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14

몰러 0 3,957 2002.10.27 20:02
○ 종교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기독교 호교론자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공산주의를 기독교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보면서 공산주의의 해악을 기독교 국민들이 누리고 있다는 축복과 대비시킨다. 내가 볼 때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공산주의의 해악들은 ‘신앙의 시대’ 기간 동안 기독교 내에 존재했던 해악들과 똑같다. 게페우가 종교재판소와 다른 점은 양적인 측면뿐이다. 게페우의 잔학행위들, 그것이 소련의 지적 도덕적 생명에 주는 피해는 과거 종교재판가들이 득세할 때마다 저질렀던 것들과 똑같은 류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역사를 날조하는데 교회도 르네상스 이전까지 똑같은 짓을 했다. 지금은 교회가 소비에트 정부만큼 나쁘진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교회를 공격했던 사람들의 힘 덕분이다. 트랜트 공의회(1545∼63년 사이에 열린 로마 가톨릭 교회 회의)서부터 오늘날까지 교회가 혹시라도 나아진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교회의 적들 덕이었다. 공산주의의 경제원리가 싫어서 소비에트 정부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크렘린의 이 원리는 초기 기독교인들, 프란체스코 수도회, 중세 기독교 이단자들의 다수가 지지했던 원리이기도 하다. [종교는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중에서]

지금이라도 성경의 주요 교리들을 펼쳐놓고, 공산주의와 기독교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서로 바꾸어 대입해 보라. 놀랍게도 문맥이 일치한다. 신성한 원리, 거역할 수 없는 진리, 의심을 죄악으로 보는 것, 단일한 해결책, 그리고 그 해결책에 대한 절대적 믿음 강요... 어느 것 하나 비슷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아주 약간만 비약하면 기독교는 공산주의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사상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하나는 종교로써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는 우열의 차이가 별로 없다.




○ 기독교 역사의 해악을 인정하면서도 기독교가 좋다는 사람

내가 볼 때 버터필드의 주장은, 불필요한 것들을 빼고 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자기 이웃을 사랑하게 된다면 좋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별로 그런 의향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사람들이 예수가 하나님이었음을 믿는다면 믿지 않았을 때보다 이 부분에 관한 그의 가르침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이웃을 사랑하게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예수가 하나님이었음을 설득시키려 애쓰기 마련이다.’

이런 류의 주장에 대해선 반박론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우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버터필드 교수 및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믿고 있는데, 그들이 이런 견해를 갖게 된 이유 그 자체는 예수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 그들이 이 견해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예수의 가르침을 예수의 신성의 증거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신학에 근거한 윤리가 아니라 자기들의 윤리에 근거한 신학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겉으로는, 자신들로 하여금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 비신학적 근거들이 폭넓은 호소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이 보기에 좀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른 주장들을 창안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진전이다.
한때 많은 신교도들이,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살인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만일 당신이 그들에게 안식일을 지키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고 설득한다면 그들은 그렇다면 살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추론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모든 종교의 윤리는 일부 합리적으로 변호할 수 있는 것들과 미신적인 금기들의 구현에 지나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다. 합리적으로 변호될 수 있는 부분들은 지켜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간, 다른 부분의 비합리성을 발견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부분까지 몽땅 성급하게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중에서]

멍청한 기독교인들이 안티들에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성경을 부정하신다면 십계명도 부정하시겠네요? 그래서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을 서슴치 않으시나요?”

하나님이 완벽하게 만든 세상이라면서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이 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행위가 없었던 들 예수의 족보가 형성되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한편, 야훼와 예수가 없이도, 안식일을 안 지켜도 잘 살 수가 있지만, 도둑질과 살인이 만연하면 과연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가 살펴볼 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굳이 야훼의 명령이 없더라도 도둑질과 살인은 옳지 않은 것이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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