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러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기독교=부패=매판(친일, 친미파)세력=보수우파=부자} 그런데 이미 과거 50여년 전에도 이러한 시각이 있었다. 바로 극작가 함세덕의 <고목>이라는 희곡이다. 함세덕은 1930년대에 활동했고 한때 유치진과 맞짱 뜰 정도의 극작가였다. 일제 후반에 친일 경력이 좀 있고 해방 후 좌파 활동을 하다가 월북했다. 그 바람에 좋은 실력에도 불구, 한때 잊혀졌었다. <고목>은 친일파 악덕지주였던 박거복이 해방 직후 우파 정치인에게 붙어먹고 부패 비리 목사를 두둔하는 등의 추태를 그린 희곡이다. 우리가 주목해 볼만한 대목은 다음의 대목이다.
(직전의 장면: 거복의 옆집에 사는 진이는 텃밭을 개간하다가 거복네 집과 접한 담벼락 밑에까지 쇠스랑질을 한다. 그러자 거복은 담벼락 밑으로 우리집 행자나무의 뿌리가 뻗어 있는데 왜 거길 갈아엎느냐고 따진다. 거복은 자기네 나무를 살리고자 가난한 집의 생존권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다) [거복: 그건 너희집 사정이지. 흔한 게 논밭인데 하필 거기다(자기네 나무뿌리가 상할 수 있는 곳) 심어야만 맛이냐? 진이: 아저씨 같은 지주댁엔 흔한 게 논밭일지 모르지만 우리같이 삼팔 이북에서 넘어와서 그날 벌어 그날 먹는 빈민한텐 한 뼘의 땅도 귀해요. 거복: 진이가 뒤곁을 갈아서 김치 깍두길 맹글어 드리는 것 보담 하루 바삐 학교에 나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버지한텐 효도구 또 고생을 덜해 드리는 길이야. 진이: 우리 학원이 민주화되기까지는 절대루 나갈 수 없어요. 신도들한테 하나님보다 천황이 높다구 연설하구 우리들 아버지와 오빠를 징용으로 몰아 넣은 악질 친일파 목사가 어떻게 신성한 학원의 교장이 될 수 있으며 그 밑에 무슨 진정한 학문의 길이 열리겠어요? 거복: 곽목사는 신앙가야. 그리고 인격자야. 진이: 그래서 독실하고 실력 있는 교수들을 모조리 몰아내구 자기한테 알랑알랑하는 텅빈 대가리들만 데리고 있군요. 그래서 이번 스트라이크(동맹휴학)의 주모잘 뒷구녁으로 경찰에 밀고하고 학생들을 협박해서 강제 등교시켰군요. 조선이 현재 이렇게 혼란돼 있고 통일이 지연되는 건 이들 친일파, 파쇼 분자들 때문이에요. 민주주의란 구호뿐이 고 일체가 독재자의 손 아래 운영돼 나가구 있기 때문이에요. 거복: 건방지다 야. 우리 수국이 본받을까 무섭다. 조선이 독립이 안 되는 건 너 같은 공산당패들 때문이라고 오각하 (보수 우파 정객. 친일·친미파?)께서도 말씀하셨다. 교장하구 선생을 가랭이 밑에다 깔구 앉으려는 너같은 적색분자들 때문에 미국사람들이 독립을 시켜 줄래두 시켜 줄 수가 없다는 거야. 독재구 민주주의구 간에 그 나무 밑은 손톱 하나 대지 말어라. 거기까진 재판소 등기에두 우리 소유루 적혀 있으니까……. 진이: (뭐라고 답변하려다가) 그만두세요. 그 잘난 땅 안 파먹을 테니.]
이후에 거복은 아내에게 진이의 뒷다마를 심하게, 날조해서 깐다. 도대체 부패 교장을 고발하는 게 어떻게 좌파가 될수 있으며, 친일행적이 뚜렷한 사람을 인격자로 부를 수 있는지? 이 대목은 별 다른 설명이 필요없이 각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세의존 세력은 부자들과 결탁을 하고 거기에 목사는 그들을 '회개'시키지는 못할 망정 같이 부화뇌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서로를 옹호해준다. 이 작품은 희곡 중 목사의 추태를 고발하는 대표작이라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