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라는 식민담론(기독교가 비서양으로 확장되는 과정과 그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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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라는 식민담론(기독교가 비서양으로 확장되는 과정과 그 해악)

조한주 0 2,344 2004.01.21 05:23
역사가 인간의 힘에 의해 더 나은 단계로 진보해 나간다는 생각은 서양의 근대가 만들어낸 역사관이다. 그것은 현세에서의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신의 의지이며 현세의 삶은 후세의 신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간주하였던 서양 중세의 이른바 기독교 사관이 근대의 문지방 역할을 하였던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통해 재구성된 것이었다. 즉 그것은 중세의 기독교 사관이 한편으로는 르네상스의 이른바 휴머니즘에 의해 부정됨과 동시에 세속화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 개혁에 의해 계승됨과 동시에 합리화되면서 형성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르네상스의 종교 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중세적 세계관과의 투쟁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이 서양의 근대 계몽사상이었다. 그 근대 계몽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신의 섭리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이며,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이성의 힘에 의해 자연을 통제할 수 있고 또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사회로 전진해 나가게 된다. 물론 그 전진의 역사적 귀결 혹은 목표는 경제적으로는 근대 자본주의, 정치적으로는 근대 민족-국가, 사회적으로는 근대 시민 사회였다. 다시 말해 부르주아들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배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계몽적 합리주의가 부르주아 권력을 둿받침해 주면서 서양의 사유 전통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과정은 역사적으로 서양이 비서양 지역을 침탈하고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과 동시에 일어났고 또한 그 과정의 불가분의 일부였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하듯이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불리는 그 과정은 르네상스, 종교 개혁과 함께 서양을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게 한 또 하나의 문지방이었다. 그 문지방을 넘어선 서양의 식민주의자들은 계몽적 합리주의를 비서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지배 담론/식민 담론으로 작동시켰다. 그들은 휴머니즘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진보의 역사관, 또는 근대적 자본주의, 민족-국가, 시민 사회 등과 같은 개념이나 사유 방식이나 제도들이 분명 서양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기원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들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보편적인' 것인 양 선전하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미 그러한 개념들이나 사유 방식이 제도화되어 가면서 부르주아의 지배권이 확립되고 있었지만, 서양과는 다른 역사를 갖고 있었던 비서양 지역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것들이 부재하였다. 서양은 바로 그 역사적 '차이'를 식민 지배의 근거로 삼았다. 즉 서양의 식민주의자들이나 제국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적 힘에 의해 진보하고 있는 서양과는 달리 비서양 지역은 원래 진보할 수 없는 곳, 비합리적인 제도와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 아직도 미신에 사로 잡혀 있는 우매한 곳,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곳으로 묘사하면서 비서양에 대한 역사 지식을 생산하였고, 그 같은 역사 지식에 기초하여 비서양에서의 역사의 진보는 자체의 힘으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것이므로 이미 진보의 길에 접어든 우월한 서양이 열등한 비서양을 문명화시키고 계몽시키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시키는 거룩한 사명이라고 강변하였던 것이다.


 이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역사적 진보, 이성과 과학, 합리주의 등, 요컨대 서양의 근대성을 구성하는 그 요소들은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가치 규범으로 추상화되면서 비서양의 역사(의 후진성 혹은 부재)를 해석하고 단죄하고 지배하는 권력/지식으로, 비서양의 역사를 서양의 역사에 종속시키는 지배 담론으로 작동하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은 비서양 역사의 인식 주체가 되었고, 비서양은 주체로서의 서양의 주변에 있는 낯선 타자로 위치지워졌던 것이다.




