.
타종교를 섬기는 마구니를 없애기 위해 외국으로 원정 나가 살육을 저지르는 정신 나간 짓을 하는 불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고 심지어 그것은 불교가 아주 성한 시대의 인도나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 말한다.
기독교가 잘못되지 않았고 단지 믿는 사람들이 잘 못 믿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2000년 역사를 통틀어 제대로 믿은 사람을 꼽기 힘든 것이 기독교임에랴 더 이상 무엇을 말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