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동
문화는 이동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문화도 이동한다.
얼마전까지 심각한 수준으로 논의된 일본 문화 개방 찬반론에서 가장 심각하게 논의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즉, 일본이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대중 문화-대중음악, 만화, 에니메이션 등이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이 위기에 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그 한 이유였다.
물론 찬성론자들은 이 논의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은 같은 논거를 들어, 지금도 문화의 수위차가 높은데, 이것을 그냥 놓아두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논증한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의 대세가 흘러들어 찬성론으로 결론이 나기는 하였지만 반대론자들의 말도 무시할 만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개방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문화 시장이 그렇게 협소해 졌는가?
오히려 일본에서 일부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을 뿐 그다지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등이 대세를 타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에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아직도 일본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그 거센 반론이 아직까지 꺼지지 않는 한류 열풍이 잠재우고 있을 뿐이다.
헐리우드의 영향으로 대형 세트를 동원한 국산 영화는 해외에서도 잇달아 호평을 받고 있고 드라마는 일본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다루지 아니하는 가족과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냄으로 오히려 드라마, 영화 쪽에서는 비교 우위를 점하면서 개방이 진행된 것이다.
그러하다.
당시 반대론을 부르짖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아니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국력과 경제력이 우위인 일본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세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든 분야가 다 세련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문화 개방이라는 것은 우리가 공부하고 노력함으로 인해 문화 수출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아직 일본의 거대 회사의 본격적인 대 한국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반대론자의 입장대로 무조건적인 수입국이 되어 국산 문화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리라는 우려는 약간 기우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말을 하게 되려면 물론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문화 담론
하지만 이런 문화 담론 앞에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정신의 문제이다.
수입되는 문화는 문화만 수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문화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관까지 같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 수입의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다루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그 문화적 토양이 다른 문화와 섞였을 때 다른 새로운 합의 상태로 귀결되리라는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은 패러다임의 충돌이라는 결과를 낳거나 양비론적인 아노미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아끼는 분들이 문화 수입에 반대한 그 사연 언저리에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도 그러하다.
일본의 정서는 우리와 비슷하고 그러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간단히 예를 들자.
일본의 전통 문화는 우선 형을 먼저 계승하고그 정형 안에서 자신의 창작력을 더하는 형식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스승이 가진 형에 익숙해 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독창을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형을 완성하면 스승으로부터 정식으로 그 가문을 잇게 된다.
그러면 그 가문의 당주 내지는 가주의 이름으로 내는 작품은 스승이 전해준 형에 더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개 장인들이 제자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선적으로 기술이다.
이 기술에 혼을 불어넣는 것은 제자의 몫이다.
어느 정도의 기술이 손에 잇을 때까지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작품을 모사하면서 형을 배운다.
하지만 한국인의 미의식은 반복되는 지루한 형을 참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은 정형화된 장인 가문이 없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장인 천시 풍조만을 내세우기엔 우리나라의 장인 가문이 너무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형이 아니라 혼을 중시하여 자신의 비법을 잘 가르치지 않는 우리의 미적 감각에도 그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일본의 미의식과 우리나라의 미형식이 분명히 차이나는 점이다.
흐드러진 나무 사이로 소박하게 지어놓은 정자와 아기자기하게 연못까지 구성해 놓은 일본의 정원을 비교하여 보시라.
분명한 미의식의 차이가 발견되실 것이다.
종교 문화
이러한 논의는 분명 부정될 수 없다.
문화는 형태를 지닌 것이고, 그 형태는 암중으로 숨어 있는 정신의 영역에서 그 영향을 받는다.
종교가 들어올 때 가장 거센 저항이 문화 저항이다.
제사를 부정하고 조상을 우상이라 하는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처럼 세계적인 종교로 탈바꿈한 그 배경에는 분명 우리나라가 일찍부터 가지고 있던 선민 사상과 하늘 사상을 교묘하게 덧칠한 까닭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자생적인 현상이었다는 데 우리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다.
당시 신학문이었던 서학을 많은 이들이 배운 것은 사실상 평등사상 때문이었다.
심지어 정약용 같은 이는 서학 중에 나오는 학살을 보고 피맺힌 역사를 지닌 종교라며 탄식을 토하기도 한다.
이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부터 거부된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못된다.
제사를 지내어 조상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가족간의 우의를 돈독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제사를 반대하는 갓만으로도 충분히 경계할 이유가 있다.
또한 순박한 심성을 지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바이블의 섬뜩한 저주와 살육은 보는 이를 경악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인내천과 홍익인간이라는 평등 사상과 인간 존중 사상이 이미 존재했으니...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은 과연 진리인 것일까?
수입 종교의 폐해
개척자가 오지에 들어가서 지도를 만들면 그 다음으로 의사와 목사가 들어간다.
그 다음으로 장사꾼이 오고 그 다음은 군대가 온다.
"근대"는 이 행위의 반복으로 행해진 일이다.
의사는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목사는 정신세계를 구속하며 장사꾼은 경제를 봉쇄하고 군대는 힘으로 빼앗는다.
물론 생각하고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계사를 볼 때 선교가 좋은 목적으로 사용된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성 종교를 충분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교가 행해질 당시 제대로 된 비평과 비판이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장승의 문제가 요 근래에 들어와서 이슈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간 우리나라의 시조로 모시던 단군을, 이제와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근본 사상은 당연히 동양사상이고 그러므로 우리의 국기는 동양 사상이 그 근간이 되는데, 지금 와서 태극기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주요 문화재의 정수 중 하나가 만 원 권 지폐에 새겨졌다고 화폐도안을 바꾸자는 주장을 할 것이었으면 왜 지금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
*사탄이 만든 음악이 록음악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말을 왜 지금 문제 삼는가?
*점을 보는 게 악한 행위라면 어째서 그동안은 뭐하고 지금 와서 점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위의 것들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상은 권력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때까지 별로 우리나라의 주요 현상에 대해 말하지 못한 기독교가 양적 팽창으로 인해, 드디어 권력을 잡으며 그 권력을 발산하는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의 개신교단이 겪는 일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십만 단위의 정치 시위를 기독교 집단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
권력 지향적 종교
인간사 모든 면이 다 그러하듯이, 종교도 금력과 권력을 가지면 휘두르게 되어있다.
우리나라도 신라가 망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불교의 부패이다.
종교 색은 약간 적지만 유교는 조선이 망하는 데 일조한 종교이다.
하지만, 불교와 유교에 비해 기독교는 권력 지향적 특성이 두드러진 종교이다.
불교에 비해 기독교는 :
1. 의심이 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