 서양의 식민주의적 지배는 비서양의 주민들에게 역사가 일정한 방향과 목표(서양이 현재 도달해 있는 근대)를 향해서 진보하는 것이 보편적인 역사 과정이라는 것, 보편적 이성은 역사적 진보의 인간적 원동력이라는 것, 이성적 지식으로서의 과학이야말로 자연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조건, 심지어 인간의 육체와 정신마저도 합리적으로 개선시킨다는 것을 자명하게 생각하도록 강요하였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비서양 지역에서 존재해 왔던 (서양의 기준으로 볼 때의) 비합리적인 정치 제도와 경제 구조와 생활양식 등은, 그리고 비합리적인 역사관과 시간관과 인간관 등은 서양이 강제한 기준에 따라 비교되고 해석되고 평가되면서 동시에 교정되고 배제되고 종속되었다. 식민주의자들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그 같은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서양의 우월한 사유 방식을 식민지에 설립한 정치 기구(근대적 민족-국가 체제와 대의제 정부)나 행정 기구(근대적 관료제)나 경제 기구(자본주의적 시장)로, 혹은 근대적 학문 기관(대학)이나 근대적인 의료 기관(병원)으로 표현하였고 제도화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기구들을 통해 서양의 사유 방식이 비서양의 주민들의 머릿속에 이식되고 그들에 의해 소비됨으로써 서양 부르주아의 문화적 헤게모니가 비서양 지역에 착근(着根)하게 되었던 것이다.


 계몽주의적 진보 사관의 이 같은 역사적 기능을 인정한다면, 계몽사상이란 결국 서양 제국주의의 지적 기초를 제공한 원천이 된다. 그것은 서양 근대(성) 자체를 구성하는 불가분한 내재적 요소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망각할 때, 서양의 역사적 경험에서 유래하는 역사 지식과 이론은 제3세계의 역사까지 구성하는 보편적인 뼈대가 되는 것이고, 서양의 사회과학 이론은 세계의 모든 지역의 사회와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전체적인 이론으로서의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몽주의적 진보 사관은 부르주아적, 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유 방식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식 과정에서의 주체와 객체의 분리를 시도해 서양 근대 철학을 확립하였던 데까르트에게서 유래한다. 데까르뜨의 "나는 생각(인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나(인간=개인)를 인식의 주체의 위치에 올려놓고 그 외부에 객체(대상)를 설정함으로써 서양 중세의 신학에서 해방된 근대 철학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정초(定礎)하였다.


 데까르트의 그 같은 이원론적인 인식론적 구조에서 객체는 주체의 외부에 있는 '타자'로서 언제나 주체 곧 '자아'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의 결과로서 획득되는 지식은 주체로 하여금 그 대상을 알 수 있게 하며, 그 대상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때 주체가 획득한 대상에 관한 지식은 곧 대상에 대한 권력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그 주체/객체의 인식론적 구조는 주체에 의한 객체의 '지배'를 의미하는 계서제적 권력/지식 관계를 보여 주는 구조이기도 하다.

 위에서 쓴 글은 '서발턴과 역사학 비판' 중에 p247~250 및 p256~257을 발췌한 것으로 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한 부분도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기독교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식민담론 중 하나인 기독교가 비서양지역에 유포되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어간 과정과 일치한다고 생각되어서 여기에 올렸다. 식민담론이라는 주어를 기독교로 바꾸어 대입해도 그 의미가 통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글은 그것이 근대성의 일부임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단순히 '이성'과 '종교'를 대립시키는 전략은 무의식적 공모관계에 빠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 글은 우리 대다수가 신봉하는 '근대' 또는 '진보',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서양이 비서양을 지배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데까르트에 의해 확립된 근대철학, 즉 '이성'의 철학은 '이성'을 가진 '주체'가 '대상'을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주체가 대상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 기독교가 한국을 비롯한 비서양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성을 가진 주체가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주체에 의한 객체의 지배를 의미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나치게 말하자면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기독교 세력들+근대화론자들(자본주의 신봉)+과학의 신봉자들+이성을 절대시하는 자들+반공세력,친일파,친미파를 비롯한 친서양파'라는 도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들은 거대한 교집합(또는 공집합) 관계를 가지며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반기독교운동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모든 종교는 예로부터 스스로 절대권력이 되어 인간을 지배하거나(서양중세의 기독교가 대표적인 예-'종교가 '이단자', '마녀', '이교도', '파문당한 자'로 규정하면 무고한 사람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던 화려한 시대가 있었다.) 권력과 타협하거나(한국의 호국불교-국가 또는 임금을 위해서는 살생도 가능하다?) 또는 권력에 기생했다.(기독교가 근대에 제국주의세력의 앞잡이가 된 것이 그 예) 따라서 종교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일지 모르나 그것이 가진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 거대한 횡포로 인해 수많은 인간들이 희생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 사이트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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