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와 문학9-현진건, <B사감과 러브레터>

저는 신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한국기독교와 문학9-현진건, &lt;B사감과 러브레터&gt;

chung 0 2,861 2003.07.23 13:20
한국기독교와 문학9
현진건, &lt;B사감과 러브레터&gt;

&nbsp;&nbsp;이 작품은 워낙 유명하고 짧아서 별 설명이 필요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특징으로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기억하고, 그 주제로는 &#039;주인공인 B여사의 이중성을 조소하고 정체를 폭로함&#039;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nbsp;&nbsp;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소설의 첫 문장 말이다.

&nbsp;&nbsp;[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nbsp;&nbsp;일찍이 &lt;B사감과 러브레터&gt;를 읽어봤던 독자들 중에는 위 문장에서 &#039;야소꾼&#039;이란 말을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 줄로 안다. &#039;야소꾼&#039;의&nbsp;&nbsp;&#039;야소(耶蘇)&#039;는 예수를 뜻한다. 기독교 도입 초기에 나타난 한자 음차 표기 방식 중 하나이다. 현대어로 바꾸면 &#039;예수쟁이, 예수꾼&#039;이라는 말이 된다. 게다가 작가는 그냥 야소꾼도 아니고 &#039;찰진&#039; 야소꾼이라고&nbsp;&nbsp;한층 강조를 하고 있다. 접두사 &#039;찰&#039;은 강조를 나타내는 말인데 긍정과 부정의 뜻 둘 다 포함한다. 여기서는 문맥상으로 부정의 뜻이다.
&nbsp;&nbsp;그런데 어차피 이 단어 몰라도 된다. 조금만 더 읽다보면 B사감이 골수 예수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장면을 보라. 그녀의 광적인 기독교 성향을 알 수 있다.

&nbsp;&nbsp;[두 시간이 넘도록 문초를 한 끝에는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가 자유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인 것을 입에 침이 없이 열에 떠서 한참 설법을 하다가……그대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nbsp;&nbsp;그렇다. 작품의 주인공 B사감은 못 말리는 기독교도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여자를 보면 이렇게 부른다―꼰대.
&nbsp;&nbsp;도대체 연애가 기독교의 어떤 교리에 저촉되는가? 현재, 기독교계에서는 오히려 청소년들에게는 건전한 이성교제가 필요하다고 권장까지 하는 않나? 또한 기독교는 대책없는 남성중심의 종교인데, 남자를 그토록 혐오하는 주의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nbsp;&nbsp;그녀의 이러한 억지 설교는 기독교도들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논리를 대표하는 바이다.

&nbsp;&nbsp;학창시절을 기독교와 별 상관없이 보낸 독자들은 이 소설이 그리 구구절절히 종교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션스쿨에 다니면서 광신도 선생들에게 시달리는 학생시절을 보낸 독자들은 B사감의 행동 서술 부분을 읽으면 일견, 공포를 느끼리라. 필자도 예전에 한때 미션스쿨에 관계하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이 작품을 재고해 보게 되었다.

&nbsp;&nbsp;하여튼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점을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소설가 현진건이 기독교도를 바라보는 작가의식이다. 그는 주인공 기독교도를 아주 부정적인(게다가 못 생긴) 인물로 설정했다. 이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nbsp;&nbsp;즉, 작가는 이미 1920년대부터 기독교도가 가질 수 있는 인격 장애 증후군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nbsp;&nbsp;(추신: 그런데 이 소설 읽으면 이화여대의 이미지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기독교, 독신주의, 여학교, 기숙사―이대의 설립 초기 기숙사는 아주 유명―, 여자선생……. 비록 &#039;미션스쿨&#039; 이라는 단서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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