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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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9

몰러 0 5,976 2002.10.27 19:58
○ 권력가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교육의 모든 단계에 있어 미신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가히 재앙이라 할 만하다. 아이들 가운데 사고하는 습관을 익히는 아이는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서 이 습관을 없애는 것이 교육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답하기 거북한 질문이 들어오면 으레 ‘쉬, 조용!’이라고 하거나 벌을 내린다. 집단 정서를 이용하여 특정한 류의 믿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가주의적인 믿음들을 주입시킨다. 자본가, 군국주의자, 성직자들이 교육에서 하나가 된다. 이들 세력은 모두 감성주의가 팽배하고 비판적 판단이 줄어들어야 권력이 보장되는 집단들이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의 도움을 받아 교육은 보통 사람들 속에 이러한 성향들을 확대시키고 강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중에서]

사고하는 습관이 없으면 남의 말을 쉽게 믿는다. 그리고 한번 정해진 가치관은 그것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심지어 그 불합리를 인정하면서도 바꾸려 들지 않는다. 회의적인 습관, 의심하는 습관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세우면 이 세상은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다. 세상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조금씩, 가끔은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때에 진보를 해왔었다. 기독교를 비롯한 대다수의 종교들은 단지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장해왔을 뿐이다.



○ 개인주의의 근원

기독교 신앙은 로마제국 시대의 민중들, 즉 자기네 민족 국가들이 멸망하면서 모든 정치권력을 박탈당한 채 광대한 비개성적 집합체 속에 흡수되었던 인구 사이에서 생겨났다. 기독교 시대가 열리고 처음 삼백 년 동안, 기독교를 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제도의 단점을 깊이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변화시킬 힘이 없었다. 상황이 그러했으므로 그들이 불완전한 세계에서도 개인은 완전해 질 수 있으며 훌륭한 삶은 이 세상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믿음을 채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중에서]

기독교가 권력을 잡은 뒤에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교부들은 교회가 권력을 쥐는 데 일조했으며, 민중을 신의 말씀 안에서 집단화하게끔 만들었다. 나중에 교회의 권력이 느슨해지자 사람들은 교회의 집단주의와 상관없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로마시대 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개인주의로 발전하였다. 교회는 결국 이러한 개인주의를 타락의 원천으로 간주하면서 재집권을 추구하였지만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자유로 업그레이드된 개인주의를 어찌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따져보면 로마시대의 개인주의는 사실상 물리적 권력이 배제된 집단주의였을 뿐이다.




○ 개인적 구원에 담긴 결함

정치적으로 예속된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위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개인적 구원이라는 관념은 우리가 극히 협소한 훌륭한 삶 개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불가능해진다. 정통 기독교적 개념의 훌륭한 삶은 덕있는 생활인데 이때 덕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하나님의 뜻은 양심의 목소리를 통해 각 개인에게 드러난다. 이러한 관념은 인간을 외계적 압제에 종속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훌륭한 삶에는 덕 외에도 이를테면 지성 같은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또한 양심이란 것은 가장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흔히 어릴 때 들은 훈계의 어렴풋한 기억들로 이루어지므로 훈계를 맡았던 보모나 어머니 이상 현명할 수는 결코 없다. 완벽한 의미에서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 친구, 사랑, 자녀(본인이 자녀를 원할 경우), 궁핍과 큰 근심을 막아줄 충분한 수입, 건강,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여러 다양한 수준으로 그 사회에 의존하며 정치적 사건들에 의해 도움을 받거나 방해받기도 한다. 따라서 훌륭한 삶은 훌륭한 사회에서 가능하며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완벽하게 훌륭한 삶이 되기 어렵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중에서]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실체이든 관념이든 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자유를 버리고 종속을 추구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최상의 가치에 대한 종속으로써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이미 자신들이 설정한 최상의 가치에 대해 회의를 품을 수가 없게 된다. 분명히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더라도 말이다. 결국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보다는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 서구가 “타락”한 이유

구원의 또 다른 성격은 그것이 성 바울의 개종과 같은 격변의 결과로써 생겨난다는 것이다. 셀리의 시에는 이러한 관념을 사회에 적용했을 때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모든 이들이 개종했을 때 그 순간이 온다. ‘무정부주의자들’이 훨훨 날고 ‘세계의 위대한 시대’가 새로이 시작된다.

시인은 중요한 사람이 못되므로 그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혁명 지도자들 중 많은 수가 정확히 셸리와 같은 생각을 가졌으리라 느꼈다. 그들은 불행함과 잔인함은 전제 정치나 성직자나 자본가나 독일인들 때문이며 그러한 악의 근원들이 전복되어질 때 총체적인 심정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후로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된다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믿음을 펴기 위해 그들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을 기꺼이 치러오고 있다. 패배나 죽음을 당한 자들은 비교적 운이 좋았다. 운이 나빠 승리자로 등장한 자들은 자신들의 찬란했던 희망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탓에 냉소주의와 좌절감에 빠졌다. 이러한 희망들의 궁극적인 원인은 구원으로 가는 길로서의 대단원적인 개종이라는 기독교 교리였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중에서]

기독교는, 자세하게 말해서 기독교가 내포한 것과 같은 배타성은 모든 분쟁의 원인이 되었을 뿐이며,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지성과 자제력, 그리고 연민이 배제된 독트린은 항상 사람들의 욕구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충동질했다. 공산주의라는 괴물이 힘을 잃은 지금 오히려 분쟁은 더 잦아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나름의 진리’를 ‘모두의 진리’라고 확신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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