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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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우상숭배

한국인 1 3,626 2004.10.26 12:13
 

우상에 사로잡힌 사람들


단군상 건립운동과 이에 대한 저지운동이 종교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문화운동연합’은 내년까지 전국 초중등학교와 공공건물에 4천여기의 단군상을 세운다는 목표로 이미 300여기를 건립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을 대표하는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6월 14일 송파제일교회에서 반대성명을 내고 저지운동에 들어갔다.

지난 해 2월 11일에는 한 개신교 신자가 서울역 부근의 천주교 약현성당에 불을 질러 교회 상당부분이 불타버렸다. 이 성당은 1892년에 세워진 한국최초의 서양식 교회건축물이다.

작년 6월 26일에는 제주시의 원명선원에 한 개신교 신자가 침입하여 무려 750여 기나 되는 불상의 목을 전부 잘라버렸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전국 약 30여 곳의 사찰에 방화가 기도되고 수십 기의 불상이 붉은 십자가 페인트칠 세례를 받았다.

여하튼, 이들 사건을 일관하는 공통의 문제는 우상偶像파괴의 시도라는 점이다.


우상숭배, 실재와 상징

대부분의 종교들이 우상타파를 주장한다. 그러나 우상타파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상숭배에 두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상숭배의 첫째 의미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숭배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영웅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를 만나면 사람들은 그를 실제의 영웅으로 착각하고 동경한다. 반대로 악역을 맡았던 배우를 만나면 그를 실제의 악인으로 여기고 비난하거나 심지어 해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가상성격의 가공인물이 있을 뿐 영웅도 악한도 실재하지 않는다. 투박하게 말하자면 작가나 감독들은 끊임없이 대중의 우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대중은 그 우상을 마치 실재하는 듯이 숭배하게 된다. 이처럼 가공인물인 단군을 상像으로 만들어 숭배하니 다름 아닌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우상숭배의 둘째 의미는 ‘보이지 않는 실재를 눈에 보이는 사물로 표현한 상징물에 대한 숭배’이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이 보이지 않는 초월적 실재를 믿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상像을 만든다. 불자들은 불상을 만들고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상을 만든다. 또한 개신교 신자들은 인간의 죄에 대한 대가를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으로 대신 치르는 예수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만들고, 불자들은 진흙탕 같은 온갖 번뇌를 극복하고 성취한 청정한 희열의 경지를 표현하기 위해 연꽃을 그린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희생이나 경지에 바치고 싶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경의와 숭배를, 보이는 상징을 향해서 보이는 몸짓으로 경배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초월적 실재를 눈에 보이는 사물로 표현한 상징물’인 우상의 종류는 비단 흙을 빚어 만들고, 나무를 깎아 만들고, 돌을 쪼아 만들고, 철물을 틀에 부어 만드는 조상彫像만이 아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초월적 실재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소리로 표현하기도 하고,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문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없는 초월적 실재나 경지를 그림과 소리와 몸짓과 문자 등 형상으로 표현한, 이 모든 것이 다 우상이다. 우상이란 오감을 초월해 있는 실재를 오감의 대상, 즉 상징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교들은 우상타파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의미의 우상숭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종교는 없다. 모든 종교들은 자신들이 믿는 초월적 실재나 경지를 조상彫像이나 그림이나 소리나 몸짓이나 문자 등의 형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칸트의 말대로, 인간오감의 대상이 아닌 초월적 실재는 그것 자체로서는 표현될 수도 없고 인식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상징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종교에 적용될 때 바로 우상숭배가 된다. 그래서 우상숭배는 모든 종교의 알파요 오메가인 것이다. 우상이 없이는 결코 초월적 절대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조상彫像, 그림, 소리, 몸짓, 문자 등에서 무엇을 중시하느냐만 다를 뿐 모든 종교는 이들 우상을 사용한다.


