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비판-야훼참배는 신사참배와 동일
기독교인은 어디까지나 기독교인이지 유대교인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인이 유대교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유대교라는 것은 반드시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혈통성(the Jews) 위에서 성립하는 종교라는 것이다. 즉 한국인이 기독교인일 수 있고 유대교인일 수 없는 것은, 기독교가 유대교가 갖는 혈통적 민족주의의 한계를 타파했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상대성을 보편화시킨데서 기독교는 성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있어서 기독교의 종교적 의미는 철저히 보편적이고 철저히 추상적이어야 한다. 추상적이라 함은 유대민족이 갖는 민족 문화적 성격이 역사적 이해의 방편으로는 고려될 수 있을지라도 그것이 곧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또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뜻한다.
구약성서는 직접적 신앙의 대상으로는 유대인의 테두리에서 머물러야 한다. 이것은 곧 『일본서기(日本書紀)』가 일본 민족의 신도(shintoism)의 테두리에 머물러야 하는 것과 같다. 신사참배(神社參拜)에 굴욕을 느꼈던 사람들이 왜 야훼참배에는 그렇게 일고의 반성도 없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우리 나라 기독교인들이 구약을 보는 눈은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야훼는 어디까지나 유대민족의 신(神)이다. 야훼는 분명히 기독교의 신과는 동일해서는 안된다. 한국인은 야훼에게 객관적 종교사적 의미를 먼저 물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기껏해야 그 물음이 나에게 던져주는 실존적 의미 이상을 취해서는 안된다. 내가 한국기독교인들이 막연하게 구약에 대해 갖고 있는 경학관(經學觀)을 살펴볼 때 그들은 그들 자신을 유대인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느낀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기독교 경학관은 전통적 유교 경학관의 오류의 답습이라는 연속성에서 보다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한국의 기독교신학이 하여야 할 첫 사명은 기독교의 이해 자체에서 야훼 존재상의 문화적 성격을 철저히 탈색해 내버리는 것이다. 설교에 있어서나 생활규범 속에서 구약의 명제들을 무비판적으로 절대적 진리로서 강요하거나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암암리 자신을 유대인, 그것도 맹목적 유대인으로 동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조선왕조실록』은 한 장도 거들떠보지 않은 사람들이 남의 민족의 역사책은 왜 무오류적(無誤謬的)으로 맹신해야 하는가? 그러면서 자신을 한국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구약성서』는 기본적으로 유대민족의 역사기록이다. 단지 그 역사의 성격이 야훼의 구속사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뿐이다. 이것은 나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유대인 자신들의 구약이해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도올<절차탁마대기만성> 중에서]
유대민족은 자기들의 문화를 우리 조선민족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우리 나라 지성인들이 자기네들의 『이조실록』(즉 여기서는 『구약』을 가리킴)을 가지고 운운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내가 지금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유대 문명론은 유대인 자신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유대인들의 멘탈리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유대인이 아니다. 그것은 유대인이 아닌 바로 서구문명의 기독교라는 문화제국주의다! 이 기독교라는 문화제국주의는 럿셀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대로 로마제국의 환영의 잔재일 뿐이다. 정치적 제국주의는 현실적으로 사라져도 문화적 제국주의는 오래 살아 남는다."
<여자란 무엇인가> 중에서 출처[바이블의 진실] http://xbible.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