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독교의 언덕

저는 신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좀비기독교의 언덕

어메나라 3 2,573 2004.04.02 12:33
얼마 전에 내 블로그로 라엘리안무브먼트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놀러왔다. 나한테 쪽지를 남겼는데, 한번 라엘 한국 공식 싸이트에 들어가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블로거한테 독일 신학자 폴 틸리히가 남긴 말인 '궁극적인 관심'이란 말을 따와서 지금부턴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존재론적 관심이 종교성의 혼맹이가 되어야 한다, 그 나머지 흥분제와 마취제와 진통제를 경쟁적으로 투약해온 기존 종교들은 다 갈아엎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일러준 대로 들어가 본 라엘 공식 싸이트 대문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1)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우리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창조한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3)당신들은 우리들을 신으로 오해했으며
4)우리가 전한 사랑의 가르침을 왜곡했습니다.
5)이제 우리는 당신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나아가
6)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을 보여줄 것입니다.

- 야훼 (번호는 내가 붙인 것임)

내 생각은 이렇다.

1)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할 까닭은 도시 없고, 신이 있다고 해서 '그 존재'를 존경하거나 숭앙할 필요는 없다. 설령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 치자. 인간이 왜 그 신을 받들고 그 신의 계명을 따라야 하나? 그게 신의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무한퇴행순환논리에 빠진 사람이다. 증명의 근거로서 제시하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 수천 년 동안 이런 '신'의 주술에 걸려 인간은 한심하게 살아왔다. 본질적으로 유신론은 그게 외계인이든 하느님이든 노예적 삶의 태도를 무럭무럭 촉진케 한다. 유일신 종교는 우주의 무자비한 불안정성을 거부하고 깜냥껏 우주질서를 망상한 디자인으로 설계한 놀이동산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는다. 

2) 신이 아니라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우리(엘로힘)'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치자.

우리가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하등 생물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들에게 우리를 믿으라고 할 것인가? 우리를 숭배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자격이 있나? 좀 치사하지 않은가?

3)의 '우리들'은 외계고등생명체 우주인을 말하는 것이다. 내내 같은 타령이지만, 기독교의 야훼의 자리에 우주인을 앉혀 놓든 노자를 갖다 놓든 부처를 갖다 놓든 이름만 달라질 뿐이지 믿음-숭배의 이 오래된 심리적 고착 구조는 고대로 유지한다. 우리는 수천 년 해오던 짓을 전통이란 이름 하에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살짝 현대풍으로다 에스에프풍으로다가 뒤쳐서 내놓았다.

4) '우리가 전한 사랑의 뜻을 왜곡했습니다', 는 말은 아마도 기성 종교인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신흥종교는 기존 종교의 교리를 재해석하거나 기존 종교를 짜집기해서 현대인 입맛에 맞게 제공해줌으로써 살아남는다. 또한 이것 역시 인간 가운데 종교적 권력을 열망하던 인종들이 수천 년 동안 되풀이해온 상징 해석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의 뜻은 이렇다, 이게 진정한 의미다! 라는 투의 그 끝없는 관념스런 가공물들!! 오장칠부!! 바이블 자체가 창작물에 불과한데, 그것을 절대적으로 떠받들어 온 결과다.

5) 잠재력을 일깨운다?  잠재력을 일깨워서 뭘 어디다 쓰려고 하는가? 단이나 기다 뭐다 해서 우리 주변에 잠재력 강습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 많은 힘을 정말 제대로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무슨 잠재력을 키우려고 하는가? 영적 잠재력? 아니면 초인적인 힘? 어디다 쓰게? 정치적인 힘 아닌가? 솔직히 그렇지. 이웃보다 더 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하게 살려고?

6)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을 보여준다? 남우세스런 말이다. 이 말이 참말 그럴 듯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전에 조용히 반성해라. 이 웃기는 말을 잘 들여다 보라.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지, 세계 평화라고 말하지 않았다.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벌써 이뤘서야지, 전세계에 추종하는 신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사람들 가지고는 부족한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가능한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방법인가? 그렇다면 그게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방법과 뭐가 다른가? 거기서도 여호와의 증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참신도 십사만사천명의 숫자 채우는 작업이 필요한가? 인류는 이제껏 평화의 방법을 숱하게 얘기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지나가는 말로, 종교 다원주의나 종교적 관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컨 원치 않컨 기독교 유사품들의 발흥을 무의식적으로 돕고 있다는 점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하면 기존의 종교성-의존성과 순응성-은 저절로 보존되는 터이다.

종교성에서 '궁극적 관심'을 알창 빼버리고 신변잡기식 위안이나 대체 의학 신비주의, 마약 투입 의례 같은 것으로 메워진다면 내가 생각키에 인류문명은 앞으로 별 흥미 없어질 것 같다.

기독교의 문제는 단순히 한 거대 종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기독교적인 악취미, 저속한 취향은 이미 우리 문화 곳곳에서 배어 있다. 기독교적인 것은 이제 인간 몸에 달라붙은 거대한 거머리 같다. 기독교 안티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종종 골수 기독교인이 있다.

하니까, 기독교는 한갓 종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기독교는 심층적으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뿌리 깊은 순응성과 의존성이 집약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기독교를 안티한다고 해서 이 순응성 자체까지 극복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를 기어 넘어가야 할 시체떼와 구렁과 칼의 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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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신비인 2004.04.02 14:50
라엘리언들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외계인이 우리의 창조주라고 주장합니다. 기독교에서 여호와를 빼고 외계인을 집어 넣은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대사관 운운하는 부분들의 글들을 보면 결론이 종말론이란게 빤히 보이더군요. 신흥 아류종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메나라 2004.04.02 12:59
예수와 공자가 붓다가 같이 앉아 있다? 라엘은 기독교는 씹으면서 자기 종교 홍보도 하면서 자기를 삼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한쪽에 떡허니 세워 놓는군요, 먹고 사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집니다그려.
skate 2004.04.02 12:51
말을 참 잘하시는군요.제가 읽은 라엘의 책에는 그가 어떤  별에 갔는데 석가와 예수와 공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한마디로 그들은 천국에 간거지요.10년전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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