우상숭배의 다양성

보이지 않는 초월적 실재를 상징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데는 종교전통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가톨릭은 조상彫像을 사용하지만 다만 예수와 마리아에 국한한다. 정교회는 그림까지는 허용하지만 조상은 사용하지 않는다. 개신교는 단지 십자가만 허용한다. 십자가도 보이는 사물로 만들어진 상징으로서 일종의 조상이지만, 하여튼 개신교는 가톨릭과 달리 십자가 위에도 예수상을 조각하지 않고 민짜 십자가만을 쓴다. 유교도 우상의 사용을 배격한다. 제사에서 초월적 존재인 신주神主는 글자로만 표현될 수 있을 뿐 그림이나 사진은 사용할 수 없다. 불교는 조상彫像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우상들을 모두 사용한다.

대부분의 종교들이 우상타파를 주장하지만, 이를 가장 강력하게 부르짖는 종교는 이슬람교다. 무슬림들은 우상타파에 적극적인 기독자들마저 도리어 우상숭배자라고 비난한다. 하느님은 오로지 한 분뿐인데 기독자들은 성부니, 성자니, 성령이니 하면서 하느님을 세 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초월자 하느님은 한 분뿐이다. 그러므로 세 분 하느님을 믿는 기독자들은 우상숭배자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우상을 파괴하려 드는 이 무슬림들도 자신들의 조상들이 숭배하던 수많은 우상 들중에서 카바신전의 검은 운석만은 남겨 두고 숭배한다. 뿐만 아니라 알라의 말씀인 쿠란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절대적인 숭배의 대상이다. 개신교나 이슬람교는 우상타파에 적극적이면서도 경전만은 절대시하여 한 글자 한 구절도 고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불교의 우상타파

우상타파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통은 중국의 선불교다. 이미 논한 대로라면 문자로 된 경전도 상징이다. 경전은 피조물의 오감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창조주 하느님, 중생의 오감으로는 도대체 알 수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가능한 데까지 알게 하기 위해서 문자라는 상징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경전이 하느님이거나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다. 경전은 그것을 표현하는 개념적 수단으로서의 상징일 뿐이다. 경전은 생각이나 개념을 기호화한 것이고 말씀은 그것을 음성화한 것일 뿐이다. 앞서 말한대로 형상을 초월한 실재를 형상으로 표현한 상징은 모두 우상이다.

선불교는 이 생각이나 개념이 보이지 않고 언표言表할 수 없는 실재를 가리키는 상징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그래서 실재를 직접 가리킬 뿐[直指人心], 그것을 가리키는 상징에 불과한 개념에는 결코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不立文字]. 따라서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는 목불상을 땔감으로 썼고, 덕산선감德山宣鑑은 금강경을 불살랐으며, 임제의현臨濟義玄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고 갈파했다. 이보다 더한 우상타파주의는 없다. 선불교는 상像으로 구체화되기 이전, 우상화의 첫 단계인 ‘생각’마저 없애버리는 실천에 몰두하는 것이다.


우상숭배의 핵심

실재와 상징의 본질적 성격, 즉 초월과 수단의 본성을 꿰뚫어 안다면 우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우상은 긍정할 수도 있고 부정할 수도 있다. 종교에서 우상숭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상징을 실재로 착각하는 것, 상대적이며 유한한 것을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삼는 것, 즉 우상을 우상인 줄 모르는 것, 우상을 실재로 착각하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예수의 부활을 사실로 증거할 수 있는 기독자는 아무도 없다. 『예수의 생애』를 쓴 엔도 슈샤꾸遠藤週作는 부활은 ‘사실’이라기보다 믿는 사람의 가슴속에 담긴 ‘진실’이라고 했다. 예수의 부활은 다만 믿는 사람의 삶으로써 증거할 수 있을 뿐이다. 단군의 역사적 사실도 단군을 믿는 사람들의 삶도 꼭 이와 같다.



[이 게시물은 (ㅡ.ㅡ)님에 의해 2005-03-22 03:19:10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Comments

제천대성 2004.10.26 13:02
음...
멋진 글임니다...
조사를 많이 하셨네여...하하하
부분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지만....하하하
잘 읽었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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