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인용한 『신세대를 위한 정치사회사상의 이해』라는 책은,
공주대학교(제가 지금 다니고 있습니다)의 교양 강의인 "정치사회사상의 이해"의 교재입니다.
저자는 정 종 호 교수님이며, 출판사는 청목출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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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비판은 연역적 진술형태이든 귀납적 진술형태이든 어떤 사상이나 이론에 있어,
구성개념들과 그 인과관계의 논리성·체계성·정확성·일관성 등을 분석·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형식논리>와 관련된 것으로서 인간의 사고법칙에 근거하여 그 내적 모순을 폭로하는 작업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예를 들어 - 특히 본서의 여러 사상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학적 교리의 도그마를 들어 - 설명해 볼 경우,
어느 사상가가 "내가 믿는 신 이외의 것을 믿는 집단이나 종교는 이단이다"라고 선언했다고 하자.
이러한 간단한 진술도 하나의 자기이해이고 그 속에는 입증되어야 할 많은 전제들이 내재되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같이 선언된 순간 내가 믿는 것만이 '진정한' 신이고,
다른 것들은 '거짓된' 신들(우상들)임을 입증해야 할 논리적 방어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여기서는 지엽적인 여러 사족들은 제하고, 그 진정한 <신>에 관한 개념적 논의만으로써 자기모순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위의 선언적 명제 속에서 판단되어진 '신'(神, god)은 절대적이고 완전한 존재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구태어 그를 믿고 복종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우상들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절대'와 '완전'은 사실상 동의어 반복이다.
왜냐하면 상대적이라면 불완전한 것이고, 불완전한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완전함' 속에는 여러 속성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즉 전지(全知)·전능(全能)·자족(自足)의 특성만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우선 소극적 의미를 지닌 <전지>개념은 현재나 과거의 기정사실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어날 상황도 - 통상적 의미의 추측이나 예측이 아니라 - 완전히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전지함'은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조건(if, 만약 ~이라면)의 제약도 받아서는 아니된다.
예컨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또는 '악마의 방해가 없다면'등의 조건도 붙을 수 없는 절대적 지식이다.
이렇게 이해할 때 이것은 미래가 완전히 결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신을 믿는 사람은 '죄를 짓지 말라. 벌을 받을 것이다' 또는
'나의 신을 믿으라. 그렇지 않으면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결정되어 신이 미래의 범죄여부나 신앙여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죄'를 묻는다면
그 신은 사디스트(sadist)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고, 몰랐다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적극적 의미의 <전능>개념을 살펴본다면, 그것은 절대적 능력이기 때문에
그 힘의 행사에 있어 시간과 장소 및 대상 기타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아니하며,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악마'개념이 설정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악마 개념은 '신의 의사나 능력을 제약하거나 방해한다'는 속성적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서,
그렇지 않다면 그 개념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악마가 등장한다면 그 신은 불완전한 것이고, 악마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신을 구태어 힘들여 믿을 필요성이 없게 된다.
끝으로 부족이나 결함의 반대개념인 <자족>은 신에게 어떤 의지나 행위도 있어서는 아니됨을 의미한다.
즉 신에게 어떠한 상념이나 의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곧 이미 절대적 자족상태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지창조나 은총·저주가 있다면 신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역으로 그런 행위나 의지가 없다면 신은 무의미해진다.
이리하여 불완전하고 모순된 '신'에 대한 믿음과 복종의 강조는 독단이 된다.
이와같이 본서는 형식논리의 이론적 비판을 통해 - 논리적·체계적으로 굴종을 강요하는 - 어떠한 독단적 학설이나 신조·교리 등도 거부한다.
그러나 본래 목적이 비판적 '이해'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적 의의까지 부정하지 않으며, 실제로 필자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예컨대 누가 위의 논조를 들어 '신은 완전하기 때문에 완전하지 아니하다'는 역설적 논리를 편다면
이는 이미 논리학적 차원을 떠난 것이며, 그렇게 이해된 신앙에서는 어떠한 구체적 교리도 강요되어서는 아니된다.
더구나 '어찌 한낱 피조물인 인간이 신의 심오한 뜻을 알겠는가?' 또는
'우선 믿고보면 깨달으리라'는 표현은 그 자체가 논리를 회피하기 위한 또하나의 논리로서 또다시 그에 대한 입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유령님에 의해 2006-09-12 17:49:52 자유 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