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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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지켜온 사람들이 대개 매우 악했습니다.
엑스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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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7 20:02
우리가 기독교를 지키지 않으면 모두 다 악한 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독교를 지켜온 사람들이 대개 매우 악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이상한 사실, 즉 어느 시기에 종교가 강하면 강할수록 독단적인 신앙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잔인성은 더했고, 사태는 더 나빴습니다. 이른바 신앙의 시대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정말 철저히 기독교를 믿었는데도 종교재판에의 고문은 극에 달하였습니다. 불행한 여성이 수없이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지고, 종교란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갖가지 잔인한 일이 다 가해졌습니다.
세상을 돌이켜 볼 때, 여러분은 털끝만한 인간의 감정의 발전도, 형법상의 모든 개선도, 전쟁을 없앨 모든 방안도, 유색인종의 대우개선을 위한 모든 대책도, 또는 모든 노예제도의 완화나 이 세상의 모든 도덕적 진보도 세계의 조직화된 교회에 의하여 철저히 반대되어 왔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많은 교회로 조직된 기독교도의 종교가 세계의 도덕적 진보의 으뜸가는 적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을 신중히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한 무구(無垢)한 소녀가 매독환자인 남자와 결혼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에 카톨릭교회에서는 "이것은 바꿀 수 없는 서약이므로 일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여성은 매독성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한 어떠한 방도도 취해서는 안되게 됩니다. (산아제한 금지) 이것이 카톨릭교회가 하는 말입니다. 나는 이것을 악마의 잔인성이라 단언하며, 누구나 그 자연대로의 동정심이 아직 독단으로 물들지 않고 그 덕성이 고통의 감정 앞에 완전히 마비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상태로 계속하는 것이 옳으며 타당한 일이라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일례(一例)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재 이 순간에도 교회가 자칭 도덕이라고 부르는 것을 강요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죄없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은 교회가 인간의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어떤 일련의 편협한 행동규범들을 도덕이란 이름으로 정해 놓았으니, 교회의 주요 역할은 아직도 이 세상의 고통을 덜어 주는 모든 방면의 진보와 개선을 가로막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이러한 일은 인간행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행복과 그 문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행복이 도덕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도덕의 목적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 Bertrand Russell, 이재황譯 중에서, 범우사, 1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