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
ㅇ 종교는 유해하다.(1장 서문 중에서)
종교는 서로 의견이 다르고, 또한 일치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들 중에서 하나 이상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은 논리상 명백하다. 종교가 진리냐 아니냐 하는 의문이 하나의 문제며, 그것이 과연 유용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또 하나의 문제다. 나는 종교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듯이 그것이 유해하다는 것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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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이 종교를 반대한 것은 한낱 말장난이나 지적유희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는 세계의 대종교들이 진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아예 유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해로운 교리와 미신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휴머니스트였기 때문에 종교에 반대한 것이다.
ㅇ 유명인의 회계
전 몇 년 전에 저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을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선생님이 중국에서 강연여행 중이실 때 그곳에 있었답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회상하여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님은 병에 걸리셔서 중국의 기독교 미션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참으로 위독했습니다. 점차 차도가 있자 선생님은 크게 참회하시면서, 전도사이기도 하였던 담당간호사에게 말씀하신 것은 ‘내가 동양 학생의 종교적 신앙을 비난해 온 것을 과연 신이 용서해줄 것인지, 아니면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리펜코씨, 보내주신 편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1921년에 시작되어 지금쯤 사라진 것으로 생각해오던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1921년에 나는 북경에서 폐렴에 걸렸습니다. 그때 내가 고용할 수 있는 간호사라고는 다만 영국인 간호사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신앙심이 매우 돈독한 부인으로, 병에 차도가 있자 저를 죽이는 일이야말로 그녀의 의무라 여겨서 양심과의 싸움에서 크게 괴로워했다고 내게 고백하였습니다. 결국은 신앙에 충실하려는 본능을 따르기에는 간호사로서의 직업적 본능이 너무나 강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저는 2주일 동안 헛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끝나자마자 지난 2주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밤에는 간호사가, 낮에는 아내가 간호해 주었습니다. 제가 기침을 할 때마다 신을 모독하는 버릇이 있었던 모양(jesus!!, jesus christ!!, Oh god! ☞ 쓰바, 젠장, 닝기리)인데, 그 간호사는 그것을 제가 기독교의 신에게 엄숙하게 애원하는 것으로 잘못 안 것 같습니다. 이건 아내가 알려준 것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그 병원은 기독교 미션병원이 아니라 독일인이 경영하는 병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간호사는 기독교 전도사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항상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유포됩니다(전도용으로 거짓말을 퍼뜨린다는 뜻). 당신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버나드 쇼가 죽기 직전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지방의 영국 국교회 교구 목사는 쇼가 그를 쫓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알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쇼는 신앙심이 깊고 뜻있는 교훈에 찬 최후를 마쳤다”고 전 세계에 허위성명을 냈답니다. (195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