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러셀의 글 모음입니다. (몰러님이 정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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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6
몰러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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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4 21:27
○ 종교가 철학에 대해서 한 일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동일성을 주장하던 성 시릴은 광적인 열의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대주교로서의 자기의 지위를 이용하여, 알렉산드리아의 거대한 식민지에서 유태인들을 학살할 것을
선동하였다. 그가 명성을 얻게 된 주요한 계기는 힙파티아를 사형한 일이었다. 당시에 힙파티아는
뛰어난 여인으로 이 편벽된 시기에도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깊이 연구하였으며 그 천재적인 재능을
수학에 바쳤던 것이다. 그녀는 “마차에서 끌어내려, 벌거벗긴 몸으로 교회로 끌려가, 독경사 피터와
그 밖의 사납고도 무자비한 광신자들의 손에 무참하게 학살되었다. 그녀의 살을 예리한 조개껍질로
도려내고, 또 경련을 일으키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지를 불 속에 던졌다. 이와 같은 심문과 형벌이
의롭게 진행되어, 때에 알맞게 일을 끝냈다.” 그 후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다시는 기독교가 철학자
들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게 되었다.
힙파티아의 죽음은 과학적인 자유로운 사상의 종말, 기독교적 도그마의 등장, 그리스/로마 문명의
마지막 쇠퇴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형제애인 것이다.
얼마 후 525년에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남아 있던 철학학교를 모조리 폐쇄하였으며, 이로서 암흑시대가
시작되었다.
○ 인간의 위세로 결정된 교리 2
성 시릴은 콘스탄티노플이 그곳 대주교 네스토리우스의 가르침에 따라 곁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심하였다.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 안에 두 위가 있으니, 하나는 인간의 위요, 또 하나는 신의
위라고 주장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네스토리우스는 성모를 신의 어머니라고 부르기를 거절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마리아는 단지 인위의 모친이 될 수는 있지만 신위의 모친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교회는 분열되었다. 대체로 수에즈 동편의 주교들은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에
가담하고, 수에즈 서편의 주교들은 성 시릴에게 가담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1년에
에베소에서 회의를 열었다. 서방의 주교들이 먼저 모여, 나중에 오는 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고 회의를 진행시켰다. 그리하여 당시에 의장이던 성 시릴의 편을 들어 급히 결의를 내려버렸다.
이 회의의 결과 네스토리우스는 이단으로 규정되었다.
“13세기 전에 일어난 주교들의 이 소동이 제 3회 종교회의라는 허울을 썼던 것이다.” - 에드워드 기번
※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삼위일체의 문제와 그리스도의 도성인신, 즉 인성과 신성의 분리 또는 통합
문제는 조금 별개의 것이므로 혼동하지 말 것...
에베소 회의는 그리스도가 한 위뿐이라고 결정했으나 얼마 후 교황에 의해 소집된 칼케돈 회의는
그리스도를 인성과 신성으로 분리한다.
기독교인들이 이단에 대해 정죄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단으로 분류된 교파도 나름대로 성경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창조-타락-고난-대속-구원-
재림-심판-천년왕국으로 이어지는 큰 줄거리는 일관성이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둘째, 첫째 이유와 동어반복이 될 지 모르지만, 이단 분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 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다. 그 방법론에 있어서 말빨과 세력 말고는 단 한가지도 정당성이 없다. 순복음교회가
이단에서 정통으로 변모한 과정을 보라.
셋째, 정통이라 자부하는 기독교계도 하나의 큰 이단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도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맡겼는데, 왜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동일시할까?
이 역시 첫째, 둘째 이유와 동어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