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예수 & 로마 (1)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면 유교도, 불교도, 이슬람도, 그밖의 수많은 종교들도,
심지어는 종교 아닌 다른 가치관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by staire

[인용] 예수 & 로마 (1)

오디세이 0 4,641 2003.01.13 17:00

다른 사이트에서 카톨릭이신 "작은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과 "오필승"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과의 대화를 인용합니다...
"오필승"은 접니다.. (^^)
이런 간격이 있구나... 생각하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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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작은이
제목  예수님과 로마
 
대학생일 때..(그때까지 개신교였는데)
반미데모를 하면서, 로마에 침묵한 예수님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대답을 들은 건 천주교로 개종한 후 어느 피정에서 신부님과의 대화에서였죠.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라고...시인 정호승씨도 추천하셨던 책을 권해주시더군요....^^)

예수님은 로마가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것을
당장 그 순간에 해체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법이라고 보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그것은 수많은 무죄한 (로마가 이스라엘을 정복하는 데 책임이 있지 않은) 사람들의 피를 요구하게 되고,
정작 책임 있는 자들은 목숨과 권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로마가 물러간 후에도 결국엔 또다른 억압이 시작될 뿐이라고....
(70년경 이스라엘이 로마에 반란을 일으켜 통곡의 벽 하나만 남기고 산산조각이 날 때
진짜 피해를 본 건 하층민 여성들, 아이들이었죠......)

기원전후 시기 이스라엘 하층민들에겐 로마의 억압이 문제가 아니었답니다.
종교적으로 버려졌다는 자포자기의 심정,
이스라엘 성직자와 율법학자들의 억압이 그들에겐 더 무섭고 끔찍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율법적으로 버려졌다는 사실로 인해
수많은 질병을 겪고 있던 이들이
중류계급이었고 랍비라 불렸던 예수님이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그들의 몸을 만져주고, 용서받았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치유효과가 나타났겠습니까?

예수님은 당시 사회를 로마 vs 이스라엘로 본 것이 아니라
억압하는 자 vs 억압자......
마치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억압받는 자들을 해방시켜
이스라엘이 억압이 없는 세상이 되면
그것이 로마로도 퍼져나가고....전세계로 퍼져나가서
마침내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게 된다고 생각하셨다는 겁니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몸부림인 노조가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어느사이 물밀듯 전세계로 번져가는 것처럼 말이죠.

채만식의 소설에서 나오던 어느 주인공처럼
조선 말기나, 일제시대나, 해방된 조국이나
결국 없고 가난한 사람이 수탈당하기는 마찬가지인
그런 나라가 억압받는 자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줄 수 없는 것처럼
당시 이스라엘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 역시
이스라엘 안에서 더 뿌리깊게 곪아가던 억압의 역사에는 교묘히 눈을 감아버리고,
힘을 길러 자신들이 로마를 지배하겠다는 또 하나의 지배의 역사를 꿈꾸고 있었던 것......

마치,
노동자의 해방을 노래하고 외치는 자가
정작 집에 들어와서는 폭군가장이 되어
아내와 아이들을 종처럼 부려먹으면서도
자신이 가장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면에서, 범대위측의 미군철수 외치기(저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또한
만약의 경우 사람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외면해버리는,
진보를 가장한 또 하나의 극좌 근본주의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소위 진보운동계열에서의 수많은 노동력착취와 메시아컴플렉스......)

하느님 나라로 우리가 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던 복음서 첫머리의 말씀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등록일 : 2003-01-13 [13:06] | 조회 : 17 | 추천 : 0 | 다운 : 0 | MSIE 6.0(Windows 98 |
 
 
※ 네티즌 의견 보기
 
[오필승]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복음서에 로마에 대한 예수의 언급이 전무하다시피 하기에... 어떤 방식으로 추론을 하건... 100% 확실성을 보장받을 수 없지만...
물론 동일한 사례로 보긴 자신할 수 없지만...
일제시대때, 많은 인텔리층들이...조선의 전통적인 모습을 비판하면서, 계몽주의를 열심히 떠들지만... 정작 일제의 통치에 대해서는 그저... 묵묵부답했었던 일들이 있지요....
어느정도.... 맥락이 조금 닿는 부분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물론 복음서의 기록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예수"란 인간을 그려내었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지만...
그럴리는 만무하고....
무엇보다 복음서의 저자들이 "로마"를 공격하기에는 아무래도 많이 켕겼겠지요...
(01월13일)

[작은이] [오필승]일제시대때, 많은 인텔리층들이...조선의 전통적인 모습을 비판하면서, 계몽주의를 열심히 떠들지만... 정작 일제의 통치에 대해서는 그저... 묵묵부답했었던 일들이 있지요....
예수님의 그런 자세를 자신들에게 맞게 해석해서 끌어다 쓰는 사람들이 문제겠지요. 예수님의 태도를, 진정한 억압의 멸절을 위해 해석하느냐, 미국에 빌붙기 위해 해석하느냐............
그 당시 인텔리들, 자신들이 식민지 시대에 배운 만큼 자신들 안에서의 그런 왜곡된 제국주의적 시각을 버리려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마치 지금 페미니즘을 떠드는 여자들이 정작 자신들 안에서 여성이 여성을 차별해버리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요.. (01월13일)

