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REGRESSION)

 보다 미성숙한 정신 기능의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 퇴행은 일반적으로 정신 조직이 실질적으로 붕괴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서, 방어 기제의 하나이다. 퇴행 개념은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개인은 일련의 단계들을 거치며, 이 단계들은 각각 특정 본능, 자아, 자아-이상 그리고 초자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단계들은 (1) 본능적 욕동 방출이 갖는 성질, (2) 자아 기능이 작용하는 방식, (3) 이상들과 양심을 가리키는 징표 등으로부터 추론된다.

 퇴행은 일반적으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리비도적 퇴행은 개인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성숙 단계의 도전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본능적 조직의 이전 단계로 후퇴하는 것으로서, 이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전 발달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갈등과 불안은 정신 기구 안에 “약한 부분”(고착)으로 남게 된다. 이것들은 종종 정신 기능이 어디까지 퇴행할지를 결정한다. 또한 퇴행은 발달 단계 안에서 심리적인 외상으로 경험되는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성적 욕동의 발달이 아직 확고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아동기에 이러한 리비도적 퇴행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면, 어린 동생과 경쟁하는 다섯 살 난 아동은 다시 손가락을 빨거나 자신이 이전에 극복했던 자위 활동을 재개한다. 이성애적인 성기기적 성욕을 지닌 성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불안과 죄책감에 직면할 때, 성기기적 성욕을 전성기기적 형태의 성욕으로 대치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성도착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자아 퇴행은 좀더 발달된 자아 조직의 단계로부터 이전 단계의 기능 양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자아 퇴행은 종종 리비도적 퇴행과 함께 일어나며, 일반적으로 갈등 상황에서만 자아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갈등을 일으키는 욕동 파생물을 수반하는 환상에서 드러난다. 아동기에 흔히 발견되는 일반적인 예는 방광 조절 능력의 상실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언어 능력의 상실이다. 예컨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순간에 아동은 노출증적 환상으로 인해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초자아 퇴행은 전이에서 내재화된 부모의 권위를 분석가에게 다시 투사하는 피학적인 환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퇴행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어떤 형태의 퇴행은 내적 및 외적 압력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욕구들에 대한 반응에서 발생한다. 이것은 아동과 성인의 삶 모두에서 정상적인 것이다. 퇴행은 발달 과정에서 전진과 후퇴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보다 높은 발달 수준에서 이전 문제들에 대한 재작업과 재통합이 가능하다. 성인들의 경우, 어떤 조건들은 원시적인 본능적 표현과 행동 유형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 이 조건들은 잠을 자거나 꿈을 꾸는 상태, 종교적 및 미적인 경험들, 사랑 그리고 전쟁 등이다. 환자는 전이 안에서 자신의 미해결된 갈등들을 재작업하기 위해 미성숙한 정신 구조의 단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퇴행은 불안, 죄책감, 우울증, 수치심, 좌절, 자기애적 굴욕감 등의 불쾌한 느낌에 의해서 촉발될 수 있다. 이 퇴행의 병리적 징후들은 신경증, 정신증 그리고 성도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역동적 요소는 아마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것이다. 그것은 이러한 무의식적 충동이 거세 불안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 미국정신분석학회 편, 정신분석 용어사전, 이재훈 외 4인 옮김,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2., pp. 539~540.

오브르, 2004.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