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비판-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김용옥 교수 vs 차범근 감독)

도올의 비판은 반기독교라기 보다는, 주로 기독교의 개혁을 바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자아도취감에 빠져서 헛소리도 곧잘 하는 사람이니, 잘 걸러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도올의 비판-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김용옥 교수 vs 차범근 감독)

엑스 1 13,365 2002.06.15 16:00

도올의 비판-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김용옥 교수 vs 차범근 감독)

[발언대]차범근 감독에게 (중앙일보 1997년10월23일)

나는 사실 조용히 개인적으로 만나 오손도손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대는 지금 바쁜 사람, 나같은 서생을 만나줄 것 같지도 않고, 또 만나 이야기를 해도 실마리가 풀릴 것 같질 않았다.

허나 꼭 이야기를 해야겠기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지성의 양심이라는 부담 때문에, 남들이 다 지나치고 있건만, 결코 후련할 것만 같지않은 붓을 들었다.

나는 평소 텔레비젼을 즐겨보진 않지만 우연히 보게된 장면. 후반 17분을 남겨놓고 한꼴을 먹은 절박한 상황에서 당당히 2:1의 역전! 그것도 우리에게 모든 굴욕과 희한의 역사를 안겨준 히노마루의 심장에! 그것도 너무 멋있게! 너무도 통쾌하게! 분명 그것은 실력이었다.

한국남아의 기상이요 우리민족의 저력이었다. 그대 바로 그대가 이러한 저력을 표출시켜주었다.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엊그제 우즈벡, 천년쌓인 회한이 다 씻겨내리는듯한 통쾌함, 요즘같이 정치가 혼란된 리더쉽 부재의 소용돌이 속에선 그대가 이끄는 대표팀의 쾌거야말로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우리역사와 민족의 스트레스 해소였다.

우리는 기억한다. 말레지아와의 경기에서 5분남겨 놓고 역승의 꼴을 세개나 터트렸던 그대의 우람찬 다리, 아마도 지금같이 텔레비젼위성 중계가 가능했더라면 그대의 분데스리가 활약상은 박찬호의 메이져리그 그것보다 더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쌓은 실력을 이젠 또 후학을 통하여 발휘하고 있다.

그대야말로 지금 이 순간 우리민족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한 인간이다. 그런데 나 도올, 그대를 사랑하는 대학선배로서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사랑을 권력으로 표출해서는 아니된다고.

텔레비젼 마이크가 차감독에게 갔다. 첫소감은? "하나님의 은혜로. .." 첫소감은? "주님의 은총으로. .." 첫소감은?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 .신나는 꼴이 터질 때마다 카메라는 열렬히 기도하는 그대의 모습을 비춘다.

이제 그대는 빌리 그래엄을 능가하는 세기적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대는 전도사가 아니라 축구감독이다. 그대가 이끄는 축구팀은 어느 교회의 사설팀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다. 그대는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는 개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할 공인이다.

분명 그대는 개인으로 TV화면 앞에 선 것이 아니라 대표팀을 이끄는 공인으로 선 것이다. 공인의 공적마당에서 이루어지는 공적행위는 공적모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그대의 후계감독이 불교교도였다고 생각해보자! 이번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공덕으로. .." 이슬람교 였다면 "알라신의 가호로. .." , 우리나라는 곧 종교분쟁국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는 유대민족에게만 국한되었던 여호와의 율법적 약속 (구약) 을 깨트린 새로운 약속 (신약) , 즉 사랑의 복음이다. 기독교의 사랑은 이긴자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지는 자에게도 가는 것이요, 우리 민족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방인에게 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첫마디는 무엇이었던가?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야말로 복이있도다.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우리팀이 주님의 은총으로 이겼다면 일본팀은, 아랍에미리트팀은, 우즈벡팀은 주님의 저주때문에 졌나? 그것이 그대의 기도의 본질인가?

예수는 무어라 말했던가? 너희가 기도할 때는 외식하는 자와 같이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거리어귀에 서서 기도하지 말라.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기독교의 사랑의 실천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다.

말끝마다 매 행동마다 주님의 은총을 들먹이는 그대의 행태는 기독교신앙의 실천이 아니요, 한국기독교의 병페적 현상의 말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대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라면, 그대를 사랑하는 독실한 아내라면 차범근! 그대의 기도하는 소맷자락에 매달려 기도할 것이다.