[오필승] 뭐...물론 작은이님은 기독교인이시니까... (^^) 저는 아니니까...
기왕 말나온김에 몇가지 조금 더 언급을 해보겠습니다...
마태에는 "이스라엘의 길잃은 ~~~ " 이란 말을 통해... 그의 민족주의적 색채를 보여주었고,
마가에서는 온세상에 전도해라라는 투의 명령을 내려서..... 받아들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합니다.
그러나, 마가의 저 구절은 예수가 부활한 후의 에피소드 중에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작된 이야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마가가 형성되면서, 편저자들이 첨가를 했겠지요...
그렇다면, 보다 예수의 언행에 접근한 구절은 마태의 "이스라엘의 긿은 양~~~ " 운운 부분일텐데...
그는 분명히 유대민족 테두리 안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타민족보다는 자신의 민족에게 우선순위를 더 두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대교가 보여주듯이 유대민족은 "종교>정치,사회"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할 만큼 종교의 영향력이 컸고, 기존에 유대교를 통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던 바리새파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 투쟁의 과정에서 거대권력 "로마"에 대한 자극은 최대한 피하고....
물론 복음서 상의 예수의 언명이 하층민과 비기득권층을 향해 있다는 점은 인정할만 하지만....
그냥,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셨던 예수에 대한 해석은 제가 보기엔 조금 과장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01월13일)

[작은이] 마태오복음서는 유대인들을 위한 복음서였답니다.... 특히, 돈많은 유태인들.... 그래서 산상수훈에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가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으로 바뀐 거죠. 루가는 희랍적 사고방식이라서 그대로 써버립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마르코의 경우는 하느님을 모르는 예비자들을 위한 복음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학적으로 골치아픈 부분들 거의 없이, 분량도 작고, 문체도 심플하고....군더더기도 없고....등등. 그러니 온세상에 전도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죠.
결국, 예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느냐라는 부분도 있지만, 사도들이 그걸 어떻게 보고 받아들였느냐,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정말 문제가 되겠지요. 마태오의 그런 부분을 우리에게 끼워맞춰서 우리만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드느냐.... 아니면 마르코의 해석, 루가의 예수님 해석을 따르느냐......
제가 만났던 그 신부님의 해석 역시 그 신부님의 해석이죠.^^ 아벨라르의 대속론이 제게 더 많이 이해가 되었듯, 로마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가 그 신부님과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라는 책을 통해 제게는 더 많이 이해가 되고, 우리 안의 억압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듯이....
(01월13일)

[오필승] 네...아시다시피...
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저술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쓴 저자의 생각, 상황 등등에 따라, 여러가지로 다르게 보이게 마련이지요....
더더군다나, 복음서는 구전에 의한 전설을 서술하고, 더불어 한인간의 신성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작성되었기에, 소설적 특성이 강해졌지요... 예수의 실존성 이나 역사적 사실성 문제는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했기에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예수"에 대한 인간들 집중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기존의 카톨릭, 개신교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신학, 해방신학이니 하면서, 예수에 대한 수만가지 해석이 행해졌습니다. 기독교란 큰 카테고리의 풍부함을 더해준 면이 있긴 하지만, 제가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어느 해석에서도...
예수란 인간에 대해서... "신"과 "인간"의 아리송한 중간 지점에 그를 배치시켜 놓는 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기독교의 특징이자 한계이겠지만....
수열이나, 재웅이 같은 꼴통들이야 두말할 것없이 "신"쪽으로 치우쳐서, 예수를 다루고 있고.... 보통의 기독교인들도 뭐, 대개는 "신" 쪽으로 치우쳐 있고, 진보적이라고 하는 기독교인들은 신과 인간 사이의 아리송한 위치에 놓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지요....기독교라는 종교가 "신앙고백"을 기초로, "예수"가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그 근본이기에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그의 사상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예수"를 그냥 우리와 똑같은 눈 두개 달리고, 코 하나 있고, 똥도 싸고, 오줌도 싸고, 아기때는 똥오줌 못가렸을 테고, 유아기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방네 놀러 댕겼을 테고, 가끔씩 성욕도 느꼈을 테고, 옆집 아가씨에게 호감도 가졌을... 그런 인간으로 보는 저이기에....
기독교라는 종교에 있어 "예수"에 대한 집중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순전히 종교적인 면에서만 보았을 때, 기독교가 정신적인 깊이에 스스로 한계를 지워버리는 커다란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런 면이 대중에게 오히려 더 잘 호소되겠지만....
뭐,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01월13일)

[작은이] 인간 예수......를 말하면 그의 십자가의 고통을 말해야 하기에 회피하는 걸 겁니다. 원래 맛있는 부분만 뽑아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잖아요. (01월13일)
 

* 오디세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1-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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