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11

러셀 어록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11

몰러 0 12,130 2002.10.27 19:59
○ 하나님은 뭐하고 계실까?

내가 논하고 싶은 것은 철학의 진실성이 아니라 철학의 정서적 가치일 뿐이므로 현상과 실체 사이의 차이를 근거로 후자를 무시간적이고 완전한 것으로 보는 형이상학이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갈 것이다. 어떤 종류든 이러한 형이상학의 원리는 한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님은 그의 천국에 계시니, 세상 일은 모두 잘못이로다.’ 이것이 이 원리의 최후 결론이다. 그러나 이 결론은 하나님은 자신의 천국에 있고 또 언제나 거기에 있어 왔으니 -산 자와 죽은 자의 심판까지 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철학가들의 이 신념에 보답이라도 하기 위해- 언젠가는 이 땅에 강림할 것이란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오랜 세월 하늘에만 머물기로 한 것을 보면 이 땅의 일에 대해선 냉정하기로 작정한 듯 하니 우리가 여기에 희망을 건다는 것은 경솔한 일일 것이다. [마담, 그럴까요? - 아니, 그렇지 않아요 중에서]

‘실체는 시간을 초월하며 영원히 선하다’는 말은 신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시간을 초월한 존재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서에서는 분명 불필요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많은 간섭을 하는 신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시간을 초월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앞을 내다본다는 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을 보라. 그리고 그 피조물을 간섭하는 과정을 살펴 보라.



○ 천국의 실체

우리의 모든 경험은 시간과 결부되어 있으며 시간을 초월한 경험이란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을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모순에 빠지지 않고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철학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경험은 우리가 아는 경험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데 만일 이것이 나쁘게 보인다면 현상과 구별되는 실체에 관한 그 어떤 이론도 우리에게 더 나은 희망을 줄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절망적인 이원론에 빠져버린다. 한편에는 우리가 아는 세계, 즉 기쁘거나 불쾌한 온갖 사건들과 죽음과 실패와 재앙들로 가득한 세계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상상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이 상상의 세계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달리 없는 관계로 우리가 실체를 확대시킴으로써 실체의 세계라고 명명한 세계이다. 그러나 이 실체의 세계에 대해 우리가 가진 유일한 근거는, 우리가 실체란 것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마담, 그럴까요? - 아니, 그렇지 않아요 중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만든 상상의 세계에 가기 위해 스스로를 비하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상상의 세계가 정말로 실존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소홀하게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는 실패자/패배자의 변명이 지배하는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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