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왜 그렇게 무능해? (크리스마스, 그 계절병에 몸살을 앓는 벗들을 위해 1)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면 유교도, 불교도, 이슬람도, 그밖의 수많은 종교들도,
심지어는 종교 아닌 다른 가치관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by staire

아버지는 왜 그렇게 무능해? (크리스마스, 그 계절병에 몸살을 앓는 벗들을 위해 1)

신생왕 1 5,566 2006.12.05 14:33
아버지는 왜 그렇게 무능해?

 

[마태오 4장1-4절]

그 뒤에 예수께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사십 주야를 단식하시고 나서 몹시 시장하셨을 때에 유혹하는 자가 와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성서에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대답하셨다.


[로마서 14장17-19절]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람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도모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을 추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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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의 일입니다.

목사인 어느 친구 부부가 연말에 들린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아들 시원이보다 두어살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려니와 성탄절도 되고 하여 아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궁리하다가 그 때 내 형편에는 비싸다고 생각되는 장난감을 하나 사서 시원이에게 들키지 않게 감추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내외를 따라 차에서 내리는 아이는 제 힘으로 가누기조차 어려워 보이는 커다란 장난감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지고 있는 장난감에 비해 우리가 선물한 장난감은 초라하기 짝이 없어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내 가지고 온 장난감만 만지고 노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시원이의 눈이 휘둥그래졌고 “와우!” 하는 탄성과 함께 그 아이가 만지는 장난감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한참 그렇게 넋을 잃은 듯 그 아이가 장난감을 이렇게 저렇게 조작하며 노는 것을 구경하던 시원이가 내 팔을 잡아당기는 것입니다.

“아빠, 나도 트랜스포머 사줘!”

아빠에게는 무엇을 사 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지내던 시원이가 이렇게 조를 때는 어지간히 그게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그게 뭔데?”

“저거, 저 애가 가지고 있잖아.

저건 별 것 별 것 다 만들 수 있어.

로봇도 되고, 탱크도 되고, 전투기도 되고, 공룡도 돼.

그리고 떼어 내면 하나씩 따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 여러 개가 되요.”

“그거 아니어도 넌 장난감 많잖아?”

역시 아빠에겐 무엇을 사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재삼 깨달았다는 듯 시무룩해진 시원이를 친구가 거들고 나섰습니다.

“형님, 그거 하나 사 주세요.

조금 비싸지만 요즈음 그것 못 사주면 무능한 아빠 됩니다.

아이들 지능 개발에도 도움이 된데요.”

 

‘필요악’이란 말이 대변하듯 어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에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조리 있는 변명으로 옹호하기 마련입니다.

‘무능한 아버지가 된다는 말만 가지고도 충분한데 지능개발을 위해서라니 안 사줄 수가 없지요.

성탄절이 지난 후 재고정리를 위해 화이트 쎄일(White sale)을 한다기에 우리는 아이와 함께 시장구경을 나갔습니다.

진열대에서 집어든 트랜스포머 상자를 보는 순간 이번엔 우리 부부가 넋을 잃을 차례였습니다.

‘조금 비싸긴 하다’기에 크게 할인판매를 한다 해도 일이십불 가지고는 어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백불 가까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이건 너무 비싼데, 다른 것 골라보자.”

제 엄마가 타이르는 말에 시원이는 맥을 잃고 멍하니 서서 “아빠가 약속 했는데....” 하고 중얼거리면서 트랜스포머 상자를 힘없이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계획했던 일상생활용품을 하나도 사지 못하고 하릴없이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원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나이끼인지 뭔지 하는 유명상표 운동화를 사 달라고 제 엄마를 조른 모양입니다.

운동화 가게에 가서 골라보라고 했더니 들고 오는 운동화가 일백육십불이나 되어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할인점을 돌며 고작 이삼십불 하는 운동화만 사던 우리 부부에게는 또 “무슨 운동화가....”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따라갔던 딸 혜란이가 그 운동화를 꼭 사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무슨무슨 상표의 청바지도 사 주어야 한다는데 값을 물어보니 그 때까지 우리가 사 입히던 할인점 제품보다 다섯곱절이나 비싼 것들이었습니다.

시원이보다는 혜란이가 더 안타깝게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싸구려 신에 싸구려 옷을 입은 아이는 시원이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시원이와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지 않습니까?

이제 중학교에 가면 더 이상 다른 아이들에게 업신여김 당하지 않게 꼭 그런 운동화와 청바지를 사주라는 것입니다.

꼭 그 모형 운동화를 사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얼리고 얼려 같은 회사제품으로 육십불짜리 운동화를 사 주는 것으로 마무리지어놓고는 또 한번 영락없이 무능한 아버지가 된 씁쓸한 기분을 눌러 참아야 했습니다.

 

지난 십년 사이에 ‘무능한 아버지의 지표’는 엄청나게 급격한 상승률을 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정은 더 심하고요.

얼마 전에 방문 온 친구의 이야기에 의하면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지 못하면 영락없이 아이들에게 “아빠는 왜 그렇게 무능해?” 하고 타박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과외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매춘을 하다 적발된 어머니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잡혀가는 모습이 텔레비젼 화면에 보였다는 이야기에는 울고 싶도록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부모 된 사람들이 겪는 가장 비참한 심정은 정녕 자신들의 무능 때문에 자녀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그들의 앞길을 열어주지 못한다는 탓을 들을 때일 것입니다.

 

무능이란 제도화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으로 능력의 기준, 가치평가의 기준을 책정하고 있습니까?

돈(물질적 부)입니다.

값에 비례하여 가치의 고하가 판정되며 돈벌이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어떤 일거리의 귀천이 결정되고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능력 여부를 판단합니다.

돈 자체가 나쁜 것이거나 또는 돈을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꼭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나쁜 것, 잘못된 것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에 있으며 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떡이 부정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돌로 떡을 만드는 불합리한 행위가 부정하고 악한 것입니다.

평생을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여 억대의 재산을 모아 사회사업에 헌납한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돈(물질)을 정신세계에 복종시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돈(물질)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정신(문화와 윤리도덕)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블 편집자는 예수설화를 통해서 절대 절명의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까지도 불합리한 물질적 욕구를 단호히 거절하면서 그런 욕구의 자리에 정신문화의 언어로 대처한 것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들은 과연 가치평가의 기준을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인 하느님의 나라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은혜와 축복의 기준을 물질적 부에 설정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돌을 집어 떡을 만들면서 그것을 능력과 축복의 증거라고 우기고있는 것은 아닐까요?

떡을 만들지 않으면(못하면) 축복 받지 못한 무능한 사람이라고 조롱하면서....

Comments

주사랑 2007.01.07 19:26
저희가 하나님을 위해 사는것이지 하나님께서 저희를 위해 존재하시는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수호신마냥 여기면서 물질적축복만을 바라는분들이 있지요.. 반성해야 할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렇다고 보시는건.. 우리 국민중에 범죄자, 살인마가 있다고 국민 전체가 살인마는 아니지 않습니까? 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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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안내>시리즈 전부 48시간 게시후 해당 게시판이동함 ravencrow 2006.09.28 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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