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한다.

나를 생각한다.

러셀 5 2,923 2004.01.11 09:28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신의 의식이나 감각을 오직 외부세계로 향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의식을 자신의 내부세계에 대한 성찰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인식하는 사고방식, "자기"라는 감정이다.

원시형태의 인간이 언제쯤 부터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이론과 많은 반론이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언어가 발생한 시점부터라는 이론에 가장 공감한다.

약 50만년 전의 네안델타르인들은 죽은자들을 정중한 의식을 거쳐 매장하였다. 이것은 그들이 삶과 죽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와 비존재를 같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며 동시에 비록 간단하나마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자의식의 발생에 대한 고찰은 인간의 종교감정, 즉 신을 창조한 시점을 추정하게도 해준다. 수십명 또는 수백명 정도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게 되면 당연하게 지도자, 즉 왕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왕이 죽어도 신하들은 그의 음성을 계속 듣는다. 그들의 우뇌가 들려주는 목소리지만 그들은 왕의 목소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왕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는다. 즉 신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줄리언 제인스 교수는 <마음의 이중구조의 붕괴에 의한 의식의 발생. 1976>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리하여 인간은 신들을 믿게 되었다. 신들은 '마음의 이중구조'의 피할 수 없는 산물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자의식이 있는가?

미국의 뉴욕 주립대학의 고든 갤럽 교수는 동물에게도 자의식이 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실험을 하였다.

1. 17종의 각종 동물을 선정한다.
2. 거울이 달린 우리속에 가둔다.
3. 마취를 하여 냄새가 나지 않는 빨간 염료를 각 동물의 얼굴에 칠한다.
4. 동물이 깨어나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한다.

실험결과 "침팬지와 오랑우탄" 두 동물만이 자기의 얼굴을 거울에 자세히 들여다 보며 이상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에 의아해 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다른 동물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변화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며, 혹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몸을 비비거나 공격하거나 하는등 동종의 다른 동물로 간주하는 행동을 나타냈다.

그 중의 일부는 몇해가 경과해도 같은 행동을 계속하였다.
자기를 인식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고릴라도 자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축에 속하였다는 것이다. 침팬지나 오랑우탄보다 뇌의 옆방향 전개가 훨씬 낮다는 것, 즉 좌,우뇌가 정확하게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아의식은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범죄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윤회든 영혼구원이든 그 주체가 "나"라고 불리우는 자아이며, 나의 자아는 "나의 육체"라고 불러도 좋을만치 육체 그 자체이거나 최소한 육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 무엇이다. 즉 육체가 없는 "나"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나"라고 하는 존재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조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한 존재인가 하는 것과 기억과 관련하여 자아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모순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으며, 객관적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육체다.

나에 대한 모든 정보는 내 몸에 담겨있으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은 오직 육체이며 타인들이 나를 인식하는 것은 나의 육체다. 나의 의식은 나의 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나의 신체와 나의 뇌에 저장된 기억들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낸다.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사실은 별도로 증명할 필요도 없으며, 타인에게 애써 인식시키려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나의 육체활동이 멈추면 나의 생이 마감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내가 그동안 나라고 생각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윤회가 내게 의미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나의 기억이라도 온전히 이전되어야 할 것이지만(100%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도저히 그럴것 같지는 않다. 애써 증명할 필요도 없이 나의 기억이 저장된 나의 뇌는 육체적인 죽음과 함께 소멸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자아가 종말이 있다고 해서, 영원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하지 않다. 고집스럽게 내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고, 영혼이라도 영원히 구원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비록 길지 않고, 우주적으로 볼때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이지만,
나는 나의 현생이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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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반아편 2004.01.13 09:46
그런 고민들 다 개독들이 우려 먹는 수단들 중 하나지요.
인륜을 알고 지키고 행하면 더 신경쓰일 일이 아닌것 같아요.
짐승이 사람보다 더 지혜가 적을지 몰라도 짐승은 자연스럽습니다. 순수한 자연입니다.
짐승을 직접 데리고 아끼며 사랑해주며 살아 보면 알겠지만 짐승도 사람 못지 않은 감성이 있습니다.
개도 고양이도 주인이 아프던지 슬프던지 고민있어 괴로와 하면  다소곳이
옆에 앉아 괴로움, 아픔, 외로움을 같이합니다. 한번 겪어 보세요.
짐승을 저질동물 취급하는 시대는 옛날이던지 개독 애기입니다.
날새 2004.01.13 09:29
답글을 달려고 하다가 여런 번 망설였었어요..왜냐면 저는 이별이 무서워서...본문글 절대공감 ..하지만 이별은 너무 서러워요..잔물결들이 수없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또 태어나도 그 바다는 역시 바다라고 합디다마는, 저는 그 잔물결들이 서로 이별하는 것 사실은 두려워요.. 두렵다기 보다는 가슴 아파요. 영원히 섞이며 행복하게 찰랑이는 물결이고 싶어요. 어리석은 생각인 줄 잘 알면서도.
영생하기 위해.. 인체를 디엔에이 복제하여 전과 똑같은 새 몸을 생산하고, 기억과 생각은 소프트웨어로 변환시켜 저장했다가.. 그대로 새 몸의 뇌에 옮겨넣으면 죽은 사람이 여전히 새 몸 속에 옛생각을 그대로 지닌 채 삶이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그게 가능하다면 영생이겠죠. 수백 년 후의 일이겠지만 귀가 솔깃했던 적이 있습니다. 늘 곁에 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 싫은 까닭에요..헤헤..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인드라 2004.01.13 01:10
지혜가득한 글...가슴에 담습니다...(__)*
뭐야1 2004.01.12 00:07
뭐야1입니다. 제가 이 사이트에 가끔 오다 보니... 러셀님의 글을 지금 발견했습니다. 흐려진 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원래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압니다. 클안기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새해 건강하시고요...
좋은 글이군요 2004.01.11 10:21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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