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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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록 (서양철학사 중세편 中에서) 9

몰러 0 4,291 2002.09.18 19:14
○ 아시시의 성 프랜시스는 실패자

성 프랜시스가 다른 성자들보다 색다른 점은 그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행복감이나 보편적인 사랑,
그리고 천부적인 시인으로서의 재능 등이다. 그의 선행은 어떤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생명 있는 것은 다 사랑하였다.
(중략)

그는 일반적인 기독교 성자들과는 달리 자기의 구원보다도 다른 사람의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가장 비천한 사람이나 가장 악한 사람에게도 우월감을 가진 일이 없었다. 켈라노의 토마스는 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성자들 중의 성자요, 죄인들 중의 죄인이었다”고...

만일 마귀가 존재한다면 마귀는 성 프랜시스가 세운 그 교단에 대하여 가장 큰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이 성자의 후계자인 엘리야스 형제는 사치에 빠졌으며, 빈곤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허용하였다.
프랜시스가 죽은 후 여러 해 동안 이 교단이 주로 한 일은 겔프당과 기벨린당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가담할 병사를 훈련하는 일이었다.

종교재판소는 프랜시스가 죽은 후 7년 후에 세워졌으며, 주로 프랜시스 교단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였다.
정신주의자라고 하는 소수의 무리들만이 프랜시스의 가르침을 준수하였다. 그들은 종교재판소에서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하였다. 재판 도중에도 이들은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재산을 소유하지 않았으며,
입을 의복도 제대로 갖지 못하였다고 주장했었다.
이러한 견해는 존 22세에 의하여 1323년 이단으로 규정되었다. 성 프랜시스의 생애는 결국 부유하고
부패한 또 하나의 교단과 교권조직을 더욱 견고하게 한 것밖에 되지 않았으며, 도덕적으로 진실하며
탁월한 인물들이나 사상적으로 자유를 누리는 인물들에게 모두 박해를 가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성 프랜시스 자신의 목적과 그의 성품을 생각해 볼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얄궂은
일이었다.

지금은 나병환자들이 있는 곳에 꼭 프랜시스(프란찌스꼬) 교단이 있다고 보아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정말 칭송 받아 마땅하다. 과거야 어찌되었던 간에 말이다.
프랜시스의 유일한 실책은 인간의 기본 심성중의 하나인 부에 대한 욕구를 인정하지 않은 점이었다.
이것은 후계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고, 결국 예수와 사도들에 대한 청빈논쟁은 많은 피를 뿌리고
말았다. 결국 청빈한 예수님 상은 이단으로 규정되었다. 웃기는 것은 이 규정이 예수님이 부유하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청빈/부유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단이라는 것이다.




○ 새로 창조되는 영혼

(성 토마스에 의하면) 영혼은 정액과 함께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로 새로이 창조된다. 여기에
하나의 난점이 생긴다. 즉, 누가 서자로 태어났을 경우(불륜에 의하여 태어났을 경우)에 신은 이 간음의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외관상의 난점에 지나지 않는다. 참으로 어려운 난점이 또
하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성 어거스틴도 괴로움을 느꼈는데, 그것은 원죄의 전달에 관한 문제이다.
죄는 영혼이 범한다. 그런데, 영혼이 전달되지 않고 새로 창조된다면 어떻게 아담의 죄를 물려받을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 성 토마스는 아무런 언급도 않고 있다.

성 어거스틴은 이 괴로움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그것은 인간의 영혼 자체가 사탄의 지체라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죄와 영혼이 유전되느냐 아니냐를 따질 필요 없이 인간의 탄생에 사탄이 관여
한다고만 하면 되었다.

차라리 말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문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더 착해 보인다. 물론 아퀴나스가 이 난점을
알고서 고민해봤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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