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믿음이 강하다라는 요상한 말
김장한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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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3 04:38
지식이 넓다든지 지식이 깊다든지 하는 말은 상식적으로 성립되는 말이 되겠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한 분야에 대해 거의 모든 지식을 파고 든 사람은 각각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참으로 요상한 말은 믿음이 강하다는 말이다.
믿음이 강하다는 말은 그 말 그대로 해석하여,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이 변하지 않음을 말한다.
즉, 어떠한 반대 증거에 부딪혀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다.
왜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하여 우리의 믿음을 포기하면 안되는가?
다른 예를 들까나?
토목 기사가 건물이 들어설 땅의 토질을 조사하며 진동 검사 등의 결과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를 보고 이 토목기사는 이 땅의 토질을 "연약 지반"이라는 판정을 내리고 회사와 해당 관청에 토질 개선 비용을 계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 기사의 믿음은 단지 진동 검사의 결과였을 뿐이다.
만약 후에라도 전기 검사나 실험 시편 분석, 전단 강도 검사 등 폭넓은 검사를 거쳐 반대되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 기사는 언제라도 이 지반이 연약하다는 자신의 믿음을 포기할 것이다.
그런데 종교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기독교적 논리에 반하는 수많은 사건을 거치더라도 기독교를 믿어야만 한다고?
기독교의 수많은 범죄를 보고도 그것을 모조리 무시하고 할렐루야를 외치라고?
교종 계열의 불교는 폭넓게 아는 것을 주장하고 선종 계열의 불교는 깊이 사유하는 것을 주장한다.
도교는 자유로운 사변을 통한 실천을 주장하고 유학은 내면의 인,의,지,신을 갈고 닦아 예로써 들어내기를 주장한다.
우리 어머니들의 자애로운 정안수 신앙은 그 무엇보다 실천적인 윤리다.
그런데 참으로 요상한 이 기독교는, 아는 것보다, 사유하는 것보다, 그보다 더 열심히 "믿기"를 주장한다.
기독교 집단을 보고 온갖 반대 증거가 나와도,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바보집단이라는 말은 이래서이다.
이 세상에 "강한 지식"이 있는가?
이 세상에 "강한 사유"가 있는가?
이 세상에 "강한 논리"가 있는가?
이 세상에서,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된다는 사실을, 믿을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현대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물=산소+수소라는 공식을 지우려면 어떠한 일이 있어야 할까?
반대로 만여년 전에 우리의 직접조상이 되는 신석기인들이 살았던 한반도에서, 생긴지 몇백만년은 되는 신생대 제 4기층에 사는 우리가, 이 세상이 생긴지 600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게 하려면 어떠한 일이 있어야 할까?
오늘도 가슴을 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