그대가 말하는 "주님의 은총" 때문에 소외당하는 이땅의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더 큰 은총을 베풀 수 있도록 차범근 그대 마음이 더 큰 사랑으로 충만케 되기만을…

도올 김용옥 <철학자, 한의사, 용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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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용옥교수에 답한다 (중앙일보 1997년10월24일)

그러잖아도 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나면 한가한 시간에 한번쯤 나의 신앙문제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러던 차에 오늘 김용옥 교수의 글을 읽고 바로 이 글을 쓰게 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 . 무조건 잘 싸워서 무조건 이겨주기를 바라는게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그 기대와 희망을 고스란히 해결하고 충족시켜줘야 하는게 바로 이 자리다. 국가대표 감독은 김교수나 나 자신이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힘든 자리다. 때로는 가슴이 저며올 정도로 고독하고 힘들어 자다 말고 일어나 아내에게 전화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나는 대범하지도 못하고 보잘 것 없는 인물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기를 앞두고 숨이 막히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그릇이다. 그때마다 나는 엎드려 기도한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어린아이가 부모님 손을 잡고 가다가 무섭거나 겁이 나면 그 손을 더 꼭 쥐는 것처럼 지금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의 손을 꼭 쥐고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심정이다.

그래서 나는 늘 기도한다.

그러나 경기 전 벤치에 앉아 기도할 때나 경기가 끝난 후 하나님께 감사할 때나 한번도 김교수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요란스러운 몸짓을 보이기 위해 그래본 적은 없다. 내가 인터뷰에서 "주님께 감사한다" 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나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기 전 나는 우리 선수들을 감동시켜 90분 내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나 자신은 90분간 진두지휘하면서 한치의 흐트러짐이나 오차도 없이 매순간 정확히 판단하고 지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경기가 무사히 끝나면 나는 바로 이런 나의 기도가 이뤄졌다고 믿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이다.

이겼기 때문에 감사하고 이기지 못하면 감사하지 않는게 아니다.

나는 두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숙인 스님이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신부.수녀님들을 볼 때면 그분들의 기도 모습이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코끝이 찡해옴을 느낀다. 나에겐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도사도 아니고 종교 편싸움 선봉에 선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다는 믿음 때문에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생기는 우둔한 사람이다.

얼마전 KBS - TV가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후 현장 인터뷰를 옮기는 과정에서 "주님께 감사한다" 는 인터뷰 첫머리가 잘린 모양이었다. 기독교인들이 KBS에 전화를 해서 "일부러 그랬다" 며 항의를 수도 없이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종교를 가진 열성 신앙인들이 마음에 평화는 없고 편견과 피해의식으로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맞추려고 아우성치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비록 공부를 많이 한 종교학자가 아니지만 어느 종교든 투쟁만 있고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교수의 말대로 후임 감독이 부처님을 믿든, 알라를 믿든 그것은 나에게 묻고 따질 일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스스로 의지하는 신으로부터 용기와 힘, 그리고 평화를 얻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그가 아무리 공인이라 해도 그것은 지탄받아야 하는 나쁜 짓 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범근이가 기도하고, 차범근이가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차범근이가 자꾸 이긴다고 해서 기독교의 모든 문제가 합리화되는 것도, 다른 종교가 부인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 자신이 공인의 룰을 어긴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친 종교논리로 비약하려는 것은 나로서도 유감스럽다.

이전의 어느 감독은 월드컵을 앞둔 중압감에 입이 돌아가고 말았다. 또 유럽의 많은 감독들이 알콜에 빠져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금처럼 숨막히는 때에 나 역시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서 기도하는 형식이나 모습보다 기도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차범근 축구국가대표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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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지기 의견: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책으로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실천을 하지 않는다.
" 너희가 기도할 때는 외식하는 자와 같이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거리어귀에 서서 기도하지 말라.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아무리 마음의 평안이 어떻고 저떻고 해도 성서에 "하지 말라"고 되어 있으면 안해야 할 것이 아닌가? 출처[바이블의 진실] http://xbible.com.ne.kr/
 

Comments

내눈들보 2010.09.02 11:36

도올은 논리적이고 차감독은 감정적이다, 차 감독의 그걸 나쁘다 할수야 없지마는 논리적인 충고는 따르는게 옳지 않겠는가.
비록 개인적인 신앙의 자유가 있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국민을 상대하는 공인이라는 입장을 떠나서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차 감독의 더욱 성숙한 신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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