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와 문학11-교회에서 잘못 쓰는 말

저는 신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가 신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진리입니다. 왠줄 아십니까? 제 일기장에 제 말은 진리라고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엑스

한국기독교와 문학11-교회에서 잘못 쓰는 말

chung 0 3,051 2003.07.25 11:00

오늘은 문학보다는 언어학, 규범언어학에 가까운 즉 학교 선생님이 문법 고쳐주는 식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다음은 교회에서 잘못 쓰는 우리말을 고친 것이다.

1)"축복해 주시고": 축복(祝福)은 빌 축(祝)에 복 복(福)자가 합쳐진 말이다. 축(祝)은 동사기능을 하는 것이다. 비는 것은 아랫사람에 윗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즉 "하나님 저희를 축복해 주시고"하는 것은 "신, 당신이 당신 이상의 존재에게 우리들의 복을 대신 빌어주시오"하는 모순적인 말이다. "복을 주시고"가 맞는 말이다.

2)저희 나라: 우리 나라가 맞는 표현이다. 낮춤 용법을 쓰려면 지 혼자 낮출 것이지 왜 죄없는(원죄론을 주장하면 할 말이 없지만) 4700만 국민까지 비천한 존재로 도매금으로 넘기나? 그리고 저희는 소유를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나라가 특정인의 개인 소유인가?

3)"주여! 아버지시여": -(시)여는 현재는 문어체에서나 쓰는 호격조사이다. 현대 감각의 구어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고전 언어에서는 유효하다. 이런 고전적인 어투가 교회에 남은 이유는,
우선 기독교는 인류 최초의 언어를 신이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집에서는 그 옛날 태초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 것이 언어라는 선물을 준 신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웬만하면 고전적인 어투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유럽에서는 이런 노력이 라틴어의 끈질긴 고수라는 정책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성경을 번역한지 100년이 다 되가는데, 신의 선물을 원형 보전하기 위해 100년전의 고전적 어투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이다. "-하나이다", "고로", "하시나니" 같은 표현들 말이다.

4)부목사: 기독교 목사에는 계급이 없는 게 원칙이다.(천주교 성직자의 계서제, 즉 계급제와 제일 큰 차이점) 그런데 업무 성격상 목사 보조라는 뜻으로 붙인 말인데, 이 말이 거의 공식화되어서 쓰인다. 그러면서 목사들의 계급화도 나타난다. 정확히 표현하면 부담임 목사라고 해야한다.

5)"자. 출석 부릅니다, 왔으면 아멘으로 대답하세요. 김00 형제!"/"아멘!": 아멘은 I hope so의 뜻이다. 도저히 대답할 때 쓸 말이 아니다. 이건 완전히 오버하는 경우이다.

6)"증거하십니다!": 증거(證據)는 명사이다. 동사형 어간과 결합이 안되는 명사란 말이다. 올바른 표현으로는 "증명(證明)하십니다"라고 해야한다. 증명은 하다형 동사이자 <되다>형 동사이다. 그런데 만일 "증거하십니다"의 증거가 證據가 아닌, 證擧(證據가 되는 것을, 즉 물증을 들어 내세우다)라면 할 말이 없다……. 말이 되긴 되는데……왜 괜히 쓸데없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듣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건가?

기독교계 인사들과 미션스쿨 계통의 국문과 교수들은 "성경 번역이 한국어와 서양어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서민 신자들에게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주장에서 외국어와의 교류는 인정할 수 있으나, 한국어 화자의 논리적 화법에는 이의가 있다.
성경 번역은 서민들에게 오히려 부적절한 한자 풍월 습관―예를 들어 거(居)한다같은 표현. 그냥 산다고 하면 되지―을 길들이고 생소한 서양의 비유법(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을 무리하게 주입했다.
현대의 성경 번역이나 교회 언어도 계속 고전적인 어투를 이어나가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태를 보인다. 고전적 언어의 고수는 우리말의 발전적 행진을 막는 바이다.
뻔히 어긋나는 잘못된 말을 쓰는 줄도 모르고 지들이 잘난 줄 알고 신의 말을 전한다고 착각하기는. 신이 잘못된 말을 쓰는꼴 보면 참 좋아하겠다.게다가 이건 비어(非語)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안 보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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