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
ㅇ 성서의 예언
한 가지 일이 저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즉, 과학이 우리를 끌어넣고 있는 세계는 고대의 신학이 상상하고 있던 세계와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소위 원시인의 터무니없는 추측으로 우주의 본질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의 변화를 신약, 특히 요한계시록에 끼워 맞추는 시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이런 성격의 묵시문학에 감탄한 모양이다)
존경하는 커티스씨, 보내주신 편지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날 성서에 있는 예언이 실현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뭔가 그러고자 하는 마음의 경향이 존재할 때 그것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의미 이외의 경우에는 그런 사실을 믿을 수 없습니다.
저는 신학으로 씌어진 것은 원시종족의 약간 역사적인 공상의 세계라고 간주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때때로 야만적이며 또 때로는 흥미있는 세계입니다. (1962.10.22)
ㅇ 그리스도의 실존에 대한 견해와 그리스도에 대한 평가
저는 지금 선생님의 저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리스도에 대해 말씀하시고, 그리스도가 살아 있었는지 어땠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도는 위대한 인간이었음을 믿는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친애하는 롤러양, 당신이 제 책을 좀더 주의깊게 읽어주시지 않은 것이 지극히 유감입니다. 그리스도라는 인물이 실재한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시도를 보면 참으로 천박합니다. 그리스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이에 대한 견해는 또 다른 문젭니다. 그와 같은 견해란 그것을 믿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개인을 가공의 인간으로도 실재의 인간으로도 평가하게 합니다.
그리스도로부터 왔다고 일컬어지는 도덕관의 어떤 것은 확실히 찬성할 수 있습니다.그가 신격을 갖추고 있었다는 환상적인 신념은 그 시대의 많은 방황하는 신비주의자와 광기에 찬 사람들이 품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주로 심리학자에게 흥미 있는 일입니다. (1963.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