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KBS 강좌 ’도올의 논어 이야기’를 돌연 중단하고 해외로 떠나 궁금증을 자아냈던 도올 김용옥(金容沃.전 고려대 교수)씨는 10일 “KBS 강좌를 그만뒀던 것은 목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후 참여불교 재가연대 주최로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열린 ’불교의 본래 모습-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라는 제목의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금도 인후염으로 인해 잘 아는 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난 그를 보기 위해 커다란 강당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앞에 특유의 흰색 도포 차림으로 나타난 김씨는 KBS 강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간 뉴욕과 인도, 티베트 등지를 오가며 연구한 초기 불교의 본질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방송을 그만둔 뒤 인도로 갔던 것은 붓다가 되기 전 청년 싯달타의 행적과 정신적 발전과정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이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불교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가 이날 강연에서 소개한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는 부분.
김씨는 ’불교가 무엇이냐’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불교는 무신론이며 과학’이라는 답변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선불교의 잘못된 전통 때문에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붓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란 뜻”이라며 “’연기’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해탈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신비화된 개념이 아니라 철저한 과학적 통찰”이라고 역설했다.
김씨는 이날 특유의 열정적인 제스처와 카랑카랑한 목소리, 각종 학문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강당에 모인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 기독교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통찰은 김용옥 특유의 직설적 어법이 조금도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김씨는 “근대화 과정에서 유입된 기독교가 20세기 한국 사회에서 많은 긍정적 역할을, 특히 교육분야에서 했으나,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폐해는 바로 우리 사회를 광신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가 만들어놓은 이같은 광신주의는 정치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돼 이를테면 지역감정과 같은 맹목적 광신주의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월드컵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민족적 역량을 깨달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세기 한국사회를 이끌었던 기독교를 대신해 초기 불교의 합리적.과학적 전통이 중심이 되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날 강연이 열린 동국대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 1시간 전에 이미 1천여석에 이르는 본관 중강당이 다 차서 일부는 강단 주변 또는 계단에 앉거나 서서 강의를 듣는 등 김씨의 대중적인 인기와 유명세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